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 [하]편을 정리한 글.

-문체가 다소 어색할 수 있다는 것을 양해 바람.



P90의 개발이념은 단순했다.

최대한 많은 양의 철갑탄을 원숭이도 다룰 수 있는 간단한 화기에 넣는 것.

그리고 FN은 1990년, PDW라는 새로운 개념과 함께 5.7mm 소구경 철갑탄을 무려 50발이나 집어넣은

전체 길이 50cm 남짓의 총을 내놓는다.



19세기의 볼트액션 라이플부터 폴리머와 피카티니 레일로 이루어진 현대 돌격소총까지,

대부분의 소총(Rifle)은 총열과 작동부 아래에 탄창이 있고,

그 뒤에 방아쇠같은 격발기구가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영어명'Conventional'이라는 말 그대로 가장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설계 방식이었다.



그러나 방아쇠가 탄창 앞쪽에 자리하고 있는 불펍 방식의 총들은,

덕분에 총열 길이에 비해 전장이 짧아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조준선이 짧아지는 만큼 기계식 조준기는 사용하기 어려워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작은 크기뿐만 아니라 장탄수 또한 늘리고 싶었던 FN은 여기에 한술 더 떠서 탄창을 눕혀서 위로 올려버린다.

이러한 설계는 낮은 전고와, 탄피배출의 용이함, 그리고 높은 장탄수까지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으나,

탄창이 총의 상부를 다 덮고 있다면 기계식 조준기는 커녕 도트사이트도 달기 어려워진다.



FN은 이 문제를 리시버 위에 작은 공간을 만들어 거기에 광학 조준경인 '링사이트'를 넣는 방식으로 해결하였다.

교전거리가 200m를 넘지 않는 PDW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런 설계는 90년대 초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주 혁신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21세기가 오고 피카티니 레일이 대중화되자 이는 큰 문제를 불러 일으키게 되는데...





1995년 채택된 , 피카티니 레일은 총기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했다.

이제 더 이상 전용 옵틱 마운트나 복잡한 독자 레일 시스템 없이 어떤 광학장비던지 그저 끼우고 조이면 끝인 시대가 온 것이었다.

그러나 피카티니 레일 시스템의 사용은 P90에게 '어떻게 조준할 것인가'의 문제를 다시금 던져주었다.



P90의 링사이트는 최대한 튀어나온 부분을 줄이기 위해 리시버의 U자형 틈 사이에 매립된 형태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이 협소한 리시버 틈에 대부분의 광학장비는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상부 리시버에 피카티니 레일을 놓으려면

어쩔 수 없이 레일을 리시버 위로 올려 설치하여야 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P90의 또 다른 조준 문제, 접용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시장에 나와있는 조준경은 대부분 AR-15에 장착할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는데,

문제는 P90과 AR의 근본적인 구조상의 차이 때문에 조준경을 장착하였을 때 부조화가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AR-15의 개머리판부터 레일(윗면) 까지의 거리는 0.5인치이고 레일 끝부터 조준기까지는 (약)1.5인치이다.

따라서 개머리판부터 조준기까지의 높이가 총 2인치 가량이 되고, 

개머리판을 광대에 밀착했을때 자연스럽게 시선과 조준선이 일치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리시버 위로 올라간 P90의 레일은 이미 개머리판으로부터 2.2인치 위에 놓여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AR용 조준경를 장착했을 때 개머리판과의 높이 차가 무려 3.7인치나 벌어지게 된다.

(로우 마운트를 사용 가능한 T1/T2같은 경우에도 3인치)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견착을 한다면 시선이 조준기와 일치하지 않게 되고,

조준장비를 눈 앞으로 가지고 오려면 목을 쭉 빼서 견착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런 문제는 비단 P90만의 문제가 아닌데, 

AK나 M14같은 비-AR 플랫폼 총기에서도 접용점 문제는 흔하고 칙패드나 칙 라이저같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옵션도 나와 있다.

그러나 P90은 탄창이 개머리판과 너무 가까이 붙어있기 때문에 개머리판 위에 칙패드 같은 것을 붙이기는 어려웠다.

그러면 방법은 하나 뿐. 조준경을 내린다.



FN도 당연히 P90과 피카티니 레일의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1999년, FN은 P90의 '플랫탑' 모델인 TR 모델을 새로이 출시하는데, 

P90 TR의 레일은 Tactical 모델보다 낮은 1.5인치의 높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T1/T2같은 낮은(Low-mounted) 조준경을 장착하면 2.3인치라는 봐 줄만한 높이가 되었다.

(근데 못생겼어)



그러나 이미 P90을 가지고 있거나 민수용 PS90을 구매해야 하는 사람들은 서드파티 업체의 옵션을 이용하는 수 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것이 조준경을 최대한 리시버에 눌러담아 장착할 수 있게 해 주는 반 매립형 옵틱 마운트이다.

이런 마운트를 이용하면 조준경 높이를 약 2.1~2인치까지 낮출 수 있었다.



가장 극단적인 해결책은 Effen社 등에서 내놓은 P90의 커스텀 상부 리시버를 이용해 AR 수준으로 피카티니 레일을 낮춰 버리는 것이다.

이런 커스텀 리시버는 P90의 SF성을 훨씬 배가시켜 준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지만,

비싼 가격과 검증되지 않은 신뢰성 때문에 민수 시장에서만 간간이 보이는 방법이다.




P90은 어떻게 조준하는가

에 대한 문제들은 P90의 독특한 구조와 냉전 막바지의 과도기적인 설계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10년 뒤 개발된, 훨씬 보수적인 구조로 설게된 MP7같은 총들은 적어도 조준기를 어디에 올릴지 하는 문제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P90의 독특한 구조와 설계는 동시에 그만의 특징과 매력이기도 하다.

이 총이 아직도 사랑받는 이유는 평범하고 메이저한 총이어서가 아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