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달 빛 아래, 취하다.




따뜻한 조명이 은은하게 퍼지는 벨의 숙소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미야비는 잔을 들고 천천히 기울였다.


달빛을 닮은 투명한 액체가 가볍게 흔들리며 그녀의 입술을 적셨다.


반대편에서 벨은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미야비 씨, 술 잘 드시네요."


미야비는 잔을 내려놓으며,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평소에도 가끔 마시니까요."


"그래도 지금 좀 취하신 거 같은데요?"


벨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하자, 미야비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입가에 작은 미소가 스쳤다.


벨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크게 뛰었다.


'…미야비 씨, 이런 표정도 짓는구나.'


술 때문인지, 아니면 분위기 때문인지.

지금의 미야비는 평소보다 더 부드러웠다.


벨은 천천히 잔을 들며,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제부터, 분위기는 조금 더 흐트러질 예정이었다.


술기운이 조금씩 퍼지면서, 공기는 더욱 부드러워졌다.


미야비는 잔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입술이 촉촉하게 빛났다.


벨은 자연스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술기운 때문인지, 평소의 냉정한 분위기는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


"……"


미야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벨을 바라보았다.


눈빛이 게슴츠레 부드러웠다.


"아하하... 미야비 씨, 진짜 괜찮아요?"


벨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물었다.

그러나 미야비는 대답하지 않고, 천천히 잔을 기울였다.


그녀의 목선이 드러났다.

부드럽게 흐르는 곡선, 살짝 젖어드는 입술—


벨의 시선이 저절로 따라갔다.


'…예뻐요.'


미야비는 천천히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조용히 벨을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보죠?"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차분했다.

그러나 벨은 순간적으로 말을 잃었다.


술기운에 살짝 흐려진 눈동자.

평소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손끝.

그리고—


촉촉하게 빛나는 입술.


'입술이... 너무 부드러워 보여요.'


벨은 자연스럽게 침을 삼켰다.


미야비는 평소처럼 단정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의 그녀는, 너무도 매혹적이었다.


"벨 씨."


미야비가 천천히 몸을 기울였다.


거리가 가까워졌다.


벨은 반사적으로 자세를 바로 잡았다.


"…미야비 씨?"


"왜 그렇게 경직됐어요?"


미야비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뻗었다.


벨의 손등을 가볍게 스쳤다.


'…응?'


평소라면 상상도 못 할 행동이었다.


미야비는 손끝으로 벨의 잔을 가볍게 밀었다.


"더 마시지 않나요?"


벨은 순간적으로 말을 잃었다.


그녀의 손짓이, 묘하게 부드러웠다.


"…마, 마실거예요. 미야비 씨와 함께하니 더 맛있네요. 아하하-"


벨은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미야비의 눈빛은 평소보다 느리게 움직였다.

술기운이 가득한 채, 천천히 깜빡이는 긴 속눈썹.


그녀의 입술이 아주 미세하게 벌어졌다.


그리고, 촉촉한 숨결이 살짝 새어 나왔다.


"……"


벨은 저절로 손을 꽉 쥐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


미야비의 입술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벨은 더 이상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가까운 거리.

촉촉하게 빛나는 입술.

부드러운 손끝.


"……미야비 씨."


벨이 천천히 속삭였다.


그 순간—


미야비가 아주 가볍게 미소지었다.


"……왜 그러세요?..."


그녀의 목소리가 낮고 부드러웠다.


그리고—


벨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


숨결이, 가까웠다.


입술이 맞닿을 듯한 거리.


그 순간, 벨은 깨달았다.


지금 당장, 무언가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라는 것을.


미야비는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벨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미야비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그 미소가, 이상하리만큼 가까웠다.


'…너무, 가까워.'


"벨 씨."


"네?"


벨은 숨을 멈추었다.


"원래 술자리엔…… 이렇게 가까이 앉는 거 아닌가요……?"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


벨은 순간적으로 눈을 깜빡였다.


미야비의 입술이 살짝 열렸다.


촉촉한 입술이, 희미한 술 향을 머금고 있었다.


"……"


벨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그리고, 미야비의 손이 조용히 테이블을 짚었다.


그녀의 숨결이 벨의 입술 가까이에서 가볍게 닿았다.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저, 저기..."


벨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움직이지 마세요."


미야비가 낮게 속삭였다.


벨의 눈이 커졌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침착했지만, 지금은 어딘가 달랐다.


조금 더—


그녀가 조금만 더 다가온다면—


'……이건, 진짜 키스가 될 수도 있어.'


벨의 몸이 경직되어 갔다.


그리고, 미야비의 긴 머리카락이 얼굴에 살며시 스쳐갔다.


그녀의 향이 코끝을 스쳤다.


"…하아."


벨은 무심코 숨을 들이마셨다.


가까이서 맡으니, 미야비의 향이 더욱 선명했다.

차가운 듯하면서도 은근히 따뜻한 향.

드문드문 술의 향도 섞여서 주변에 피어났다.


그 감각에, 벨은 반사적으로 눈을 감을 뻔했다.


"……"


그리고—


미야비가 아주 미세하게 멈추었다.


입술이 닿기 직전.


그녀는, 아주 조용히 벨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미야비 씨, 지금..."


벨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그러자, 미야비의 속눈썹이 살짝 흔들렸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조용히—


벨의 뺨을 스치는 듯한 거리에서, 몸을 살짝 물렸다.


"……"


공기 속에 남아 있던 긴장감이, 서서히 풀려갔다.


벨은 그제야 자신이 숨을 참았다는 걸 깨달았다.


미야비는 천천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아주 작게—


"……술, 조금 많이 마셨나 보네요."


낮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여우귀 끝이 살짝 움찔였다.


벨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역시, 지금은 아직.'


그녀는 천천히 잔을 들었다.


"괜찮아요, 미야비 씨."


벨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부드러웠다.


"천천히 가도 되니까."


그 말에, 미야비는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조용히, 아주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입술은, 여전히 촉촉하게 빛나고 있었다.


술기운이 천천히 퍼졌다.


공기가 묘하게 따뜻했다.


술 때문인지, 미야비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벨은 천천히 잔을 내려놓았다.

손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미야비도 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그러나 이번에는 움직임이 조금 느렸다.


"……후우."


작게 숨을 내쉬며, 그녀는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손이 흔들렸다.

잔이 테이블에 닿는 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더 크게 울렸다.


벨은 순간적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미야비 씨?"


미야비는 조용히 눈을 깜빡였다.

눈빛이 살짝 흐려져 있었다.


"……으응?"


"괜찮아요?"


"……괜찮지이……."


그녀는 나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면서 천천히 테이블에 팔꿈치를 기대며, 얼굴을 살짝 기울였다.


"……음……"


작은 신음처럼 새어나오는 소리.

그리고 벨을 향한 느린 시선.


'……에에? 진짜 취하셨네요.'


벨은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미야비는 그런 것도 신경 쓰지 않는 듯, 테이블 위에서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였다.


"……아아, 뭔가아…… 몸이 둥둥 떠다니는 거 같아아……."


미야비는 중얼거리며, 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가—


천천히 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벨 씨이."


"네?"


"……오늘…… 이상해애……."


벨은 눈을 깜빡였다.


"뭐가요?"


"……이렇게, 포근한 느낌…… 나, 원래 이런 거 싫었는데에……."


미야비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눈꺼풀이 조금 무겁게 내려왔다.


"……사람이랑 너무 가까이 있으면…… 안 되는데에……."


벨은 순간적으로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그녀가 술에 취해서 무심코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평소에는 들을 수 없는 솔직함이 담겨 있었다.


"……미야비 씨, 무슨 말이에요?"


미야비의 눈빛은 흐려져 있었고, 목소리는 점점 나른해졌다.


"……벨 씨는, 안 그런가요...?"


"네?"


"……사람이랑 너무 가까워지면…… 언젠가아…… 그 사람이 사라지고……."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술에 젖은 목소리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냥, 다 싫어져요……."


벨은 순간적으로 말을 잃었다.


'미야비 씨는…… 지금까지 그런 경험을 해왔던 걸까.'


벨은 그녀의 잔이 거의 비어 있는 걸 확인했다.

더 마시게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미야비 씨, 이제 그만 마시는 게 좋겠어요."


그러나 미야비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뻗어, 벨의 소매를 잡았다.


"……벨 씨는, 안 떠날 거죠……?"


벨은 순간적으로 심장이 철렁했다.


"……무슨 말이에요?"


"……사람은, 다 떠난다니까……."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다시 천천히 뜨며 속삭였다.


"……그러니까아, 너무 가까이 있으면 안 돼요……."


그 말과 함께, 그녀의 몸이 살짝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벨은 조용히 그녀의 손을 덮었다.


"……저는, 안 떠나요."


그 순간, 미야비의 눈이 아주 천천히 벨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진짜요……?"


벨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진짜예요."


천천히 그녀의 손을 감쌌다.


"……나는, 절대 떠나지 않아요."


그러자—


미야비는 아주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눈을 감으며 천천히 말했다.


"……좋아요……."


그 말과 함께, 그녀는 벨의 어깨에 조용히 기대었다.


벨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 오늘 많이 취하셨네요.'


그러나 그 모습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벨은 조용히 그녀의 머리 위를 쓰다듬었다.


"……미야비 씨, 조금 쉬실래요?"


그러자, 미야비는 아주 작게—


"……벨 씨이……."


"네?"


"……고양이 같아요……."


"……네???"


벨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벨 씨는."


미야비가 다시 낮게 불렀다.


벨은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미야비는 눈을 반쯤 감은 채,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벨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뭐 묻었나요?"


벨이 무심코 입가를 닦아보았지만, 미야비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고요…"


그리고—


천천히 몸을 기울였다.


벨은 순간적으로 몸을 긴장시켰다.


"……미야비씨?"


그러나 미야비는 말없이 벨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


벨은 얼어붙었다.


"……어?"


그리고 미야비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좋은 고양이네요…"


"……네???"


"……고양이 털도 부드럽고…… 따뜻하고……"


벨은 순간적으로 말을 잃었다.


'……고양이??'


미야비는 천천히 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주 흐느적한 목소리로 말했다.


"……벨 씨…"


"네???"


"……이제부터 당신을…… '고양이'라고 부를게요…"


벨은 눈을 크게 떴다.


"에?……미야비 씨, 저 사람인데요?"


"……괜찮아요…"


"……뭐가요?"


미야비는 벨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손끝이 조심스럽고 부드러웠다.


"……말 잘 듣는 착한 고양이…"


"……저, 말 잘 안듣는걸요ㅡ"


"……안아도 될까요…?"


"네?"


그러더니—


미야비가 천천히 벨을 끌어안았다.


'……아아... 포근해.'


"……미야비 씨..."


"……조용히 해요…"


"……네???"


"……고양이는 조용히 안겨 있어야 해요…"


벨은 멍해졌다.


"……"


술 취한 미야비.


그녀는 지금, 벨을 고양이로 착각하고 있다.


'……이건.'


벨은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미야비가 술 취하면 감성적으로 변한다— 그런 예상은 했었다.


그런데—


고양이를 좋아하는 타입이었다니.


벨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부드럽게 말했다.


"……미야비 씨, 저 고양이 아니에요."


그러나 미야비는 여전히 벨을 안고 속삭였다.


"……괜찮아요, 고양이니까아…"


"……아아."


"……그러니까, 쓰다듬어도 되죠…?"


"……"


그리고, 그녀의 손이 천천히 벨의 등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벨은 저도 모르게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아하하."


"……좋은 고양이네요…"


벨은 입을 다물었다.


지금, 미야비는 완전히 취해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다.


"……고양이니까, 여기서 자도 되죠?"


"……네???"


그러더니—


미야비가 벨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


"……고양이는, 따뜻해요…"


"……미야비 씨, 정말 취하셨어요."


"……벨 씨는…… 따뜻한 고양이…"


벨은 한숨을 쉬며, 천천히 그녀를 안아 올렸다.


'아무래도 침대에 눕혀드려야겠어.'


그리고—


미야비를 침대에 눕히려는 순간—


"……벨 씨…"


"네?"


"……내일도, 고양이예요…?"


"……아뇨."


"……모레도?"


"아닐거예요…"


"……"


그리고 미야비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말했다.


"……벨 씨…"


"네."


"……고양이가 떠나면, 슬퍼요…"


벨은 순간적으로 심장이 철렁했다.


"……옆에 있을거에요."


그러나 미야비는 이미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벨은 조심스럽게 그녀를 침대에 눕히며, 이불을 덮어주었다.


미야비의 손이 천천히 벨의 옷깃을 놓았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의 손은 벨 가까이에 머물러 있었다.


"……이제 편히 자요, 미야비 씨."


그러나 미야비는 눈을 반쯤 뜬 채 벨을 바라보았다.


"……고양이 씨……."


벨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 위를 쓰다듬었다.


"또요?"


그러자 미야비는 천천히 손을 뻗어,

벨의 소매를 가볍게 쥐었다.


"……고양이는, 혼자 자요…?"


벨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그렇긴 하죠."


그러나 잠시 고민하던 벨은, 천천히 덧붙였다.


"……하지만,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동물이기도 해요."


미야비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따뜻한 곳……."


그녀는 중얼거리듯 작게 말했다.

그러더니, 술기운이 오른 얼굴로 벨을 올려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따뜻한 데 있으면, 졸려……."


그 말과 함께, 미야비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손이 이불 위를 느리게 쓸고 지나갔다.


그러다, 그녀의 몸이 이불 위에서 살짝 움직였다.

마치 따뜻한 온기를 더 찾으려는 듯, 벨 쪽으로 조금 더 몸을 기울였다.


벨은 그녀를 지탱해주면서 작게 웃었다.


"미야비 씨, 너무 취하셨어요."


"……아니, 안 취했어요…! 나……나, 술… 강한데에…… 흐으……"


그러나 그녀의 말투는 어눌했고, 눈도 반쯤 감겨 있었다.

벨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제일 취한 거예요."


그러자 미야비는 작은 입술을 삐죽이며, 벨의 소매를 다시 잡았다.


"……고양이는… 혼자 있어야 해요……."


"……네?"


미야비는 흐릿한 눈으로 벨을 올려다보며, 술기운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람은…… 가까워지면… 떠나잖아요……."


"……그래서, 나는… 혼자인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여우귀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오늘은, 왜 이렇게… 따뜻한 거야……."


벨은 미야비의 말투가 어딘가 공허하다는 걸 깨달았다.


"……미야비 씨……."


그러나 미야비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더듬거리듯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늘 그래야… 했어요… 안 그러면…… 또 혼자 남으니까……."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안 그러면…… 어……어느 순간, 없어져요……."


벨은 그녀의 말을 한참 곱씹었다.


'어느 순간, 없어져?'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벨은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감정을 듣는 순간,


미야비가 혼자 버텨야만 했던 시간이 길었다는 것


그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벨은 천천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야비 씨."


"……응."


"오늘은, 그냥 기대도 돼요."


그러자—


미야비는 천천히 벨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아주 가볍게 흔들렸다.

그러나 벨은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러자—


미야비는 천천히 벨에게 몸을 기댔다.


"……응……."


그녀의 체온이 부드럽게 전해졌다.

하지만 벨이 느낀 건 온기가 아니었다.


그것보다 더 깊은,

그녀가 벨에게 내어준 '마음' 자체였다.


"……따뜻하다아……."


미야비가 아주 작게 속삭였다.


벨은 저도 모르게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 순간—


미야비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고양이 씨……."


"……네?"


미야비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눈이 게슴츠레 감겼다.


"……떠나지 말아요……."


벨은 순간적으로 심장이 크게 뛰었다.


"……미야비 씨."


그러나 그녀는 반쯤 잠긴 목소리로 계속 속삭였다.


"……나, 이제… 따뜻한 곳 좋아하는 거…… 알아버렸어……."


"……"


"……근데, 따뜻한 곳은…… 사라지면… 더 추워지잖아요…….어릴 때도 그랬어요......"


벨은 순간적으로 말을 잃었다.


'미야비 씨가 어릴 때...?'


미야비의 손길이 조심스럽게 벨의 옷자락을 더듬었다.


"……그러니까…… 떠나지 않기로… 약속……."


벨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약속해요."


천천히 그녀의 손을 감쌌다.


"……나는, 절대 떠나지 않아요."


그러자—


미야비는 아주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눈을 감으며 천천히 말했다.


"고양이… 착해어…"


벨은 작게 웃었다.


"……저, 고양이 아닌걸요."


그러나 미야비는 조용히 웃으며,

희미하게 풀린 눈으로 벨을 바라보았다.


"……아냐아……."


"응?"


"……나, 원래 알았어요……."


벨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뭘요?"


미야비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벨의 손을 가만히 쥐었다.


그리고—


"……내가…… 사실은……진짜, 고양이였다는 거……."


"……네? 제가 아니라요?"


벨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그러자—


미야비는 피식 웃으며,

어눌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고양이는……맨날… 혼자서… 강한 척… 하잖아요……."


벨은 숨을 삼켰다.


"……"


"……근데… 사실은……"


미야비는 살짝 몸을 흔들며,

벨에게 이마를 기대듯이 기댔다.


"……따뜻한 곳…… 엄청 좋아해……."


"……미야비 씨……."


"……나는… 그런 고양이였어요……."


벨은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미야비의 여우귀가 조금씩 떨렸다.


"……근데, 이제야…… 찾았어……."


그리고—


술기운에 게슴츠레한 눈으로 벨을 올려다보며,

천천히, 아주 작게 속삭였다.


"……기대어도… 되는 곳……."


그렇게 말한 그녀는,

어느새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벨은 작게 웃으며 그녀의 볼을 살짝 쓰다듬었다.


"……잘 자요, 미야비 씨."


그녀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벨은 미야비의 조용한 숨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어느새 깊이 잠들어 있었다.


부드럽게 내려앉은 속눈썹, 살짝 붉어진 볼, 그리고 벨의 옷깃을 느슨하게 잡은 손.


마치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한, 작은 움직임.


벨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정말, 귀여워요.'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기울였다.


이불을 더 덮어주려던 것이었지만,


미야비가 갑자기 몸을 움찔이며 벨 쪽으로 더 파고들었다.


"……응……."


잠결에 중얼거리면서, 그녀는 벨의 품에 스르륵 안겼다.


그녀의 이마가 살짝 벨의 가슴에 닿아 있었다.


그리고 따뜻한 숨결이 은은하게 전해졌다.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벨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미야비는 작게 숨을 내쉬며, 더 깊이 벨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따뜻해……."


잠결에 무심코 중얼거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벨은 조용히 웃으며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그럼, 조금 더 따뜻하게 해줄게요."


그렇게, 벨은 그녀를 품에 안은 채 눈을 감았다.


조용한 밤, 창밖으로 달빛이 은은하게 내려앉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호흡은 점점 같은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그렇게, 밤은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