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달 전이다. 내가 첫 가스건을 산지 얼마 안 돼서 채널에 똥글이나 쌀 때다. 친구들이랑 파킨 왔다 가는 길에, 직구를 위해 피시방을 가야 했다. 황해 맞은편 홍콩에 앉아서 에어소프트건을 깎아 파는 팔각형 건샵이 있었다. 가스건을 한 정 사 가지고 가려고 파워브레이크랑 칼라파트를 달아달라고 주문을 했다. 값을 퍽 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빨리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장난감총 하나 가지고 국제특송을 하겠소? 느리거든 다른 데 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팔각형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작업해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작업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하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하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작업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작업한다는 말이오? 팔각형 양반, 외고집이시구먼. 난 새 가스건이 마렵단말이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사우. 난 안 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작업해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검수하다가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파워브레이크 작업하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곰방대에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가스건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작업이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가스건이다.

갤 내총자랑 이벤트를 놓치고 다음 이벤트를 기다려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싸게 부른다. 상도덕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건샵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팔각형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국건샵 가스건 가격을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혜자스러워 보였다. 납득할만한 가격과 어여쁜 가스건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팔각형 건샵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

챈에 와서 가스건을 내놨더니 챈럼들은 이쁜 GBBP라고 야단이다. 자신들이 가진 것보다 참 싸고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날 입덕시킨 부랄친구의 설명을 들어 보니, 칼라파트를 허술하게 붙이면 총포협에서 검사할 때 소박을 맞으며, 파워브레이크를 대충 달았을 때 역시 총포협에서 빠꾸를 먹기 쉽단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건샵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나는 그 건샵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장사를 해 먹는담." 하던 말은 "그런 혜자스러운 해외직구 건샵이 나 같은 솦린이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에어소프트건이 탄생할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팔각형을 찾아가서 군장에 액세서리라도 하나 사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피시방에 가는 길로 그 건샵을 찾았다. 그러나 그 건샵이 있던 자리에 내가 원하던 상품은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팔각형이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편 국건샵의 상품 재고를 바라보았다. 푸른 창공에 날아갈 듯한 폭리 끝으로 마진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 그 때 그 팔각형이 저 꼬라지를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가스건을 깎다가 유연히 국건샵 상품들의 폭리를 바라보던 팔각형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채널 한켠에 "컨테이너 생활을 벗어나기 위한 영업 개시의 결정 입니다!" 최근 오픈한 팔각형 건샵 한국지부의 외침이 새어 나왔다.

오늘 채널에 들어갔더니 부랄친구가 더판을 하고 있었다. 전에 수옵틱스 조준경 꿀매를 건졌던 생각이 난다. 괜찮은 국건샵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직구가에 가깝게 파는 GBBR 제품도 거의 볼수가 없다. 할머니누나니 궁민학교니 애수를 자아내던 그 건샵들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문득 일주일 전 한국지부 만들던 팔각형의 모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