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내무군 짤. 글만 쓰면 핵노잼이라 모딩 AK 많이 들어간 짤을 중간중간 섞었음.


'내무군이 딴데 나가서 전쟁하는거 보니 외무군이냐'


라는 이야기를 온오프라인에서 꽤 많이 보고 들음. 직접적으로 묻는 사람들도 더러 있기도 하고. 사실 내무'군'이라는 조직 자체가 우리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생소한 조직일 뿐 아니라, 이를 지칭하는 원어 внутренние войска(Vnutrennie voyska)의 внутренний나 이를 영역한 영단어 internal 자체가 '내부'를 뜻하니까 그렇게 이해되는 것도 당연함.


일단, 러시아에서는 이 '내무군'을 어떻게 정의할까. 러시아 국방부의 국방백과사전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음.


'러시아 연방 내무부의 군 조직으로, 개인, 사회, 국가의 안전 보장과 개인,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범죄나 위법적 행위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딱 Internal 의 의미에 부합함. 그런데 모든 언어는 일단 끝까지 들어보라고 했으니 뒤이어지는 정의를 좀 더 살펴보자.


'내무부의 조직들과 함께 사회 질서 수호, 사회 안보 및 계엄 체제의 확보에 임하며, 중요한 국가 시설 및 특수 화물을 경비하며 국토방위, 국경 경비, 침략 격퇴 등에 임한다. 

조직적으로는 지휘부, 연합부대, 작전 수행을 하는 단위부대들-중요 정부 시설, 특수 화물을 경비하는 특수차량화부대, 항공부대, 해상부대, 정찰대, 특수부대, 교육대, 고등훈련기관, 의무기관, 학술연구기관-로 구성되어 있다. 

연합부대와 단위부대들은 내무군 총사령관에 직접 예속된 내무군 지휘부를 제외하고는 작전-영토 단위(주, 지역 사령부, 지휘부 등)에 속해있다.

내무군의 역사는 1811년에 조직된 내무수비대(Внутренняя стража/Vnutrennyaya strazha-Internal guard)로 거슬러 올라간다. 1816년에서 84년까지는 독립내무수비군단이 존재했다. 내무군의 소련 시기 전신은 전러시아 긴급위원회(체까 라고 하는 그 조직)군, 공화국 내무수비대, 내무군이다. '내무군' 이라는 용어는 1921년, 국경수비대와는 달리 국내 지역에서 복무하는  전러시아긴급위원회 부대를 지칭하며 나타났다.

1989년까지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군에 속해 있었다.'


볼드이탤릭해둔 부분에서 알 수 있다시피, 내무군은 국내 치안 유지를 하지만, 그 역할을 단순히 국내로 한정하지도 않음. 중요 국가 시설 및 특수 화물을 경비한다, 침략 이라고 번역한 것의 원어는 아그레씨야, 영어로는 aggression임. 즉 공격을 격퇴하는 것 역시 내무군의 주 임무라는 것임. 또한 내무군의 작전부대는 지역 및 야전부대 차원에서 운용된다는 것 역시 내무군이 단순히, 정말 문자 그대로 국내 임무만 수행할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대목임.


그럼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왜 내무군이 보이냐. 러시아 지휘부가 최초 상정했던 단기전 시나리오에서 정규군 기동부대가 치고 들어가면 후속제대로 내무군이 들어와서 치안유지활동을 한다는 것인데, 1차 체첸전의 시나리오와 유사한 부분이 있음.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체르노빌임. 러우전 개전 초 체르노빌을 지나간 러시아 정규군에 후속해서 화생방 부대와 함께 체르노빌 원전의 보안을 담당한 병력이 내무군 예하부대였음. 정규군 병력은 계속해서 키예프 방면으로 남진해야하니 정규군 전투병력 대신 '국가 중요 시설을 경비한다' 라는 임무에 적합한 내무군이 투입된 것임.


(우크라 포로와 체르노빌 원전을 경비하던 당시의 SOBR 대원)


자포로제 원전을 경비중인 SOBR 대원



고스토멜 방면(안토노프 공항이 있던)에 투입되었던 노보시비르스크 COBR


또 다른 이유로 머릿수의 문제가 있음. 정규군의 경우, 직업군인과 징집병으로 구성되어있는 상비병력을 제외하고 정식 전투인원을 늘리려면 동원을 하던 징집을 하던 여러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는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해야 함. 아무리 지지율이 140%니 어쩌니 하더라도 내년 대선을 앞둔 푸틴에게 전면 동원 내지는 대규모 징병은 너무 리스크가 큼. 더군다나 러시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전쟁이 아니라 특수군사작전을 견지하는 상황에서 총동원 내지는 대규모 징병은 어불성설인 셈임. 

따라서 정규군 병력의 동원에 한계가 있으니 부족한 전투원을 충원할 구멍은 내무군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 내무군의 경우 이미 양성되어있는 전투원들이기에 동원병이나 징집병처럼 훈련 시간을 들일 필요 없다는 이점이 있으며, 작전단위를 방면사령부 등에 배속시켜서 운용하는 것 또한 가능하기에, 러우전 초기 기동전이 돈좌된 이래로 만성적인 병력 부족에 시달리던 러시아군에게 있어 내무군을 운용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셈임. 

게다가 마리우폴이나 바흐무트 전투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골 때리는 시가전이 벌어질 경우 대테러전과 같이 시가 근접전에 특화된 내무군이 정규군보다 나은 점도 있음.




세 번째로, 내무군 본연의 임무인 국토방위와 관련되어 있음. 내무군 병력은 상술한 바와 같이 러우전 개전 초 정규군 병력과 동시 또는 후속해서 당초 러시아군이 진입했던 키예프, 체르니고프, 수미, 하리코프, 헤르손, 자포로제에 진입했던 바 있음. 하지만 키예프 방면 철수와 동시에 체르니고프, 수미에서도 병력이 빠졌지만 하리코프, 헤르손, 자포로제는 1차적으로 러시아 연방 구성 주체로 편입시킨 바 있음.

따라서 러시아 헌법에 의하면 하리코프, 헤르손, 자포로제는 러시아 본국 영토이기에 내무군의 '국토 방위' 대상 지역임. 지난 9월 하리코프 전역에서 우크라군과 교전한 부대들의 많은 수가 내무군 산하 부대였던 점이 바로 여기에 기인함. 특히나 병력이 부족하던 상황에서 중요도가 높고 주공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자포로제-헤르손 방면으로 정규군 부대가 많이 빠진 만큼 지역방어는 내무군 부대가 맡을 수밖에 없던 셈. 




내무군의 적극적인 투사가 이질적으로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긴 함. 하지만 러우전은 미국이 이라크나 아프간 쳐들어가는거나, 나토의 유고 개입과는 또 다른 성격의 분쟁임. 러시아는 이를 대외전쟁이 아닌 적백내전 내지는 체첸전과 같은 국내 분쟁으로 여기고 있고 일종의 영토 수복 내지는 방어전쟁으로 접근하고 있음. 그렇기에 방어 내지는 치안유지를 제1목적으로 하고 있는 내무군도 내부적 반발 없이 투입이 가능한 것임. (여기서 그건 러시아 생각이고- 하는 류의 이의는 안 받음. 이 글 자체가 러시아 편 들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러시아는 왜 내무군을 투입하는가를 다루고 있는 것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러시아의 관점에서 다뤄져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