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21살 미필이다.

하지만 다른 미필들하고 내가 다른 점은 난 14살 때 총이랑 아다를 뗐다는 것이다.


내가 아다를 땐 장소는 필리핀 세부에 있던 

호텔 슈팅 레인지였다.


그 호텔, 디게 좋더라. 5성급임.


하여튼 총은 호텔 들어가서 하룻밤 자고 양궁장 암벽등반 하고 나서 갔음.


총 두 번 총을 쐈는데, 한 번은 소총 한 번은 권총이었다.


나랑 나 형도 같이 쐈음.


사격장 들어가보니까 필리핀 아저씨들 둘이서 친절하게 맞아주신 다음에 총 진열장 보여주시면서 라이플이랑 권총 요금 얘기해 주시면서 소개해 주심.


라이플 카테고리 권총 카테고리 있었는데


라이플 카테고리에는

M1 카빈, 갈릴, M16, 컴뱃 샷건(?)


권총 카테고리에는

941, 글록, 크롬 도금된 1911,.38, 공기총 있었다.


나는 그 드럽게 큰 M16 가리켰는데

놀라운 건 M16에 유탄발사기 모듈이 그대로 달려있었음. 방아쇠는 안 움직이더라 




이렇게 생긴 모델이었는데 칠도 다 벗겨지고 총에서 약간 쇠 비린내가 나는 거 같았는데

진짜 이거 베트남전에서 응우옌들 좀 담궜던 물건인가 싶더라.



이건 우리 형이 고른 총이다.

우리 형은 너무 총이 미국스럽다고 옆에 갈릴 고름 ㄲㄲ 그거 상태도 안 좋아 보이던데 그 갈릴 핸드가드가 진짜 여고생 질입구마냥 짜글짜글한 나무쪼가리였고 코팅도 오지게 벗겨져있었음. 그거 지금 생각났는데 갈릴 MAR이었던 거 같다. 총열이 굉장히 짧았었거든.


쏘기 전에 나한테 3M 헤드폰 끼워주시면서 하는 말이 그거 M16는 2점사만 된다고 그러셨더라

생각해보면 않이 3점사도 아니고 도당체 어떻게 2점사를? 하는데, 그땐 그런 거 모르고 따당 따당 쐈다.


반동.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어렸던 내가 반동을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을 정도였었다. 세차게 반동이 오는게 아니라 누가 총열을 잡고 뒤로 부드럽고 강하게 미는 거 같은 느낌이었다.


총 소리에 관해서 얘기할 게 있는데, 헤드폰 왜 쓰는 건지 모르겠다. 써도 존나 시끄럽던데.


총 소리도 소리지만 M16, 탄피가 왜 그렇게 거칠게 튀는 지 모르겠다. 탄피가 튀어져나가서 사로 칸막이를 치고 내 관자놀이를 후릴 때 너무 깜짝 놀랐다. 탄피가 은근히 오랫동안 뜨거웠다.


나랑 형은 15m 사로에서 원표적을 했던 거 쐈던 거 같다. 15발씩 쐈는데 형은 15발 중에 10발, 나는 15발 중에 13발 맞췄다.


내가 그땐 어려서 내가 총을 ㅈㄴ 잘 쏘는 거 아닌가 싶은 착각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유리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까 말했다시피, 내가 고른 M16은 유탄발사기 모듈이 그대로 달려있었다.


M203, 그 방열구멍 뽕뽕 뚫린 그 총열 덮개, 그 모듈 말하는 거 맞다. 그게 왜 M320으로 대체됬는지 단번에 이해했던 거 같다.


우선 잡을 곳이 없어지고, 무엇보다 개 좆창나게 무겁다. M16이 탄알집 포함 3.2kg 왔다리 갔다리 하는 걸로 아는데 그 달려있는 물건은 5kg은 무조건 넘게 나갈 거 같았다.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거 불편했다.


반동이 위로 솟구칠 까봐 권총 손잡이는 몸 바깥쪽으로 힘 주면서 잡고, 잡을 곳이 없어서 유탄발사기 약실(?) 하여튼 그 방아쇠울 부분 앞에를 잡고 몸 안쪽으로 힘 주면서 잡는, 총을 분지르겠다는 각오로 쐈는데, 생각보다 반동이 적었다.


지금은 오히려 우리 형이 그 진짜 중동전쟁 때부터 굴렀을 갈릴 MAR을 가지고 10발 넘게 맞춘 게 더 대단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갈릴은 말했다시피 MAR이라 총열도 더럽게 짧았었으니까. 솔직히 나는 버프 받고 사격하고 우리 형은 디버프를 가지고 사격한 거나 다름없는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