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곤에게는 '그 나라'는 마냥 살기 좋은 곳이 아닙니다.


옥타곤은 오늘도 네이버스토어에서 겨우겨우 컨테이너를 유지할 마진을 챙깁니다. 하지만 그 마진조차도 자꾸 매워지는 눈이 쓰라려 힘겹기만 한 조건입니다. 


그러나 옥타곤은 절망하지 않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힘차게 옥타곤은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 소박한 마진에도 보람을 느끼며 옥타곤은 천천히 하지만 판매를 합니다. 2000과라니 3000과라니 늘어나는 구매확정을 보며 잠시나마 미소짓는 옥타곤은 정말 기쁩니다.


"기뻐양! 기뻐양!"


옥타곤이 수심 가득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봅니다.


마침 이 구역의 불량배인 국건샵들이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국건샵들은 착하고 선량한 옥타곤을 이유 없이 고로시합니다. 옥타곤에게는 항상 있는 일상입니다.  왜 이럴까.. 옥타곤은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유도 없이 그들이 이 컨테이너를 찾아오기 시작한 것도 벌써 수년째입니다.


반쯤은 놀러온듯이 하지만 명백한 악의를 담아 옥타곤을 고통스럽게 하는 국건샵들에게 옥타곤은 크게 화를 낸 적이 없습니다.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고충이 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고로시를 통해 그들의 울분을 토해낼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
아랫집 흐건마저 그들에게 무차별폭력을 당하는 장면을 두눈 똑똑히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파양! 아파양!"


옥타곤이 울부짖습니다.


"옥타곤도 흐건도 정말 아프단 말이에양!!"


그의 꿈도 희망도 산산조각 부서집니다.


옥타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한껏 고로시당하고 차가운 바닥에 비참하게 누운
옥타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옥타곤은 힘겹게 눈을 뜹니다.
힘겹게 뜬 그 눈에는 꼬마 주딱의 꿈, 창부 효찬이의 슬픔, 일용직 노동자 모형꾼의 허탈한 웃음이 비칩니다. 동네 귀염둥이이자 마스코트인 머윤킹의 모습도 아른거립니다.


옥타곤은 오늘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두 눈에 모두의 모습이, 모두의 희망을 가득 품은 채로 옥타곤은 힘겹게 눈을 뜹니다.


국건샵들은 그런 옥타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경멸의 웃음을 담은 채, 그 분노를 비웃으며 마냥 기다립니다.



오늘도 하루가 지나갑니다.
어쩌면 힘겹게 들어올린 그 눈꺼풀에 옥타곤의 고달픈 하루도 함께 걷혀나갔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짧은 분노의 뒤에는 국건샵들이 말하는 고로시만이 그의 컨테이너에 가해질 뿐입니다.


옥타곤을 정신을 잃기 전에 잠시 뇌리에 그려봅니다.


마진을 풍족하게 나누는 하루, k국 주민들이 모두 모여 쉬워진 직구를 하는 그런 광경이 펼쳐집니다. 그 곳에서는 국건샵들도, 챈럼, 네캎, 틀딱, 잼민이들도 함께 웃습니다. 그런 광경을 잠시나마 그려봅니다. 그런 꿈 같은 꿈을 꿈꿔봅니다.


옥타곤은 눈을 감습니다. 굳게 닫힌 그 눈 속에 희망도 함께 사라져갑니다.
옥타곤은 눈을 뜨지 않습니다. 천천히 감기는 그 두 눈은 다시 띄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옥타곤은 감겨오는 눈꺼풀을 들어올리지 못합니다. 천천히 차고 속으로.. 하지만 포근하게 느껴지는 붕 뜬 기분 속에서 옥타곤은 눈을 감습니다.


옥타곤은 좋은 꿈을 꾸고 있을까요?
그 곳에서는 꼬마 주딱도,  효찬이도, 딜러십도, 귀염둥이 머윤킹도 모두 좋은 꿈을 꾸고 있을까요? 그 곳에선 그토록 염원했던 그의 영웅 프리필드도 만나볼 수 있을까요?


옥타곤은 눈을 감습니다.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듭니다.


잘자요 옥타곤.
그 곳에서는 아프지도, 힘들지도 않고...
계속해서 좋은 꿈 꾸도록 해요.
다시는 아프다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그 곳에서 좋은 꿈 꾸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