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드림 채널

급식시간이다. 청록색 고무 계단까지 급식줄이 길게 이어진다. 교감 선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온다. 낡은 회색 정장을 입었고, 머리가 조금 벗겨진 중노년의 남자이다. 그 남자는 쪽지를 나누어 준다. 내가 쪽지를 받을 차례에, 앞의 여자애가 내 쪽지를 잡고 놔주지 않는다. '이거 놔 줘' 라고 부탁해도, 쪽지를 잡아당겨도 무슨 쪽지가 돌덩이에 끼인 것마냥 놓지를 않는다. 결국 쪽지가 반으로 찢어지고 나서야 내 쪽지를 돌려받는다.

쪽지에는 9번이 적혀있다. 내 앞의 여자애는 2번을 받았다. 곧 줄이 다 빠져 내 뒤의 사람들이 나를 점점 민다. 50여명은 되어보이는 사람의 무게에 짓눌린다. 나는 지금 계단 맨 아래칸이다. 나는 밀지 말라며 중간에서 버팅긴다. 그렇게 어느정도 버티자 사람들이 진정되고, 천천히 급식실 안으로 들어간다. 급식실 안은 한참 요리하는 증기들로 습하다.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연한 주황색과 연한 빨강색의 바닥이 보인다. 중간중간 커다란 기둥이 보이고, MDF로 만든 것 같은 싸구려 급식실 식탁들과, 회색과 빨강색이 섞인 바퀴달린 의자들이 보인다. 

드디어 철제 트레이에 담긴 급식들이 보인다. 흑미밥과 깻잎이나 참나물과 섞인, 감자탕의 일종으로 보이는 음식이 있다. 비주얼은 거의 개밥이긴 한데, 그래도 뭔가 맛있어보인다. 나는 그것을 푸짐하게 퍼담는다. 그 옆에는 산적으로 보이는 고깃덩어리가 있다. 손바닥 정도의 크기로 되어보이는 그것은 작은 뼈가 두세개 정도 박혀 있다. 다 식어서 별로 맛있어 보이질 않아 한개 정도만 담는다. 깍두기 같은 것도 조금 담는다. 그리고 다음 트레이로 간다. 다음 트레이도 담겨 있는게 똑같다. 개밥, 산적, 깍두기... 똑같은 트레이가 3개 더 있다. 나는 왜 저게 3개 더 있는지 잠깐 궁금해하다가, 등 뒤에서 사람들이 밀기 시작해 자리를 찾으러 간다. 



방을 청소해야 한다. 방의 침대에는 엄마가 자고 있다. 나는 소독용 알코올을 들고 분무기로 칙칙 뿌리며 물티슈로 방바닥을 닦고 다닌다. 그리고 이번에는 문을 닦을 차례이다. 옆에는 소독용 알코올과 호신용 후추 스프레이가 있다. 나는 호신용 스프레이를 집으면 안되는데, 하자마자 방문에다가 3번이나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리고 말았다. 흰색 문에 빨간색 기름 같은 용액이 묻어버렸다. 매운 냄새가 눈과 코와 피부를 자극한다. 물티슈로 문을 닦는다. 첫번째는 잘 닦았는데, 두번째로 닦자 갑자기 고춧가루가 한움큼 물티슈 위에 있다. 어째 손까지 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