솝붕이 열 살 때인가 대장암으로 돌아가셨거든

그 때 난생처음으로 진짜 다시는 못 본다는 생각에 너무 슬프고 화가 나서 울다가 혼절이라는 걸 해봤다


엄마한테 대들고 아빠한테 대들어도 할머니 말씀은 잘 들으려고 하고 그랬는데…그런 거 다 필요없고 돌아가시니까 할머니한테 못되게 굴었던 것만 계속 생각나더라


할머니가 나한테 언제 다 커서 할미 업어줄거고 하시길래 열 아홉살 되면 업어드린다고 했거든

나름 그 때에도 눈치는 빨라서 할머니가 어딘가 많이 불편하시고 편찮으시다는 건 알았거든, 그래서 나이 많이 먹으면 더 힘 세지긴 할 텐데 그래도 너무 오래 걸리면 할머니가 그 전에 돌아가실 것 같아서 꼴에 짱구를 굴렸던 게 열 아홉 살이었어

그래서 그 때까지 꼭 건강하셔야한다고 했는데 알았다고 환하게 웃으시던 게 무색하게 중환자실에서 고생하시다가 가셨다


우리집이 큰집이라 할머니 할아버지 제사는 꼬박 꼬박 챙기는데 지난 주에 할아버지 제사였거든

제사 지낼 때 항상 두 분 영정 나란히 모셔놓고 지내는데 유독 그 날따라 할머니 얼굴이 눈에 밟히더라

할매가 해준 밥 먹고 싶다는 챈럼 글 보니까 나도 할머니랑 같이 손잡고 오손도손 이야기나 좀 하고…좀 업어드리고 싶다


이젠 열아홉도 아니고 스물아홉도 훌쩍 넘어서 우리 할머니 몇 번이고 업어드릴 수 있는데…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