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찾기는 추락지점인 평원 북동쪽의 언덕을 중심으로 하기로 했다.


부품의 무게를 생각하면 그렇게 멀리는 날아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리시테아의 의견을 참고해서 내린 판단이다.


먼저 탐색 지점으로 선택된건 추락 지점보다 서쪽. 절벽을 따라 야생의 풀과 꽃이 자라는 완만한 언덕이었다. 


평원의 남쪽과 달리 전망이 좋고 이물질이 떨어져 있으면 바로 알수 있을거란 이유였지만 그 판단은 옳았다.


언덕을 뒤덮는 식물의 부드러운 저항을 손에 느끼며 잠시 잔디를 파해치는 것으로 목표로 하는 물건을 발견했다.


「....음, 혹시 찾고있는 부품이라는게 이건가?」


알도의 말에 바닥에 무릎을 꿇고 풀꽃과 씨름하고 있던 일행이 얼굴을 든다.


잔디의 쿠션 위에 굴러다니는 검은 바퀴. 


짐차와 마차에 사용되는 것에 비해 두껍고, 모양도 탄력있는 가죽에 금속 축이 끼워져있는 듯한 구조를 하고 있었다.


「맞아 이렇게 빨리 발견 하다니 징조가 좋네!」


응응 기쁜듯이 수긍하는 리시테아의 저편에서 윌이 음-하며 작게 신음했다.


「그 비행기 하늘을 날고 있죠? 그렇다면 이 바퀴는 도움닫기를 하기위한 장치인가요? 아니면 지상에서의 운반용?」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는듯한 모습으로 윌이 입을 연다.


「둘다야. 지금은 수직 이착륙기가 주류이기 때문에 도움닫기용으로 바퀴를 붙이는 사람은 없지만. 

뭐 원래 비행기 자체가 폐기되고 있지만서도...」


「그런가?」


「완전히 없어진건 아니지만, 에어 바이크나 호버라던지 작고 누구나 조작하기 쉬운 물건이 인기있어」


리시테아의 입에서 나온 단어로, 알도는 쓴 표정을 짓는다. 머릿속에 처음 IDA스쿨에 갈때 사용한 탈것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판 같은 건가... 그거 타는거 어렵지 않아?」


여행의 동료들은 잘 탔지만 알도는 판에 달라 붙어 떨어지지 않도록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 최신건 어시스트 기능도 붙어 있고, 아무리 균형 감각없는 사람이라도 떨어지지 않게 되어있을텐데」


「그거, 즉 자기가 조종하지 않아도 탈것을 움직일수 있단건가요?」


윌이 흥미로운 듯이 질문을 거듭한다.


「그래. 도로에서 사용하는 탈것의 조작은 수동 또는 자동을 선택할수있게 되어있고, 

수동이라도 위험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바뀌게 되어있어서 안전해」


「... 그러면 왜 리시테아의 비행기는 추락한거야?」


「음- 구멍을 통과할때 뭔가 문제가 일어났는지, 또는 공기중의 마력 농도의 차이로 인한건지 그쪽은 나도 모르겠어. 

뭐 부품이 빠진건 볼트의 조임이 느슨했다는 가능성도 있지만」


「그거 기계를 멈추는 부품이였지. 그게 빠진건 꽤 위험한거 아닌가」


알도의 말에 리시테아가 어색한 듯 시선을 돌린다.


「... 뭐, 기성품이라면 안전성에 문제 있음으로 리콜되서 순식간에 쓰레기장행이겠지」


「기성품, 그러면...?」


말에 위화감을 떠올리며 되풀이하는 리시테아의 표정이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이 섞인 것으로 변화한다.


「응. 사실 이거 내 수제야. 옛날에 비행기를 발명한 인간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만들었어」


「어?」


「어? 만들었다!? 하늘을 나는 기계를? 800년 후의 세계에서는 누구나 간단히 저런 대단한걸 만들수있나요? 진짜로?」


윌이 경악하며 리시테아를 추궁한다.


「누구라도인건 아니지만 버추얼 강의라든지 동영상으로 공부할순 있고 나머지는 재료와 도구와 근성이 있다면 만들수있...긴해」


「나도 리시테아씨와 같은 시대에서 태어나고 싶었는데...」


풀썩, 그 자리에 주저앉아 윌 하늘을 올려다 본다. 


그 눈동자에는 닿지 않는 곳을 보는듯, 포기하는것과 같은 선망의 색이 떠올라 있었다.


「그래? 나는 반대로 이 시대에 태어난 윌이 부러운데」


「왜죠? 지금보다 더 여러가지가 가능한 세계잖아요?」


「왜냐면 이 시대의 하늘이 날고있을때 기분 좋은걸」


윌이 의아한듯 미간을 찌푸린다. 이 대륙의 미래를 모르는 그는 리시테아의 말의 의미를 이해할수 없는 것이다.


「내 시대는 확실히 많은 것이 있지만,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도 녹색도 강도 바다도 없어. 하늘조차도 끝이 있고, 

세계에는 신비도 비밀도 남아 있지 않아. 이 시대의 당연한것이 우리 시대에는 없어」


알도는 눈을 감는다. 지상이 오염되어 태어난 땅을 버리고 하늘로 이주하는것 이외의 선택을 미래인은 할수없었다. 


엘지온의 주민들에게 들은 것이다.


「즉 뭘 말하고 싶냐하면 나도 윌도 꽤 행복하고 반면 불행한것고 있다는거 비교해봤자 소용없다는거야」


그렇게 단언하며 리시테아가 힘차게 일어났다. 그 얼굴에는 이미 쓸쓸함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럼, 기분전환하고 다음 부품을 찾으러 출발! 출발!」






누아르 평원 서쪽의 탐색을 끝낸 알도일행이 다음으로 향한 것은, 추락 지점에서 남쪽 중앙의 약수터였다


중앙은 북부와는 달리 바위가 많고 잃어버린 물건 찾는 난이도는 아까보다 높다.


물기가 많은 땅에 발이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나무와 바위의 틈새를 정성껏 확인해간다.


「음, 그럴싸해보이는건 보이지 않네」


손에 묻은 흙을 털고 알도는 허리를 일으킨다.


「저쪽 두 사람은 어떨까?」


미끄러질 위험이있는 물가는 알도가 맡고, 나머지 두 사람은 비교적 안전한 장소를 찾아달라고 부탁했지만, 


발견했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균형을 무너 뜨리지 않게 크고 작은 바위가 굴러다니는 물가를 빠져나와 평지로 돌아가보니 


나무 그늘에 시선을 비추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저쪽 숲에서 뭔가 반짝이지 않아?」


「정말 이네요, 뭘까?」


호기심대로 다가가는 두 사람에게 알도가 말을 걸려고 했다. 그 순간. 숲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나타난 것은 꽃과 동화하는 특성을 가진 녹색 괴물. 고블린의 돌연변이 종인 플럼 고블린이었다.


「햣」


「우와아아아」


당황해서 물러서는 리시테아와 윌의 사이를 지나 알도는 둘의 앞으로 뛰어들었다.


「위험해!」


허리에 찬 칼을 뽑아 적을 한번 베어 격퇴


「까..깜짝놀랐네... 오늘은 전혀 몬스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완전히 방심했어요」


「어쩌면 아까의 소리에 놀라 숨어있었다고 생각해」


마물은 동물에 가까운 성질을 가지고있는 것이 많고, 위험을 감지하면 쏜살같이 도망간다. 


평원의 끝까지 울려 퍼진 추락음은 마물들에게 끔찍했었겠지.


「즉, 지금의 마물은 놀라서 숨어 있었던 곳에 우리들이 접근하니까 흥분해서 튀어나온거란거? 나쁜짓을 한걸지도」


「그렇네요. 알도씨도 도와줘서 고마워요」


윌은 미안하다는 듯이 몸을 웅크리고 감사의 말을 입에 담는다. 알도는 거기에 목을 좌우로 흔드는것으로 응답했다.


「무사했으면 그걸로 됬어. 나 원래 바르오키 마을에서 경비대에 소속되어있어서 이 근처의 치안을 지키것도 내 일이야」


「그런가요? 그럼 다음에 스승님의 실험에 사용될 재료를 낚으러 올때 자경단 사람에게 부탁해볼까」


「낚시?」


「윌의 스승은 대체 뭘 발명하려고 하는거야?」


리시테아의 질문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프리즈마를 대체하는 새로운 에너지의 개발입니다. 지금은 찌릿찌릿하는 물고기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어요. 

갑자기 번뜩였다는것같아요」


알도의 뇌리에 이전 특이한 의뢰를 해왔던 발명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왕도 유니건... 찌릿찌릿하는 물고기... 발명가... 뭘까? 굉장히 예전에 겪었던 일 같은 느낌이네)」


「물고기를 이용한 대체에너지 라니, 윌의 스승은 재밌는 생각을 하네」


「예, 스승님은 천재라서요. 그런거 스승님 이외의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해요.

지금은 무명이지만, 장래적으론 대발명가가 될 것이 틀림 없어요!」


사인 받을거면 지금 뿐입니다 라고 윌은 자랑스럽게 가슴을 편다. 


조금 전부터 느꼈거지만, 윌은 자신의 전문분야와 좋아하는 이야기라면 다변가가 되는것 같다. 


스승에 대한것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는거겠지.


알도는 문득 가볍게 얘기했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면 미래에도 이름이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네」


「응. 미그랜스 왕조는 꽤 오래 지속됬기 때문에 유명한 과학자와 예술가도 많이 있고, 

어쩌면 윌의 스승도 그 안에 있을지도 모르겠네」


리시테아의 말에 윌은 마음속으로부터 기쁜듯이 웃었다.


「갑자기 의욕이 넘치네요. 이 근처에는 아무것도 떨어져있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면 부품을 백개 이백 개라도 찾을것 같아요.」


다음 장소로 갑시다, 라며 윌은 의기양양하게 걷기 시작했다.






「설마 이렇게 멀리까지는 안 날아오지 않았을까?」


비행기 주위를 어느정도 다 찾고 탐색 범위를 남쪽의 저지대까지 넓힌건 좋았지만 


조금 전까지와 다르게 작은 부품조차 발견할수 없게 되었다.


「가능성은 낮다지만, 만일을 위해서야. 게다가 봐, 찾아봐서 없었다고 해도 여기는 없다는게 밝혀졌으니 더이상 안찾아도 되잖아」


「그건 확실히 그렇네. 나중에 찾으러 돌아오는것도 두번 수고하는거니까」


「그렇지?」


바닥에 무릎을 대고 잔디를 파해친다. 아까부터 몇번이고 반복하는 행위탓에 손에 완전히 잔디의 냄새가 배어 있었다. 


평야에 자생하는 바질의 향기가 코에 닿는다.


「.... 꽤 찾아봤지만 그럴싸한건 안보이네」


「그렇네. 나도 나도 찾은거라곤 누가 두고간 목재랑 빈병뿐이야」


리시테아의 시선의 끝에는, 부품을 찾는중에 발견한 쓰레기 더미. 


분실물에 관해서는 나중에 주인을 찾아준다고 해도 


불법투기된 쓰레기에 대해서는 언제 한번 마을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죄송합니다. 헛걸음하게 해버렸습니다」


「무슨말이야. 여기에 없다는걸 알았으니 진전이 있잖아」


미안하다는듯 사과하는 윌에게 아까 그 자신이 전한 말을 사용해 위로한다.


「알도씨...고맙습니...우왓!」


고맙다는 말을 위해 일어나려던 윌이 갑자기 균형을 잃고 뒤로 쓰러졌다 . 


알도는 당황해서 손을 뻗었지만 그 손에 잡힌건 공기뿐이였다.


「아퍼....」


넘어질때 엉덩이를 부딪힌 윌이 조금이라도 통증을 완화시키려고 허리에 손을 댄다.


「괜찮아?」


「네, 다리에 뭔가가 걸려 넘어진것뿐이라서 괜찮아요」


또 쓰레기도 떨어져있나하며 알도는 윌이 쓰러지는 원인을 만든 뭔가에 눈을 돌렸다. 


길게 뻗은 잔디 사이로 단조로운 색의 물체가 보였다.


「응? 이건...」


「아-! 네 발밑에 떨어져있는 그거! 그게 프로펠러야!」


윌의 발밑을 가리키며 리시테아가 소리친다. 


당장 뛰어오를것 같은 기세로 기뻐하는 리시테아에게 쓴웃음을 지으며 알도는 다시 윌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핫. 헛걸음은 커녕 맹활약이였네」


「소 뒷걸음 치다 쥐잡은 격이네요」


윌은 내민 손을 잡고 일어섰다. 바지에 묻은 잔디를 털어낸후 그는 리시테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섬세한 부품에, 바퀴, 프로펠러, 이제 부품은 다 모였지?」


「응. 남은건 비행기를 수리하고 연료가 되는 프리즈마 광석을 찾는것뿐이야」


목적중 하나가 달성되어서인지 리시테아의 얼굴은 밝아졌다. 미소 속에 깊은 안도의 색이 보인다. 


적극적이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모르는곳에 날아가서 불안을 느끼지 않는 인간은 없다.


빨리 원래의 시대로 돌려보내야겠다고 알도는 다시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엄, 부품도 모였고, 일단 비행기있는곳으로 돌아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