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째로 플레이 한 사가겜

 05/27 00시 ~ 19시 

 플레이타임 19시간 + 체험판 분량 3시간 정도 걸렸는데 쪼끔 빨리해서 아마 평균 25~30시간 걸릴듯

 다른 유붕이들 보니까 1~2시간만에 루트 1개씩 깨더라 솔직히 잘 모르겠음 

 이하 개별 루트 후기



 니지무

 세계는 숫자에게 지배받고 있다.


 의외로 시작부터 조금 진지하게, 주로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루트였음.

 공통루트 일상씬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마구마구 흩뿌리던 미술의 가치나 코인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더 심도 깊게 다뤄졌고

 제목이 긴 요즘 라이트노벨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이 되고 싶은 것과 우상(아이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거나, 만두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원가율과 자본주의에 대한 소소한 비판으로 이야기를 잇는다거나, 여러모로 별 거 아닌 내용을 빌드업 소재로 잘 쓰고 시나리오 라이터인 우산이 일상에서 많이 보고 느끼거나 회자가 많이 되는 소재들을 시나리오에 정말 잘 녹인다는 것을 느꼈음.

 특히 특유의 트렌디한 시나리오로 SNS 인플루언서, 키즈 유튜버, 블록체인 가상 화폐 등등 지금도 지구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을 법한 이야기를 해서 몰입도를 높인 것을 가장 높게 사고 싶다.


 

 고백씬에서 고민의 대부분 해소 + 주인공의 멋짐폭발이 가장 인상적이었고 프롤로그에서 극초반에 나온

 '100가지의 보석을 훔쳐도 1000가지의 금은보화를 훔쳐도, 단 한 송이의 꽃보다 아름다울지는 모르는 일이잖아?' 

 라는 말을 알맞게 재활용한 것과 숫자의 중요함을 절대 무시하지 못하는 현실을 결국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도 중요한 것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확실히 아는 것이라는 메세지도 정말 좋았으나...



 미카게 + 아테네의 서윗 아가리 파이팅 총공격에 무게만 오지게 잡던 니지무의 오래된 고민이 너무 깔끔하게 해결된 나머지 후반부 전개가 굉장히 날림이었음.

 여러모로 캐릭터 생김새 때문에 기대를 정말 안 했고 떡신도 다 스킵했는데 그래도 돌아보면 니지무 루트 재밌고 캐릭터도 좋으니까 스킵하지 말아조... 



야에


 초반부터 자선단체를 향한 비아냥이나 연이어 나오는 동물, 환경 단체를 향한 강한 비판과 대부업자를 언급을 보고 이번 야에 루트에서는 사회비판 한 번 제대로 하려는 거구나 싶었지만 의외로 내용은 흔하디 흔한 가족과 모성애에 관한 이야기였음.

 더 짧게 요약하자면 '사실 모성애는 있었다!' 정도


 

, 중간 중간에 자꾸 시리어스한 스토리가 나오고 뭐야 시리어스가 있구나 싶어서 자세 좀 고쳐 앉으면 다시 야에의 커여움이 부각되는 어지러운 사태가 계속 계속 반복되다가 갑자기 엔딩이 나왔음.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완급 조절도 엉망이고 이야기의 테마도 파악 자체가 안 됐고 쫓아가야 할 이야기의 중심도 제대로 없어서 결과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 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

 특히 적대 세력에 대한 문제가 가장 심한데 중간에 튀어나오는 곰 두마리도 곰 두마리지만 악역의 매력이 너무나도 떨어졌음.

 대사로는 뭐 거리를 팔아넘기고 거리의 미래를 훔친 도둑이라고 거창하게 말하지만 퇴장도 걍 졸라 허무했고 애초에 딱 하는 임팩트도 없어서 플레이어로서는 그냥 뭐 좀 쵸이악한 아저씨구나 ㅇㅇ; 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래도 야에가 캐릭터는 잘 뽑혔고 노떡탐정이랑 티키타카도 잘 맞아서 재밌는데다가 무엇보다 졸루 귀여워서

 아 이거 그냥 무지성 캐러게구나 하는 마음가짐으로 하면 나쁘진 않다고 봐 근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유즈소프트 게임이잖아 그치



 카구야

 

 공통루트를 카구야 공주 이야기를 인용하여 의미심장하게 끝내기도 했고, 다른 개별의 퀄리티가 좀 낮아서 타이틀 히로인인 카구야 루트의 기대치가 한껏 올라갈 수밖에 없었는데, 루트의 내용은 역시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대로 남은 앰비셔스를 모으고 비밀을 푸는 내용이었음.


 

 중간에 카구야와 아테네의 과거도 같이 밝혀지고, 이런 저런 떡밥도 꽤 많이 밝혀지지만,

 루트 후반부까지는 미술관 잠입 원툴인 괴도 파트에 대한 기대치도 이미 많이 낮아져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보면 무난 무난 캐러게 그 이하 그 이상도 아니었다고 생각함.

 그나마 인상적이었던 건 카구야랑 아테네가 운명에 대해 가치관의 차이를 보여주는 거랑,

 갭모에로 사람 오체분시시켜서 죽이려는 카나코 성덕쇼밖에 없다 나...


  


  후반부에는 하도 작중에서 카구야 == 모순된 현실주의자를 하도 울부짖었기 때문에 더욱더 호불호가 갈릴 게 분명한 판타지 그 자체를 넣어버려서 욕을 하는 사람도 되게 많을 거 같고,

 약간 리스타트 하거나 600초 후의 공개됩니다가 먼저 떠오르는 충격 전개는 결국 '운명이 어떻게 바뀌든 시라세 자매는 서로를 위해서 괴도를 한다!' 이 정도로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

 저도 후반부 판타지 전개 직전까지만 해도 무난한 캐러게로 90점 주고 싶었는데 개인적인 평가가 확 까이긴 했음...

 근데 뭐 트루 루트 해 보니까 전개나 내용이 좀만 더 극적이거나 분량을 받았으면 감동까지 받았을 수도 있을 거 같기도 하고 텍도 없는 거 같기도 하고

 


 아테네

 지금 당신의 손에 무엇이 있는 지를 절대로 잊지 말 것

 

 솔직히 루트 시작 지점에서 팬텀 = 주인공 넌지시 보여주는 거 보고 아 이거 떡밥만 회수하고 대충 끝나겠구나 싶었는데

 대장 위의 대장코인. 즉 F코인이 트루 주 내용이 되더라고. 야겜에서 코인 강의를 들을 줄은 몰라서 진짜 신선했음.

 특히 공통부터 원패턴으로 보여주던 유사 활극에 이미 지칠대로 지친 상태라 아가리 파이팅으로 입씨름 하는 것마저 즐기면서 했고.

 이번에야말로 최종 흑막이 조금의 포스를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

매력도 없는 아저씨 캐릭터 대충 잘 써먹었으면 적당히 끝내지 엔딩의 엔딩까지 이악물고 세탁기 돌리는 건 너무하지 않나 이게 맞나 우산 계속 이 소리를 하게 되더라 좀.. 그래...


 


 아테네 운명력 MAX찍는 프롤로그 대화씬 장면에서 약간 뽕 좀 찼고, 트루 루트가 과거 회상도 있어서 좀 긴 편인데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했음.

 그나마 문제가 되는 거라면 애들이 말꼬리가 넘 길어서 등장 인물의 다음 행동 예측이나 이야기의 전개가 조금 뻔하고 쉬웠다는 거 정도?

 그리고 금발겜 애들 목소리 아예 없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더라 일부러 그러는 건지 모르겠음 이건 조금 더 말하고 싶은데 금발겜 스포가 될까봐 말은 안 할게

  

 


 종합 후기.


 결론부터 말하지만 재미는 있었음. 재미가 없었으면 밤새서 깨지도 않았겠지.


 일단 같은 회사 게임이자 같은 우산 +사가 유니버스인 금발겜을 예시로 들자면 금발겜은 캐러게로써 굴러가기 정말 좋은 배경과 환경이었고, 그걸 정말 잘 살려서 고평가 받았다면,

 안미츠는 캐러게로써 굴리기 더럽게 어려운 환경인데 이걸 어거지로 캐러게로 굴리니까 이질감이 엄청나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음.

 

 애초에 나는 공통에서 거의 다 모은 엠비셔스의 보석을 지금부터 어떤 히로인과 어떤 식으로 모으고, 밝혀지는 보석의 비밀로 대체 무엇을 할지 그리고 그걸 모으고 있던 카구야는 대체 어떤 표정을 지을 지를 기대했는데,

 갑자기 딴 사람이 쓴 시나리오 마냥 캐러게로 180도 돌변해서 무료하지만 즐겁게 동료들과 일상을 보내는 전개를 왕창 넣었다는 게 그냥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함.

 그나마 니지무는 시리어스라는 게 존재하고 내용도 꽤 의미 심장해서 재밌게 즐길 수 있었고, 카구야는 캐릭터도 예쁘고 스토리도 뭐 공통에서 뿌리던 떡밥 회수가 어느정도 진행되어 나쁘지 않게 했지만 가장 독자적인 스토리를 가진 야에는 정말 정도가 좀 심했어.


 뭐 모든 것을 차치하고 이미 공통 루트에서부터 주인공과 카구야는 본인들이 괴도라는 사실을 숨길 생각은 있는 지, 경관 탐정은 얘네를 잡을 생각은 있는 지 의문이 드는 그런 게임이라서 그냥 저냥 가벼운 캐러게로 받아들이면 아무 문제도 없을 거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플레이 했지만, 자꾸만 게임이 무게를 잡아서 괜한 기대를 품게 만드는 게 너무나도 거슬렸으며,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


 개인적으로 출시 전에 페르소나5가 될지 리들조커가 될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결국 카구야를 제외한 캐릭터들은 제대로 된 목표가 없어서 개별루트가 다 열린 결말로 끝나버렸고, 그나마 트루 루트를 건질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스토리게로써 어떻냐고 묻는다면 글쎄 명작까지는 아니고 수작정도 되는 게임이 나왔다고 생각해.

 

 점수는 200점 만점 중 180점.

 


 리뷰 4천자 쓰고 나니까 악평만 잔뜩 한 거 같은데 애초에 사가놈들한테 이상한 애증이 있는 사람이라 부정적인 에너지밖에 못 쏟아서 그래 이해해조 

 청춘겜이랑은 비교가 부끄러울 정도로 잘 나온 거 맞음.

 지루한 틈이라곤 비트코인, 부동산 투자 설명회 파트 5분밖에 없는 짱재밌는 리들 조커라고 생각하면 돼 추천은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