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젤 레시피

위대한 미식가이자 여행가인 레디젤 사막의 요리 철인, 암귀 육질 감별사가 바로 나라고! 보아하니 풋내기네. 분명 사막에 막 도착해서 대충대충 살아가고 있는 거구만? 이 조니 아저씨가 쓴 레시피를 주지. 최소한 아사하기 전에 모래를 먹을 일은 없어진다고! 왜냐고? 모래 같은 건 먹으면 밖으로 내보내는 게 곤란하잖아! 하하하, 바보 녀석!


1. 레디젤 풍 간식

레디젤 사막에 오면 밖에서 먹을 수 없는 걸 먹어야 한다. 전채나 맥도날드 같은 걸 먹고 싶다면 어디로든 돌아가 버려! 레디젤 사막에 오면 말린 샌드버그! 귀뚜라미 튀김! 낙타 통찜! 레디젤 선인장! 이런 걸 먹어야 한다고!


좋아, 오늘은 샌드버그를 손질하고 요리하는 방법을 알려줄게. 이 녀석들은 레디젤 사막 어디서든 쉽게 잡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맛있게 만들긴 쉽지 않아! 일단 20cm 이상의 샌드버그 몇 마리를 골라. 너무 작은 것들은 다시 모래나 먹으라고 던져버리고. 먼저 몸통의 가운데를 잘 잡은 다음에 손으로 머리와 머리에 있는 모래주머니를 함께 뽑아버려. 원한다면 칼이나 가위를 써도 괜찮아. 그리곤 아무 막대기나 집어서 머리를 뽑은 곳에 집어넣어. 없으면 손가락을 넣어도 돼. 그럼 안에 숨어 있던 진흙과 모래가 밀려 나올 텐데 샌드버그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이 단계는 생략해도 좋아. 이렇게 하면 기본적인 샌드버그 손질은 끝이야. 말린 샌드버그를 처리하는 것도 방법은 동일해! 만약 당장 꼼짝도 못 할 정도로 배가 고프다면 이대로 바로 불에 구워도 돼. 다만 손가락을 꽂은 채로 불에 굽는 건 안 돼, 알겠지? 매년 바보들이 「조니 아저씨, 손가락도 같이 익어버렸는데 어떡하죠?」 라고 편지를 보낸다고. 손가락이 익어버렸으면 뭘 어떡해? 익었으면 고기인 거지 뭐. 안 그래? 만약 냄비가 있다면 이미 레디젤 사막에 사는 사람의 90%는 이긴 거야. 한마디로 어엿한 미식가라고 할 수 있지. 먼저 손질한 샌드버그를 달군 냄비에 넣고 소금을 뿌린 뒤에 노릇노릇한 향이 날 때까지 볶아. 그리고 나서 훈제 고추와 메뚜기 튀김을 넣고 순서대로 고추장 1큰술, 마늘가루 4분의 1술, 마조람 4분의 1술, 사워크림 5큰술을 순서대로 넣어. 마지막으로 물을 넣어서 20분간 끓여. 접시에 담으면서 위에다 어성초와 고수를 뿌리면 바로 조니 아저씨의 간편 샌드버그 메뚜기탕 완성이야! 이런 재료가 하나도 없다면 그냥 먹고 싶은 걸 다 때려 넣고 잘 익히면 돼! 다음번엔 이 조니 아저씨가 낙타 통찜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줄게. 일단 낙타를 넣을 수 있는 큰 찜통을 준비하는 것 잊지 마. 못 찾겠다고? 사막에 사람 찌는 걸 좋아하는 미친놈이 있으니까 녀석한테 가서 물어봐!


2. 술로 모래먼지 씻기

이 사막에는 모두 레디젤을 마시며 흥을 돋우는 변태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정말로 큰 실수하는 거야. 몇 명은 다리 아래 가축의 식량을 빼앗는다고? 오늘 이 조니 아저씨가 레디젤 사막에서 가장 훌륭한 「샌드버그 회전」 바에 데리고 가주지. 뭐? 미성년자라고? 그럼 낙타 젖이나 마셔!


네가 아직 성인이 안 된 꼬맹이라곤 해도 이 사막에 발을 들인 이상 이 술집과의 왕래를 피할 순 없어. 이곳의 모든 사람이 다 술집의 사장과 사메야마의 친구들이라고. 그러니까 들어와선 얌전히 있어. 양아치처럼 나대지 말고. 레디젤 렌치가 뒤를 봐주지 않는다고 해도 술집에 장착된 방범 기관포만으로도 네가 오줌을 지리게 만들 수 있으니까. 내가 이 책을 쓰기 보름 전이었을 거야.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애송이가 술집에서 난동을 피운 거지. 어떻게 됐게? 2분도 안 지나서 벌집이 돼버렸어. 그러니까 실력이 없으면 얌전히 술이나 마셔. 입조심하고. 그래도 이 집의 데킬라는 정말 끝내줘. 다른 곳의 데킬라는 선인장을 잘라서 용설란 이파리 몇 개 넣고 구운 걸 기름통에 채워서 묵히거든. 한 잔에 70%는 선인장이고 20%는 레디젤 클로티드(레디젤 사람들이 기름 마시길 좋아하는 게 다 이렇게 된 거지!), 10%는 모래란 말이지. 그딴 게 무슨 데킬라라고! 선인장 주스라고 하는 게 낫지. 근데 이 집은 정말 달라. 여긴 푸른 용설란초(어디서 구한 건진 모르지만)만 써. 이상한 거 안 쓴다고! 게다가 화덕에서 700도의 고온으로 천연 즙이 나올 때까지 닷새 이상을 기다렸다가 렌치나 망치로 용설란을 부순 다음에 맷돌... 그걸 맷돌이라고 부르는 게 맞겠지? 아무튼 그걸로 갈아서 오크나무통에 채워서 묵혀(오크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진 모르지만). 그걸 잔에다 따르면 황금색이나 조금 적갈색 빛이 나오는데, 북방에서 구해온 해염을 한입 물고 데킬라를 크게 한 모금 하면. 캬, 그 느낌은 마치 목구멍에서 불덩이가 터지는 거 같다고! 네가 이 술집에 온다면 숙성 데킬라를 추천할게! 그리고 최근에 새로 칵테일을 추가한 거 같은데, 보드카에 얼음이랑 라임, 그리고 진저 비어랑 약간의 사랑을 담아 만들었다는데, 이름이, 이름이 무슨 노새라고 하던가, 아무튼 직접 와서 먹어보라고!


3. 여행 낙타 상단

뭐? 네가 채식주의자라고? 맙소사, 그게 대왕 낙타 고기를 포기할 이유가 될 순 없어. 그냥 과일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입만 다물면 이 낙타 고기는 과일이 되는 거라고! 먹어 봐, 분명 사랑하게 될 테니까!


이 조니 아저씨도 젊었을 땐 사막을 두루 돌아다녔었지(멍청이나 할 짓이지만). 근데 누구든 머리는 한두 번 부딪혀 봤잖아? 정신을 잃었던 그때 하마터면 사막에서 죽을 뻔했어. 지나가던 여행 낙타 상단이 날 모래 속에서 꺼내주지 않았으면 난 이미 한 줌의 모래가 되었겠지. 하지만 그 덕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낙타 고기를 먹게 됐어. 상단장이 직접 조리한 큼직한 낙타 고기를 말이야(상단장이 나한테 자기 요리를 꼭 맛보라 하더라고. 난 굶어 죽기 직전이었으니까 절대 거절할 리 없었고). 크고 하얀 접시 위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기름이 좌르르 흐르고 있는 낙타 고기의 섬유질은 소고기보다 더 감칠맛이 났는데, 입에 들어가는 순간 사르르 녹아버리는 거야. 이로 고기를 뜯는 순간 침이 기름이랑 섞여서 흐르는데, 그 향기가 두뇌까지 몰아치더라고. 정직, 담백한 고기 본연의 맛. 다른 재료도 없었는데 다 먹고 나니 알몸으로 사막을 질주하고 싶어지더라(물론 감히 그랬다간 총알을 선물로 한 아름 받았겠지). 낙타를 고를 땐 상단장하고 이 조니 아저씨가 같이 고른 건데, 낙타들이 하나같이 토실토실해서 어떤 놈을 고를지 정말 어려웠지. 털이 빛나는 놈이 가장 많이 먹어대니까 그놈을 잡자. 다리가 긴 저놈은 다리가 길어서 그런가 자꾸 다리를 저네. 죽을 병이군. 잡자. 아이고 이 녀석은 너무 말랐네. 가죽이 뼈랑 상봉하시겠어. 어차피 오래 못 살 거 같으니까, 잡자. 그렇게 한바퀴 돌고는 결국 제일 토실토실하고 기름이 넘치는 놈을 골랐어. 상회장 말로는 태양이 너무 강렬해서 이 녀석이 못 버틸 거 같으니 잡아야 한다고 하더라고. 병이 있어 보이진 않았지만 낙타 관리자도 그렇게 말했고, 맛있는 음식을 포기할 수도 없고. 저녁 내내 먹었어. 모래 섞인 낙타유주랑 먹으니까 정말 입이 즐거웠지. 한껏 마신 후에 상단장에게 물었어. 「이렇게 좋은 낙타를 잡는 게 속상하지 않아요?」 그러자 상회장이 말했어. 「속상할 게 뭡니까. 옛것이 가지 않으면 새것이 오지 않는 법인데, 더군다나......」 그는 낙타 젖을 양껏 들이켰다. 「이건 내 형제의 낙타떼고 상단이니까요. 자자, 들어요. 알게 뭡니까.」 아무튼 말이지, 이 대왕 낙타 고기 같은 「과일」은(네가 채식주의자라면 이건 과일이야!!) 사막에서 꼭 한 번 먹어봐야 해!


4. 캡사이신 지옥의 악몽

뜨거운 열기! 터질듯한 매콤함! 매운맛은 레디젤 사막의 상징이지! 귀에서 연기가 날 정도의 매운맛, 입에서 불을 뿜고 머리에서 증기가 솟아오를 매운맛! 매운맛을 견딜 수 없다면 레디젤 사막의 모래바람도 견딜 수 없으리라. 옛말에 「매운맛을 즐기는 자 싸움도 잘한다」라고 했다.


지옥 라면 만드는 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 면을 익혀서 준비해. 물 네 공기를 넣은 냄비에 돼지 뼈 농축 육수와 엄청 매운 고추를 넣고 먹고 싶은 야채와 계란 물을 넣어서 끓인 후 그릇에 담으면 완성(이것도 못 하는 사람은 정말 조니 아저씨의 레시피를 꼭 봐야 한다). 하지만 오늘 조니 아저씨가 말하고 싶은 건 이런 간단한 게 아니라 내가 먹어본 가장 매운, 정말 진짜 진심으로 엄청나게 미칠 듯이 매운 라면, 「안구 폭발 라면점」의 지옥 라면이야. 지옥 라면 세트는 물 한 컵과 우유 한 컵을 같이 줘. 먹을 땐 면이랑 국물이랑 고기를 숟가락에 얹어서 한입에 먹는 거지. 한 입만 먹으면 강렬한 타는 느낌 속에 너는 환각에 빠지게 돼.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입과 혀가 말라비틀어지는 느낌이야. 거기에 강렬한 통증이 동반되면서 마치 눈앞에 사막이 펼쳐지는 기분이 들어. 온몸의 수분이 빠져나가서 피부가 손만 대도 부서지는 감자 칩처럼 변해버리고 세상에서 가장 메마른 곳을 걷는 것 같게 돼. 지면이 갈라지고 머리 위의 태양은 점점 더 강렬해지지. 목구멍을 찢어버리고 싶은 욕망이 자꾸만 자신을 끌어당겨서 묻고 따지지도 않고 옆의 물을 입안에 쏟아 넣게 돼. 물의 촉촉함에 이 조니 아저씨는 머리가 어질어질해졌어. 물이 목구멍을 넘어가자 눈앞의 광경도 따라서 변하더라고. 그건 오아시스였어. 안개에 뒤덮인, 그 안개 속에 아름다운 소녀와 섹시한 남성이 보이는(목이 매운 것만 아니었으면 휘파람을 불었을 텐데) 오아시스 말이야. 그들은 나를 오아시스로 이끌었어. 그렇게 내가 평안함에 젖어 있을 때 소녀가 내 머리를 잡아서 모래 속에 처넣었어(물로는 매운 게 해결이 안 되니까, 고통이 다시 시작된 거야). 모래 안에선 작열하는 용암이 나와 날 집어삼켰어. 난 한없이 밑으로 떨어지며 불타다가 결국 끝없는 암흑 속에 떨어졌어. 매움의 끝이 거기일 거야. 이어서 난 우유를 마셨지. 그랬더니 타버린 내 몸이 다시 태어난 거야. 뼈와 살이 다시 붙더라고. 눈앞의 시커먼 어둠도 다 걷히고 하얀 안개가 피어올랐어. 마치 거품 목욕을 하는 기분이랄까(다음 주제는 온천 요리로 해야겠다). 이게 지옥 라면에 대한 내 경험담이야. 지옥 라면 만드는 법을 요리사님께 물어봤는데 의외로 간단하더라고. 조니 아저씨가 앞에 써놓은 그대로야. 왜 그렇게 매운지에 대해선 요리사가 그러더라, 특별한 조미료를 넣었다고. 그게 어떤 재료냐 하면, 그건 영업 비밀이야.


5. 배부를 수 없는 요리 페스티벌

젊은 사람이라면 큰 꿈 정도는 있어야지. 아스트라의 모든 먹거리를 먹어보는 건 아니더라도 레디젤 사막의 먹거리는 다 먹어봐야 하지 않겠어? 뭘 그리 긴장해? 사막의 모래를 먹어치우라는 것도 아닌데! 근데 듣자하니 모래돌밥이 샤크팽 섬의 명물 중 하나라고 하더라......


레디젤 사막 에메랄드 호숫가에 위치한 풍년 마을엔 세상의 유명한 요리가 다 모여 있어. 그래서 3년마다 「배부를 수 없는 요리 페스티벌」을 열지. 백야성과 일루미나 연방, 그리고 북방에 심지어는 극동의 우수한 식자재까지 전부 이곳에 모여든다고. 모래돌밥, 양고기 파오모, 계란말이 등 정말 별 게 다 있는 미식의 낙원이야. 정말이지 인생에 최소한 한 번은 꼭 요리 페스티벌에 가봐야 해. 조니 아저씨는 세 살 때 혼자서 요리 페스티벌을 정복했으니 가히...... 흠, 일기당천? 유아독존? 뭐, 아무튼. 바로 그 해였어. 확실히 기억해. 왼손엔 구운 송충이를, 오른손엔 우적우적 오일스틱을 들고 입에는 팡팡 슈팅스타를 물고서 이것저것 뒤섞인 냄새 속에서 기묘하고도 미약한 향기를 포착해냈지. 향기를 따라 너저분한 노점 앞에 도착했는데 주인은 외팔의 젊은 사람이었어. 어떻게 생겼는지는...... 기억이 안 나. 아무튼 젊어 보이는 사람이었어. 하지만 그 사람의 요리, 황제 게살 고기는 영원히, 정말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맑고 투명한 게살은 붉은 빛이 흰 눈을 덮은 것 같았어. 아무런 가공도 안 하고 생으로 손님에게 내놨는데, 입에 넣는 순간 기이한 기분이 솟아오르는 거야. 짭쪼름하고 비릿한 맛이 단맛이 섞여서 마치 거대한 파도에 온몸이 젖는 것 같았어. 그건 박학다식한 조니 아저씨도 처음 느끼는 바다의 느낌이었지. 이윽고 노점 주인이 말했어. 「이게 나의 인생 레시피」라고. 이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 여러분들을 위해 이 조니 아저씨가 중요한 지식을 알려줄게. 이 세상엔 미식 헌터라는 직업이 있어. 그들은 목숨을 걸고 미식의 극치를 쫓아 가장 진귀한 식자재를 찾아다니지. 자신만의 인생 레시피를 완성하려 말이야. 그 노점 주인이 그런 사람이었지. 홀로 바다를 누비며 가장 큰 대왕 게를 잡아, 거기에 가장 깊은 심해수를 얹고 가장 순수한 해염을 뿌려 그 황제 게살 고기를 완성했던 거야. 그 후 조니 아저씨는 다시는 그 외팔 남자를 만나지 못했어. 아마 또 어딘가로 식자재 사냥을 떠났겠지. 미식 헌터는 만족을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인생 레시피가 하나로 되겠어? 최소 열 개 스무 개는 만들어야지. 응? 조니 아저씨의 인생 레시피가 뭐냐고? 간단해. 삶은 샌드버그 알. 모래 속에서 꺼낸 샌드버그의 알을 끓는 물에 빠르게 3분간 익히면, 손쉽게 부드럽고 야들야들하고 맛있는 샌드버그 알을 먹을 수 있지. 간단하고 실용적이고, 언제 어디서든 만들 수 있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