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마 광석이 내뿜는 밝은 빛에 쌓인 어두운 숲. 


밤낮을 가리지 않고 햇빛이 들지않는 숲을 윌은 혼자 걷고있었다.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보고는 걷고, 다시 걸음을 멈추고는 또 같은 일을 반복했다. 


주위에 사람이 있으면 무슨일일까 하며 주목받았을것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 이 숲속에는 그 밖에 없다.


「....좀처럼 적당한 사이즈의 프리즈마가 없네」


윌이 숲에 들어가고 꽤 시간이 흘렀지만 목표로하는 프리즈마 광석을 찾지 못했다.


작은 것이라면 몇개 발견했지만, 윌이 찾고있는 것은 무거운 기체를 사출시키기에 충분한 에너지와 장시간의 비행을 견딜 광석이 아니면 안됬다.


프리즈마 광석의 채굴장으로 유명한 달빛의 숲이라고 하더라도, 그만한 크기의 것은 찾기 힘들다. 


수십 년 전에는 바위같이 거대한 것도 있었지만, 일반 가정에서 이용되고 난 이후, 매장량은 급격히 감소했다.


「이것도 틀려. 저쪽것도 아니야. 좀 더 안쪽으로 가면 손대지 않은 광석도 있을까. 하지만...」


윌은 숲 속으로 이어지는 거친길을 가만히 보고 머뭇거렸다. 지금까지는 사람의 손이 닿은 길이었다. 하지만 이 앞은 다르다. 숲을 잘 아는 사람 이외는 갈수없는듯한 자연의 길이다.


「....」


어둡고 깊은 밤의 색이 짙은 곳으로 윌은 천천히 다리를 내디뎠다.






윌이 프리즈마 광석을 찾아 숲 안쪽으로 나아간것과 같은 시각 두 남녀가 어두운 숲에 발을 내딛으려고 하고 있었다.


「이게 달빛의 숲. 낮인데도 어둡고...뭔가 신비한 장소네」


낯선 곳인데도 불구하고 무서워보이는 기색없이 어두운 숲 속으로 다리를 옮기는 리시테아는 입을 열자마자 처음으로 그런 감상을 흘렸다.


태양이 지지 않는 시간인데도 하늘은 어둡고 거대한 달이 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장소만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격리되어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숲이다.


「아름다운 장소지. 익숙한 나라도 여기의 경치에는 바로 매료되곤해. 단 숲에는 마물도 서식하고 있으니, 너무 멀리가지 말아줘」


「그렇게 위험한 장소야?」


「이 근처는 아직 괜찮지만, 안쪽에는 강한 마물도 있고, 같은 경치라서 방향 감각을 잃어버릴수있어. 호위를 해주거나, 숲에서 길 잃은 동료를 찾아달라며 마을 경비대에 오는 일도 드물지 않아」


「그럼 빨리 윌을 찾지 않으면...」


「아아, 그렇지. 부디 숲 안쪽까지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행로는 평화로웠다. 먹이가 되는 생물을 찾아 둥지로부터 나와있던 작은 마물과 가끔 조우하는 일은 있었지만, 그 이외의 대형생물과는 만나지 않았다.


멀리서 짐승의 소리나 새들의 날개 소리가 들려오긴 하지만 다가오는 기색은 없었다. 


생물의 기척보다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의 소리가 더 클 정도였다.


소리가 사라진건 숲의 중간 정도. 펑펑 솟아나는 물에 젖은 빛나는 풀꽃의 골목을 빠져 나온 뒤의 일이었다.


조용해진 숲은 속삭이는 얘기조차 울려퍼질 정도라, 수다쟁이인 리시테아의 말수도 자연스럽게 적어졌다.


「고민스러운 얼굴인데 무슨일이야?」


「유난히 조용하다고 생각해서. 이 근처는 강한 마물도 있어서, 작은 마물이나 동물이 접근하지 않아. 그래도 원래라면 생물의 기척 정도는 있었을거야」


알도는 언제든지 검을 뽑을수있도록, 손잡이에 손을 대고 주위를 경계한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린것은 그때였다.


「이 목소리, 설마...」


「윌!」


알도와 리시테아가 뛰기 시작한건 동시였다.


초목과 자갈로 구성된 길이라고 부를 수 조차 없는 험로를 두 사람은 달린다.


램프처럼 발밑을 비추는 화초. 그것이 끊긴 곳에 찾아다녔던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 모습이 헤어졌을때와 같은 것에 안도하면서 알도는 시선을 숲 안 속, 엉덩방아를 찧은 윌이 바라 보는 저편으로 향했다.


주위의 나무에 굴하지 않는 거구, 마른 피를 연상시키는 녹슨 붉은 피부, 이상할 정도로 붙어있는 근육, 육식 동물처럼 날카로운 눈과 이빨을 가진 마물


사람들이 숲의 파수꾼이라고 부르고 두려워하는 붉은 아베토스가 거기에 있었다.


「도, 도와줘....」


자신을 향해 크게 치켜든 곤봉으로부터 도망가듯 윌이 몸을 오그라뜨린다.


「그렇게 두지 않아...!」


칼을 뽑은 알도가 달리는 기세 그대로 땅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하아아아아!」


백은으로 빛나는 일섬이 숲의 파수꾼의 곤봉의 궤도를 바꿨다. 반동으로 거체가 스윽 기울었다.


「괜찮아?」


적으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고, 알도가 등뒤에 있는 윌에게 말을 건다.


「가, 감사합니다.」


「윌 다친덴 없어?」


달려간 리시테아가 윌의 몸을 여기저기 만져 상처의 유무를 확인한다. 윌은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습니다. 리시테아씨. 놀라서 넘어진것뿐입니다...」


「다행이다....」


리시테아는 하아아 크게 숨을 내쉬었다. 알도도 슬쩍 미소지으며 그대로 뒤에 서있는 두사람에게 지시를 내렸다.


「나는 이 녀석을 쓰러뜨릴게. 두 사람은 그대로 조금 떨어진 장소에 있어줘」


숲의 파수꾼이 곤봉을 지지대로 삼아 일어서려고 하고 있었다. 그것을 눈치챈 두 사람은 "네" 라고 짧게 대답하고 서둘러 근처의 나무 그늘로 몸을 숨겼다.


알도가 검을 다시 잡으니, 격노하듯 거구의 마물이 포효를 질렀다. 원인은 먹이가 달아난것에 대한것인지, 무기에 상처가 난 것인지, 목소리를 가지지않은 짐승의 의사는 알 수 없다. 


전해져 오는 것은 몸을 오싹하게 하는 살기뿐이다.


나무 같은 거구가 분노 상태로 돌진해 오는 것을 알도는 왼쪽으로 도망가는것으로 회피


「이쪽이다!」


윌 일행을 의식하게 하지 않도록 피하면서 칼끝으로 팔을 베었더니, 숲의 파수꾼은 그대로 알도를 쫓아왔다.


원래 지능이 높은 마물은 아니지만, 흥분 상태가 되어있는 탓에 더욱 사고력이 떨어진것 같았다.


비전투원 두 사람으로부터 멀어지듯이 숲 안쪽으로 도망간 곳에서 알도는 발을 멈추고 뒤를 돌아 본다.


근육량 때문에 부풀어 오른 것처럼 보이는 상체에 비해 날씬하게 느껴지는 발이 땅을 밟을 때마다 숲 전체가 흔들리는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체격도 체중도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순수 파워 대결에서 인간은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다가오는 적을 상대로 알도는 한쪽 다리를 내리고 검을 잡는다.


「와라!」


알도의 그 목소리를 도발이라고 파악했는지, 숲의 파수꾼이 낙뢰를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소리로 짖는다. 


그대로 왼손에 든 곤봉을 질질 끌며 먹이로 정한 알도를 향해 속도를 올리며 접근한다.


조금 전까지 발밑의 흙을 깎아내렸던 곤봉을 크게 치켜올렸다. 


자갈과 흙이 알도의 시야를 약간 차단한다. 회피가 일순간 늦었다. 둔기가 알도의 앞머리를 스친다.


「큭....」


공격을 가까스로 피하면서 알도는 상체를 구부려 적의 발을 베어버렸다. 가아아 하며 고통의 소리가 울려퍼져도 느낌이 없다. 


붉은 피부에 덮인 몸은 보통의 아베토스보다 훨씬 딱딱하다.


「그렇다면...」


거구의 겨드랑이를 지나쳐 등뒤로 돌아 오른쪽 허리부터 무기를 든 왼손을 향해 비스듬히 베어 올렷다. 


검의 칼끝이 왼쪽 겨드랑이의 비교적 부드러운 고기의 표면을 약간 깎아냈다. 그 기세 그대로 왼손을 두 번 세 번 고속으로 베어나간다.


격렬한 연격에 숲의 파수꾼은 손에 든 곤봉을 떨어뜨렸다.


알도는 적이 자세를 다시잡는 것보다 빨리 칼을 쥔 채 다리를 사용하여 높이뛰어올랐다. 무기를 잃은 지금, 적에게 머리위로부터의 공격을 방어할 수단은 없다.


「하아아앗!」


정수리를 노리고, 힘껏 검을 내려친다. 보통의 검으로는 숲의 파수꾼의 딱딱한 피부는 베어낼수 없다. 하지만 이것으론 충분했다.


쿵....하며 바위에 금속을 부딪힌것 같은 둔탁한 소리가 주위에 울려퍼진다.


숲의 파수꾼이 눈을 뜬채, 등을 바닥에 대고 대지에 쓰러졌다.


날카로운 이빨 달린 입에서 거품을 내뿜고 부들부들거리며 거체를 경련시키고는 있지만, 기절해있을뿐 죽진 않았다.


아무리 몸을 단련해도 뇌는 단련할수 없다. 강한 힘으로 뇌를 흔들어대면 일시적으로 전투불능이 되게하는건 가능하다..


「아직 살아있는 것 같은데, 내버려둬도 괜찮은건가요? 또 덮쳐온다던지...」


나무그늘에서 모습을 엿보고 있던 윌과 리시테아가 전투가 끝난 것을 확인하고 돌아왔다. 


리시테아에게 부축받아 걷는 윌의 발걸음은 두려움이 느껴졌지만, 창백했던 안색은 조금 전보다도 꽤 좋아져 있었다.


「그건 괜찮다고 생각해. 이 녀석은 영토를 어지르지 않는 이상 덮쳐오진 않아. 

숲을 침범하는 자들을 제거하는 파수꾼 같은거야. 그러니 우리들이 여기에서 떠나면 순순히 자기 구역으로 돌아갈거야. 프리즈마는 내가 찾을테니 두 사람은 먼저...」


「그런건 괜찮아! 이 녀석이 일어나기 전에 빨리 여기서 나가자!」


리시테아가 알도의 말에 끼어들듯 입을 연다. 자신을 위해 누군가가 위험해지게 둘순없다는듯 얼굴에 쓰여있었다.


「그치만 큰 광석은 이 부근에서 밖에」


「돌아가는길에 찾을거니까 괜찮아! 나, 운은 좋은 편이니까!」


「알았어」


리시테아의 말에 알도는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