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부지 모시고 세브란스 병원 갔다가 방금 돌아왔는데 검사 결과가 안 좋아서 기존 항암치료제 중단하고 다른 걸로 바꿔야 한다네...

뭔가 되게 하루가 씁쓸해짐
아부지 위암 4기(간, 장 전이) 판정 후 불과 3일만에 세브란스 진료부터 입원까지 내가 다 넣었고, 국내 위암 최고권위자를 담당의로 지목까지 다 해둠

저번까지만 해도 미국 신약으로 항암할 때는 암 수치가 떨어져서 쾌재를 불렀는데 오늘 갑자기 이러고 의사 파업으로 기존 담당의도 지치셔서 안식일(세브란스에서는 휴식기)을 3개월 잡으시고, 다른 분께 임시로 인계됨

근데 내가 아부지 진료 받으시거나 항암 때마다 진료내용을 녹음해두거든... 오늘 그 보조하시는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분(담당의는 아님)이 뒤에서 하신 말이 아직도 머리를 안 떠나네 "4기면 어차피 갈 날 얼마 안 남은 거 아닌가요" 진짜 1도 구라 안 치고 이렇게 말하더라?

아부지 모시고 나가는데 순간 눈깔 돌아서 그자리에 그놈 턱뼈를 뽑아버릴까 하다가 못 볼 꼴 보여드리기 싫어서 간신히 참았다

오늘 병원에서 조차 저딴 소리를 의료인이 뒷담화한 걸 들으니까 아부지 첫 암 발병 당시 생각나더라
분명 일하거나 생활할 때 중간마다 문득 "우리 아빠 암 걸리신 거 맞나?" 이렇게 현실 부정했음

물론 나중에는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평소처럼 되돌아가면서 남들도 우리 아버지 암 걸리신 거 모를 정도임(해맑게 다니면서 물어봤을 때 덤덤히 말하니까 다들 놀람)

뭐 여튼 울 아버지가 본업이 자동차 정비사 셨는데 내가 이 취미할 때 반대 1도 없이 오히려 공구 사는 것부터 내가 손 못대는 작업도 해주셨음(되게 즐거웠는데...)

그래서 내가 현생 치여도 이 취미를 못 놓고 있는 것도 있고, 암수치 처음 낮아졌다는 진단 들은 날 여행도 모시고 갔는데 오늘 있던 일 때문에 밤 중에 서글퍼지더라

안 그래도 내가 군복무 병장으로 전역 2개월 앞둔 상황에서 징조가 있었어서 더 좆같음(ㅅㅂ 그때 내가 밖에만 있었어도 1기 때 치료하실 수 있었는데 그지 같은 군대)

뭔가 오늘 되게 답답해서 글을 좀 써봤는데 여기까지 읽어줬다면 감사하고 절대 절대 아프지 마라.

아 그리고 아버지가 오늘 하신 말 중에 "그러고보니 저번에 네가 그 바렛인가 엄청 큰 거 산다 하지 않았냐?"

나 : 돈 물려뒀는데 안 나와요...

아버지 : 언제 나온다냐 그때 본 영상 때문에 기대만 시켜놓고 ㅋㅋㅋㅋ

나 : 나오면 파킨장 가는 날로 하죠 뭐

아버지 : 너희 엄마는 어쩌고?

나 : 누나랑 그날 스타필드 가서 즐기다 오라고 하면 되죠~

이런 거 보면 남자들은 총에 환장하는 건 정설임 ㅋㅋㅋㅋ 전에 vfc m249 쏴보시고 되게 좋아하시긴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