* 창작그녀, 금발겜, 찻집 스포일러가 포함되있음





아이사는 단순한 진히로인 루트가 아님


시스템상으로도 모든 히로인을 클리어해야 비로소 아이사 루트가 해금되며


히로인이 죽음으로써 영원히 이별하는 비극적인 배드엔딩이라는, 금단의 열매를 먹은 루트이기도함


금단이라는 말 답게, 그야말로 굉장히 위험한 시도인데 당연하다듯이 폭망해서 심연 속으로 가라앉은 아이사 루트.


뭐가 문제인지 대충이나마 리뷰해봤음




1. 이챠이챠의 부족


이 겜의 메인소재가 창작일뿐, 엄연히 장르는 일상 학원물에 순애물임


무엇보다도 근본은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이기때문에, 남주와 히로인과의 꽁냥거리는 연애감은 없어서는 안 될 구성임


그런데 아이사는 유난히 그런 꽁냥거림이 부족함




당장 CG만 보더라도 


고백 후에 연인이 되서 꽁냥거리는 CG는 야구장 데이트 딱 하나뿐임. 그것도 SDCG고.


그나마 넓게 봐줘서 고백 전까지 쳐봤자 키스신 둘, 지붕 위에서 불꽃놀이 감상하는 장면뿐임. 나머지는 아이사 개인샷밖에 없고.








유비사키 커넥션이 중심되는 스토리가 없음에도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가


프롤로그만 남기고 공통루트조차 없애버리고 히로인 개별의 이챠에 몰빵한 덕분에


그야말로 혀까지 썩어들어갈정도로 달달한 극한의 이챠였기 때문임.


본인이 원하는 히로인과 게임 처음부터 끝까지 이챠를 감상할 수 있는데, 안 좋아할 수가 있겠음?


근데 아이사 루트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에, 심지어 제목도 <"연애"공식>인 마당에 연애가 없다고?





물론 설정상 이챠가 부족할 수도 있음. 히로인 본인이 곧 죽을 걸 아니까 "나 얼마 안있음 뒈지는데 그래도 사귈래?" 라고 철벽치는건 당연하지. 찻집 칸나도 딱 이랬고.


그래서 이 히로인의 죽음이라는게 금단의 열매란 거임. 하다못해 중심되는 스토리가 이챠마저 무시해도 될 정도로 몰입감있는 소재면 모를까.




2. 광신도마냥 울부짖는 "크리에이터"






아이사의 병이 무리를 해선 안 되기 때문에


골머리 싸매야하는 창작활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묘사됌. 생명을 갉아먹는 행위라나 뭐라나


그럼에도 본인은 크리에이터로써 최후를 맞이하고 싶다면서 계속 창작을 함


아니...그래 뭐, 저렇게 목숨까지 버려가면서 본인이 원하는 걸 하는걸 "숭고미"라고 치자.


알아둬야할게 있음. 얘내 무슨 노벨문학상이라도 노리고 창작을 하는게 아니라


기껏해야 동인겜 시나리오 하나 만드는데 저 지랄병을 펼치고 있는거임


남주라는 새끼도 같은 크리에이터라는 변명으로 말리지도 않음. 여친 죽어가는데 남친이라는 새끼가 하는 말이 저따구임



오히려 친구인 유우마가 지극히 상식적으로 말리는 꼴임









...


이쯤되면 그냥 무서울 뿐임


일반인 플레이어에게는 전혀 납득이 안갈수밖에. 그놈의 크리에이터가 뭐길래 저렇게 다 죽어가는 마당에도 집착하는거임?


마치 라이터가 플레이어들에게 "우리 창작가들은 이렇게 숭고하다. 너희 비전문가들은 이런거 죽어도 모를껄?" 이라고 가르치려는것 같아서 오히려 불쾌해지기까지함


한마디로, 라이터가 자기만족을 위해 쓴 플롯 꼬라지가 아닌가 싶음.




3. 이해가 안되는 떡신




그래. 뭐 떡신이야 당연히 에로게에선 필수요소이기도하고


금발겜 리아도 아픈 환자인데도 오로와 열심히 떡을 쳤음


근데 저 떡신은 그냥 허탈해서 웃음밖에 안 나오더라


남은 수명이 1년도 안 남은, 그것도 근육이 굳어버리는 중환자를 병원에서 몰래 빼내고


온천으로 놀러간다음에 해가 뜰 때까지 떡을 친다?


심지어 온천 앞에서 끝끝내 한 쪽 다리가 마비됐는데도?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상황이라 몰입도가 깨질 수밖에.




4. 망해버린 엔딩










난 처음엔 "어? 아이사 결국 수술받아서 완치됐다보네?"싶었음. 당연히 CG에 남주하고 나란히 있고, 대사도 있으니까


근데 뭔가 느낌이 좀 이상해서 다시 해보니까 그제서야 아이사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음. https://arca.live/b/yuzusoft/39111649  글 참고하시라.


맨 마지막에 가서야 "엉? 얘 죽음?" 이러니까 엔딩의 여운이 아닌 혼란스러움이 남게 되는 참사가 벌어지는거임


차라리 아이사를 그리워하며 현생을 살아가는 남주 모습을 그려주던가


그런게 자신없으면 그냥 아이사를 살리던가.




여기서 플롯이 비슷한 금발겜 리아의 엔딩이 왜 고평가를 받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음






1년간의 평소와 다를바없는 생활을 하고


마지막에는 리아가 눈을 감는 장면이 나옴


여기까지는 리아가 곧 죽겠구나, 해도 은유적으로 나오는지라 대충 예상만 하는 수준임





그런데 저 장면이 나오자마자 리아가 죽었다는걸 직접적으로 보여줌


그냥 보여주는게 아니라 텍스트 상으로도 리아의 장례식이라 나오고, 배경도 화장터의 연기를 보여줌


많은 후기들이 입증하듯 대부분 여기서 충격을 받았을거임. "설마 그렇다고 진짜로 죽었어?"니까.















이후의 장면도 중요한데


리아의 생전 CG들을 하나씩 보여주면서 리아와의 추억을 한 번 더 보여주고


마치 플레이어에게 위로하는듯이 위로해주는 두 히로인들.


이렇게 직접적으로 충격을 주고, 그 충격받은 모니터 너머의 플레이어들을 위로해주는 히로인들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빌드업이라 볼 수 있음


그런데 아이사의 엔딩은? "아이사가 직접 나오고 목소리까지 나오니 얘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헷갈리시죠?ㅎㅎ" 라며 놀리는 수준이라고 생각함.






또 이야기할것은 러브리체임


저 별 볼 것 없어보이는 장난감 카드는 금발겜의 중심소재이며, 오로-실비아-리아의 추억과 유대감을 상징시켜주기도하는 물건임


리아의 장례식 이후 오로는 저 러브리체를 강에 버리는데, 이는 이제는 정말 미련없이 리아를 보내주는걸로 해석할 수 있고


실비아의 위 대사는 저 세 사람의 유대는 또다른 누군가에게 추억을 주는걸로 계속 이어져나간다는 걸로 해석할 수도 있음


이렇듯, 별 보잘것 없는 사물로도 얼마든지 빅픽쳐를 그릴 수 있다는 것임







그래서 본인이 항상 생각하는게 아이사의 만년필을 러브리체로 사용하면 어땠을까 싶음


남주와의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된 계기가 저 만년필이였으니(어렸을 때 맨날 남주와 싸웠는데 잃어버린 저 만년필을 남주가 찾아줘서 그 이후로 본격적으로 친해지게됌)


나 같았으면 차라리


남주가 졸업 후 사회생활로 창작활동을 계속하면서 아이사의 저 만년필로 원고를 쓰는 장면을 엔딩으로 했을것임


자연스럽게 아이사와의 추억을 되내일수있는 매개체가 될 것이고, 그 놈의 "크리에이터"의 신념도 이어나가진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었을거임







총평




그야말로 캐릭터가 굉장히 아까운 스토리였음


끝내주게 잘 나온 디자인에, 소꿉이라는, 어지간해선 실패할 일이 없는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괜히 시한부 인생이라는 금단의 열매를 건드려서 시원스럽게 망해버렸음


본인 뇌피셜로는 아마 신생회사의 처녀작답게 임팩트를 남겨야하니 저 플롯을 택한 것 같은데...정작 회사의 시한부를 걱정하게 될 처지임


순애물에서 왜 웨딩 엔딩, 가족(임신) 엔딩이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는지 생각해본다면 차라리 아이사를 살리는게 나았을것임


금발겜이 리아를 죽였음에도 고평가를 받은 이유가


그야말로 절대로 망해서는 안 될 사가플래닛의 사활이 걸린 작품이었기 때문임. 본인들 밥줄이 달렸는데 대충 만들수가 있겠나.


근데 창작그녀는 저가겜 누키게나 쓰던 라이터를 데려왔으니 지극히 예정된 결말이기도 했음. 다들 체험판 플레이하고 예상한 부분이기도하고.


두 달 발매 연기라는 초강수까지 뒀음에도 이렇게 된 걸 보면 차라리 니이지마가 라이터였으면 어땠을까 싶기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