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이제야 다 봤네.
맛있다야.



찰리는 셰익스피어의 외손녀라는 의외의 설정과
이중인격 언행에서 나오는 갭차이가 볼거리였지만
공연을 하기가 어려운 시대적 배경에 비해 사건이 제법 순탄하게 흘러가서 살짝 아쉬운 느낌.
(이벤트 볼륨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지만) 

디케는 판사로서의 유능함과 더불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모티브 그대로 정의의 여신 그 자체여서 사실 큰 울림이 없었어.
(굉장히 올바르기 때문에 오히려 뻔한 느낌?)

올리버는 포그 워커에 대한, 그리고 아버지의 발자취에 대한 고뇌가 인상적이긴 하지만
사실 근무시간을 어떻게든 준수하려는 직장인의 모습이나 어나이트 햄의 행적이 더 눈이 가서...
(올리버에겐 미안하지만 어나이트 햄은 존나 멋있는 걸)


각 스토리마다 아쉬운 지점들은 있고
에릭의 스토리 또한 그렇지만,

철없이 해적 놀이나 할 것 같은 왈가닥 소녀의 모습인데도 불구하고
매우 조숙한 모습을 보이며 다른 의미의 '성장'을 추구하는 캐릭터라 유독 눈이 갔음.



덧붙여, '성장'에 대한 헤럴드의 시선이 여러모로 사색하기 좋은 주제였다고 봐.
스스로 나아가는 '성장'과 타인이 떠미는 '성장'의 차이를 중점으로 두는 건 나로선 꽤 신선했어.
실제로 에릭은 전자의 모습을 많이 보여줬고, 후자는 경직된 재단의 분위기와 좀 일치하는 부분이 있지.

손녀가 산초와 에페를 데려와 유능한 선원들이라며 자랑스럽게 소개시켜주고
재단의 마녀들을 상대한 것에 대해 조잘조잘 떠드는 모습을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을 헤럴드의 모습이 훤한데

재건 이 씹새끼들이








에릭의 대사 중 '하지만 그들은 존재해' 라는 말이 내게 많은 울림을 줬어.
'~거야'도 아니고, '라고 믿어'도 아닌, 분명히 있다는 확신에 찬 어조.
난 이런 확신을 잘 못하거든. 그래서 유독 눈에 갔나봐.

어른으로 성장하면 아이로서의 무언가를 잃는다 라는 클리셰는 워낙 흔하지만 (당장 디지몬만 봐도...)
에릭은 '허무'와 '허영' 너머에 있을 보물의 존재를 느꼈어.
허무하게 상장을 잃을 줄 걸 알면서도 끝까지 에릭을 배웅한 산초와 에페도
아마 에릭의 이런 면모에 매료되서 함께하는 거겠지? 


생각해보면 꽤 하드한 게... 어린 나이에 자신을 지탱해줄 가족을 전부 잃고

헤럴드와의 약속이라곤 하지만 가짜 편지까지 써가며 에릭을 속여온 데다가
능력의 부작용으로 외적으로도 큰 상처를 입고 혼수 상태까지 빠졌고
이 모든 걸 며칠 만에 한꺼번에 겪은 건데... 하 씨, 어떻게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 있지?
난 12살에 메이플 사기 당해서 울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헤럴드의 바람대로 멋지게 성장할 거라는 기대가 생겼고
혼자가 될 수도 있지만 유능한 조력자도 둘 있고,
아직 어리기 때문에 어떤 풍파가 에릭을 꺾을지 모르는 일이지만
충분히 절망스러운 상황을 한번 딛고 일어난 인물인만큼
앞으로의 성장을 응원하고 싶은 캐릭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