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범한 저택. 규모도 꽤 되는 그 저택은 메이드들의 관리 하에 오늘도 정리정돈이 이루어지고 있다.


"누구든지 편하게 쉬다 가시길"


저택의 주인은 그 말을 남겨두고 다른 어디론가 일을 하러 떠났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주인의 말에 따라 저택은 오늘도 여행객들이 머물다가는 이른바 여관이 되었다.




"안녕하세요, 여행자님. 현관은 저쪽으로 향하시면 됩니다."

정문에 들어서자 저택의 정원을 관리하는 하우스메이드가 맞이하여주었다. 
일반적인 메이드와는 다른 차림새지만, 이 햇살 아래에서 오래 일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 
그럼에도 그녀의 외모가 바래는 일은 없었다.

"어서오세요, 여행자님! 원하시는만큼 푹 쉬었다가 가세요!"

크다.

그것이 내가 현관에서 나를 맞이하는 팔러메이드를 보자마자 든 첫번째 생각이었다.

대외 이미지를 담당하는 메이드답게 뭐랄까......여러모로 굿

"오빠야~ 차 한 잔 할래?"

생각보다 여린 외형의 푸른 머리의 소녀가 찻주전자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기모노에 메이드 장식? 이 아이도 팔러메이드인가? 이 집 주인 취향 참......

향기로운 루이보스 차를 마시며 마음을 달래고는 그녀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기 시작했다.

"어서오세요, 뭐 드시고 싶으신거라도 있으신가요?"

처음으로 간 곳은 주방. 그곳의 키친메이드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단정한 차림에 토마토처럼 새빨간 머리카락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내 시선은 이윽고 옆에서 자재를 옮기던 다른 이로 향했다.

"넷, 저요? 아니요. 저는 키친메이드가 아니에요."

어려보이는 외형인데 벌써부터 주방일을 하는지 궁금해서 물었으나, 그녀는 키친메이드가 아니었다.

스컬러리메이드. 메인 요리보다는 보조 작업과 설거지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요약하면 짬처리 담당이라는거지...?

"읏...!"

복도에서 눈이 마주치자 푸른 단발머리의 메이드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객실의 정리정돈을 담당하는 체임버메이드인가......

메이드인데도 사람을 꺼려해 웬만해선 접촉하지 않고 혼자 묵묵히 일하는 이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귀여운데?

"어머, 환자분? 아, 아니시구나?"

복도 끝의 방 중 첫번째에는 금발의 여성이 가지런히 손을 모아 인사를 건넸다.

너서리메이드. 신입메이드의 교육담당이지만 지금은 일이 없어 대신 간호 업무를 하고 있다고

어쩐지 메이드 머리띠가 아니라 간호사 모자를 하고 있던게 그 이유였군.

"음? 여긴 들어오시면 안되는데~"

다른 방이 시끄럽길래 무언가 있는지 열어보자 세탁기 여러개가 돌아가고 있었다.

빨래 전담 메이드, 론드리메이드가 가벼운 눈웃음을 보이며 나를 돌려보냈다.

좀 취향인데......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객실로 돌아가 몸을 누웠다.

"뭐야 넌? 너도 한패야?"

밤이 깊자 술에 취한 손님 한 분이 메이드에게 무례한 요구를 했다가 강제로 쫓겨난 모양이다.

달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는 보라색 머리카락. 그리고 양팔에는......건틀렛!?

배틀메이드라고!? 그런게 진짜 있었어!?

"...손님, 지난번에는 소란을 일으켜 불편을 드린점 정말로 죄송합니다."

다음날 아침, 떠나가려는 나를 메이드장인 하우스키퍼가 불러세워 사과를 건넸다.

사과받을 일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녀는 메이드인 이상 최고의 접대를 해야 한다며 원하는걸 말해보라고 했다.

이 메이드에게 원하는거라......













좋아, 보기 좋네.

나는 그 한마디를 남기고 다시 여행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