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난 창작으로 먹고 사는 직업을 가지고 있음. 글이랑 그림을 다루니까 대충 만화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될듯.

 지금은 완결하자마자 다음작품 준비하느라 종종 밤새고 그러는 편인데... 본격적으로 이 일로 돈을 벌기 시작한 게 작년부터거든. 그래서 이쪽 업계에서 직업으로 갖는 나이대 치고 근소하게 빠르고(한 1~2년쯤) 페이도 신인에 비해 제법 높은 편임. 객관적으로 봐도 스타팅이 매우 좋은 편이지.


 근데 문제는 아버지가 창작 분야에는 완전한 문외한이고 나랑 내 직업이랑 장래 때문에 싸운 게 10년이 넘어감;;; 거의 15년 가량 된듯. 그래서 가족관계가 말 그대로 개차반이 되서 서로 주먹다짐까지 하고 ㄹㅇ 개씹 콩가루 집안 ON이 되버림... 그래서 기어코 작년에 난 계약 확정되서 바로 계약 이행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다짜고짜 "넌 지금까지 아무 것도 이룬 거 없으면서 왜 허송세월하고 있냐. 나이가 30이 되면 대체 어쩌려고 그러냐."라고 하면서 시비를 검 ㅋㅋㅋ 난 그때 계약 준비한다고 간이 계약서 존나 돌려보고 작품 준비하느라 바빠 뒤지겠는 상황에서 ㅋㅋㅋㅋㅋ

 그래서 나는 "아니 나는 계약 준비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뭘 허송세월을 해. 아버지랑 이런 시답잖은 대화 할 시간도 아까워."라고 노빠꾸로 받아침.(이미 작년 전까지도 진로에 대해 간섭하고 강요하는 게 심했음) 그러니까 존나 싸우고 나서 한 달 있다가 계약서 서명하고 아버지에게 던져주면서 "나 무직 아니니까 아버지 자식 병신 취급하지 말아라"라고 말하고 좀 넘어가나 싶었음.


 그러고 거의 1년이 지나... 어제 아버지가 또 존나 선을 넘은 것...

 이제 드디어 처녀작 조지고 본격적으로 창작을 업으로 삼는 인생의 프롤로그를 지나 첫 본문인 1장에 접어든 상황에서 아버지가 대놓고 또 "넌 지금까지 허송세월이나 보내고 대체 언제쯤 정신차릴 거냐. 아빠는 너 30 되면 어쩌려고 그러냐. 난 니가 30 40 될때까지 지원 못 해준다."라고 하면서 선을 넘음. 근데 우리 아버지라는 사람은 말이야. 내가 창작으로 업을 삼게되고 불과 어제까지 내 인생에 방해만 됐지 도움이 된 적이 없었던 사람임. 미성년자일 때는 창작으로 업을 삼거나 게임개발자로서의 길을 가려고 한다든지(이땐 막 초등학생이 될 무렵) 하는 선택에 늘 간섭하고 나한테 쌍욕 박는 건 기본에 줘패는 게 일상인 수준이었음 ㅋㅋㅋ 근데 작년에는 엄연히 건실한 성인이면서 이제 직업을 획득한 자식이랑 너죽고 나죽자 시전하면서 주먹다짐 했으니 가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ㅋㅋㅋ


 여튼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내 인생을 말아먹을 뻔한 직접적인 원인이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인데... 내가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는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아버지로서의 도리는 쌩까버리고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은 아버지가 지금까지 지원해줬으니(앞서 상기했듯 지원이 아니라 강요와 폭력으로 다스렸음) 30~40대까지 지원 못 해준다 이래 버린 거야.

 근데 솔직히 내 입장에서 보면 아버지는 나의 인생을 파멸시키는 포지션만 있었기에 오히려 난 아버지에게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단 말이야? 적어도 아버지가 내게 했던 걸 이제와서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거나 그마저도 하기 싫으면 금전적으로 보상을 받건 말이지. 그 정도로 아버지가 아무 노력도 안 하고 하다 못해 대화조차 거부하면서 난 해줄만큼 해줬다. 이따위로 나오니까 거기서 내가 스위치가 돌아버림.


 그래서 난 "내가 이정도 벌고 우리 세대부터는 오히려 내가 근소하게 나마 유리한 게 맞다. 아버지는 내 직업이 가망없다고 하는데 내가 이 업계에서 살아남을지 못할지는 30대 중반이 되어야 명확하게 결정된다. 그리고 난 당당히 맞설 준비가 되었고 살아남을 의지로 충만하다. 나는 비겁하게 순응하는 게 아닌 사회의 통념에 정면으로 맞서면서도 내 행동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관철하는데 아버지는 인생 동안 한 번도 이래본 적도 없으면서 이래라 저래라냐."라고 받아침.

 그러더니 아버지는 처음부터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지는 직업이 제대로된 직업인 거고 네 직업은 처음부터 그럴 수가 없으니 아무 가망이 없다. 라고 말하더라고. 근데 정작 거의 모든 분야의 거장들과 최고의 전문가들은 정말 가난했던 유년기를 겪었거나 오랜 시간 가난했던 사례가 흔했지. 창작은 사실상 모두가 그랬다고 볼 수 있을 정도고.


 그러면 대충 아버지가 생각하는 제대로된 직업은 월급이 세후 180 혹은 200 이상의 초봉을 가진 직업이고 아버지가 생각하는 깨어있는 청년은 20세가 되자마자 저 정도의 직장에 취직해서 월급 180~200 이상 버는 거라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래서 어제 존나 싸우게 된 이유가 1. 엄연히 아직 직업이 있는(하지만 작품 준비하느라 페이는 안 나오는) 자식에게 "넌 왜 세월이나 까먹냐. 대체 지금까지 세월 동안 네가 이룬 게 뭐냐."란 소리를 들은 거와 2. "네 직업은 가망이 없다. 왜 시답잖은 걸로 인생을 낭비하냐."하고 3. 실제로 말한 건 아니지만 뉘앙스상 "넌 병신이라 어차피 네 말은 들을 필요도 없다."라는 분위기를 이끌어가서 개판이 나 버린 것...


 근데 문제는 이게 10년이 넘게 똑같은 레파토리와 내용으로 반복됐고 심지어는 아버지왈 "나도 글을 썼었다. 하지만 이 길이 아님을 느끼도 너도 후회하지 않았으면 해서 막는 거다."(등단 혹은 고등학교 백일장 등에서 수상 경험X)라면서 대놓고 내 성과를 질투하는 식의 말을 해버림 ㅋㅋㅋㅋㅋㅋ 거기다 아버지는 글이라고 해봐야 몇줄 끄적거린 게 다인 데다가 나도 계약서 쓸 수 있었던 것도 등단 겸 공모전 수상이라 더 골 때림 ㅋㅋㅋ

 지금까지는 아무리 10년 내리 싸워도 그나마 작년에 계약서 주고 이제 아버지가 나라는 존재를 최소한 존중은 해주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어제 개판나고 보니 내가 아버지란 사람을 믿은 병신은 맞는 거 같다... 자기 자식을 어떻게든 끌어 내리려 하고 지지는 커녕 어떻게든 자식 인생 망치려고하면서 늘 자식을 병신 취급하는 사람을 아버지라 생각했던 내가 정말 멍청했음을 느꼈음...


 근데 더 기분이 거지 같은 게 뭔지 알아? 이전에 팀에서 팀장이 빌런이어서 스트레스 받은 건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아버지란 사람이 어마어마한 빌런이었다는 거야... 이제 거의 24시간이 지났는데도 어제 스트레스로 부정맥 증상 도지고 가슴 통증이 지속되는 걸 보면 이제 이 관계를 끊을 때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자식으로서의 시선으로 에솦챈의 아버지들에게 조언을 주자면... 가정에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 진솔하고 서로 존중하는 대화라는 것이다... 자존심 하나 때문에 진짜로 자식이 화병으로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는 걸 몸으로 느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