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받지 않은 상태이신 거죠?

의지로 되는 게 아니니까 병입니다. 아직 어리셔서 부모님이 나중에 안 좋은 영향이 있을까봐 걱정하시는 것 같은데 일단 하루 빨리 내원하셔서 진단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결과가 이상 없으면 다른 문제일 수 있고 그걸 알기 위해서라도 방문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님이랑 같이 안 가면 상담 안해주는 곳이 많으니 부모님과 먼저 상의하시는 게 맞습니다.

30년만에 알게되어 너무 힘들었습니다.. 왜 아무도 말 안해줬을까.. 결국 사회 부적응자가 되었습니다. 근데 괜찮아요 아직은 숨은 쉴만한것 같아요 여러가지 복합적 감정때문에 많이 힘들지만.. 하늘도 도와서 굶어죽진 않네요. 잘되시고 힘내시길..

그냥 약만먹으면 되는데
아직 약도 안먹은거아님?

글쓴분과 같이 부모님과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흔합니다.

우선 부모님 세대는 정신과에 대한 매우 안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고, 제일 중요한 부분은 현 시점에서 ADHD는 유전병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부모님 중 한분 이상은 ADHD일 확률이 높을 수 있습니다. ADHD인 부모님 역시 본인이 모른 상태로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터득한 본인만의 생존방식이 있을 것이고, 그 중 일부는 현실을 최대한 부정하는 방법을 처세술로 쓰기도 합니다. 또한 ADHD환자의 적지 않은 수가 다양한 상환을 종합적으로 인지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의 주관을 더 강하게 믿는 경향이 있기도 합니다. 특히나 나이까지 많이 드신 부모님의 생각을 바꿔드리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봅니다. 부모님 입장에선 자식이 힘들어 보이지도 않는데도 병원탓을 하는 것 자체가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은 가슴아픈 상황이기도 한 만큼, 그 안타까움이 분노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화를 내서라도 자기 자식이 병원방문을 멈추고 제정신을 찾길 바라는 의도일 수도 있습니다.

조심스럽지만 제가 추천드리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그냥 부모님 몰래 병원에 가세요. 모든걸 부모님께 말씀드리는게 효도가 아닙니다. 부모님이 자식에게 원하는 것은 자식이 건강하고 바르게 행복하게 자라는 것 그 자체입니다. 어쩌면 이 힘듦을 부모님께 공유하는 행위 자체가 부모님 가슴을 찢어지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의사선생님께 모든걸 말씀드리고 정신적으로 건강해져 부모님 앞에 더 행복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진짜 효도일 수 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산다면 집에 가면 병원 약봉투 버리시고, 약 숨기시고, 들키면 내과약이라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넘어가세요. 안들키는게 가장 좋습니다. 약 들켰다가 부모님께 비아냥 섞인(ADHD의 흔한 비꼬는 말투) 비난을 듣는 환자의 사례가 생각보다 흔합니다.

ADHD로 인한 정신병원 입원은 정말 드문 사례입니다. 또 비용부담이 매우 클 것입니다. 본인이 나아질 의지만 충분하시다면 통원만으로도 극복 가능하실 것입니다. 말씀하시는 상황을 보아하니 원래 힘든 상황에서 우울증까지 겹쳐 이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가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치료를 통해 조금 더 활력을 얻기 시작한다면 급격히 떨어진 뇌기능은 바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첫 병원 내방 준비물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초중고 생활기록부
2. 어릴 때 했던 돌발행동 모두 정리
3. 부모님이 했던 돌발행동 모두 정리
4. 현재 겪고 있는 ADHD관련으로 인한 듯한 에피소드나 상황 정리
5. ADHD 자가진단표 작성

자료는 구체적으로 준비하되, 가급적이면 의미를 최대한 함축해서 포인트만 정리해서 작성하시면 좋습니다.
상담시간은 생각보다 짧기 때문에 선생님이 바로 확인하실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두시는게 상담비용과 다음 상담까지의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