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군장을 착용해야 하는 에어소프터나 일선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오리지널(속칭 '오리')와 레플리카(속칭 '레플')의 기준이나 분류를 헷갈려 하시는 경우가 있어 

어설프게나마 설명하는 글을 작성합니다. 


아래부턴 오리지널은 '오리'로, 레플리카는 '레플'로 지칭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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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달리 현재는 기관 주도가 아닌, 시장에서 민간회사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다양한 제품들을 제작, 출시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페로컨셉

스피리투스 시스템즈

런던 브릿지 트레이닝, 속칭 '엘비티'

TMC 택티컬 기어, 또는 TMC 스포츠기어

크라이덱스

밀리테크(밀리텍)


위에서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브랜드 제품들 중에 어떤 게 오리이고 어떤 게 레플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저도 종종 헷갈리는 편입니다.)




군장에서 오리와 레플을 나누는 기준은 크게 보면 한 가지입니다.


오리지널 => 이전에 없었거나 또는 유사하지만 조금 다른 디자인으로 만든 제품

레플리카 => 오리지널 제품의 디자인과 콘셉트를 '그대로' 카피한 제품


이렇게 나누면 조금 이분법 같은 느낌이 있어 첨언하자면,

'카피를 했냐 안 했냐'로 나뉘는 게 아닌 '얼마나 참고했냐'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령

이글 인더스트리스사의 mbss라는 제품이 있습니다.

콘도르사의 cpc라는 제품도 있습니다.


두 제품을 멀리서 바라보면 콘도르사가 이글사의 제품을 카피한 것처럼 보여서,

콘도르사 제품이 이글사 제품의 레플리카 아니냐라는 생각이 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몇몇 구성이 조금씩 차이가 나고 이름도 엄연히 다릅니다.



그런데, flyye사에서는 이 글의 이 제품과 '똑같은 이름'과 거의 90% 정도 일치하는 디자인으로 내놓은 제품이 있습니다. 

이렇게 디자인과 이름을 복제한 제품을 보통 레플리카라고 보는 것이지요.

(여담으로 이 제품은 현재 단종되었습니다.)


밀리텍의 트윈팔콘 LV119T, FCSK 2.0


밀리텍은 사피 플레이트(방탄판) 및 방탄헬멧을 주력으로 제조하는 회사이나 발매된 군장류를 보면, 

이름과 디자인부터 다른 회사의 콘셉트가 느껴집니다.

이름부터 LV119T는 스피릿투스의 LV119, FCSK는 페로컨셉의 Slickster(FerroConsepts SlicKster)를 뜻합니다.


다만!

세부적으로 보았을 때 제가 언급한 회사의 본래 제품과 살짝씩 디자인이 다른 것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필자 추정으로는 디자인 라이센스를 회피하려고 조금 다르게 해놓은 것 같네요.)


TMC  Jim Pate Carrier(J.P.C) / Rasputin Gen2 Jim Pate Carrier 


Crye Pricision  Jumpable Plate Carrier (J.P.C) / JPC 2.0



마찬가지로 TMC사의 JPC는 Crye사의 JPC를 매우 유사하게 복제하여 풀네임만 조금 다르게 출시한 제품이 있습니다. 

이는 다른 사람이 보아도 레플리카를 지향하는 제품인 것이죠.


요약하자면 디자인을 / 콘셉트를 / 이름을 모두 복제(카피) 했다면 레플리카라고 판단하셔도 무방합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게,

오리라고해서 막 당연히 튼튼하고 물/불 안 가리고 버틸 거고 박음질 안 터질 거고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군장류나 광학류 제품들이 오리라고 해서 모든 스트레스(악조건) 상황에서 버티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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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수요가 많은 군에서는 제품을 구매(납품) 할 때 일정 기준의 성능을 요구합니다.


이를 흔히 미국은 밀스펙(MIL-SEPC),

한국은 작전운용성능(ROC = 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 또는 국방규격)

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손님에게 대접할 때


손님 A는 '나는 묽은 소스에 밀가루 면으로 만들어주세요'

손님 B는 '나는 매운 소스에 찹쌀가루 면으로 만들어주세요'


라고 하면 주방장 입장에선 헷갈리고 당황할 수밖에 없겠죠?


짜장면 1 - 묽은 소스, 밀가루 면

짜장면 2 - 묽은 소스, 찹쌀가루 면

짜장면 3 - 매운 소스, 찹쌀가루 면

짜장면 4 - 매운 소스, 밀가루 면


이렇게 변하면 손님도 부르기 편하고 주방장도 쉽게 조리할 수 있을껍니다.




다시 군장으로 돌아와서


민간 슈터를 위한 스펙으로 나온 제품이 있고,

경찰을 위한 스펙으로 나온 제품, 군인을 위한 스펙으로 나온 제품이 있는 겁니다.


따라서 오리지널 제품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스펙이 아닙니다.

제품이 어떤 사용자를(=어떤 목적을) 위해서 나온 지에 따라서 다른 스펙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군/경을 기준으로 스펙을 보면

군에서도 사용목적/주체에 따라 원하는 성능과 단가가 다르고 그런 사항들을 계약할 때마다 세세하게 기술하려면

적잖은 행정력과 시간이 필요하고 납품하는 업체도 그런 기술을 하나하나 보려면 마찬가지로 리소스가 소모되니,

이러한 사항들을 분류/정리하여 MIL-STD / MIL-DTL과 같이 서술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용자는 이러한 스펙들을 확인하여

자신의 사용목적(임무)에 맞게 구매(보급)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로 들어서 사용자가 해상작전용으로 플레이트 캐리어를 사용해야 한다면


1. 발수 처리

2. 염해방지 처리

2. 수중/수상 이동에 적합한 방탄판(스위머컷/슈터컷)

4. 야간투시장비에 저피탐되는 NIR(적외선저피탐처리)와 위장 무늬

5. 그 외의 내마모성이 높은 소재 등등

을 중점으로 두고 군장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 성능들을 제품에 추가하기 위해선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에어소프터나 리인랙터, 코스플레이어가 사용하기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점을 노리고 레플리카 제품들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밀스펙 규격들을 생략하고 디자인을 카피하여 실제 제품과 유사하게 만들어서,

(군/경/기관 요원을 제외한) 니즈가 있는 소비자층에 공급하는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레플리카 제품을 군/경/기관에서 사용하지 않는것은 아닙니다.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일부 브랜드들은 고급화/네이밍 전략을 어필하면서 촘촘한 박음질이나 정품원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층에겐 레플리카 브랜드로 알려져있는 에머슨기어도 

정품 멀티캠/YKK지퍼/코브라 버클 등을 사용하여 다른 레플리카 브랜드와 차별화를 두고있죠.



제가 에머슨기어를 언급한 이유는, 일부 동구권 기관에서 에머슨기어의 AOR1 컴뱃셔츠(Crye 컴뱃셔츠와 유사)를 

실제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군/경/기관이라고 해서 무조건 오리를 쓰는것도 아니고, 에어소프터라고 해서 무조건 레플을 쓰는게 아닌 세상입니다.

각자의 사정과 니즈, 그리고 중요한 예산(...)에 따라서 사용하는것이죠.


그러므로 어떤 제품을 구매할지는 사용자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선택으로 생기는 모든 문제와 책임은 전적으로 사용자의 몫입니다.




그러한 점들을 명심하고 제품을 구매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글을 작성하였습니다.

글을 읽는 모든분들 좋은 하루,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기원하며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짧은 요약
1. 오리라고 해서 무조건 밀스펙은 아니다. 니즈에 따라 다양한 스펙이 들어가고 빠진다.

2. 레플리카라고 해서 무조건 안좋은건 아니다. 레플도 급이 있다.

3. 오리를 쓰든 레플을 쓰든 그건 사용자의 전적인 자유의지이다.

4. 다만 선택으로 생기는 모든 책임과 문제는 전적으로 사용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