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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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 부관은 사구 위에 서있었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거의 잊은 상태였다. 몸은 심하게 닳았고, 양다리는 한쪽은 길고 한쪽은 짧았으며, 어깨 갑옷은 한짝이 부족했고, 텅 빈 내부가 훤히 보였다.
검 또한 부러졌는데, 아마 동족을 베다 부러진 것 같았다. 그는 풍차 안에 숨어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모두 집에 돌아갈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애원했다. 그는 약속을 지켰다. 두세 시간은 그들 같은 이들에겐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그는 언덕 위에서 태양이 질 때까지 기다린 뒤 풍차를 파괴했다.
고탑 속의 유령들, 대도서관 폐허 속에 묻혀 있던 책들, 무인 모래 해적선, 목숨을 재는 저울...... 그는 마왕과 한 약속을 기억하며, 각지에 흩어진 동족들을 카즈데일로 데려오기 위한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그 자신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우리 앞에 펼쳐진 이 광활한 금빛은 무엇이지? 사막? 바다? 아니면 수많은 카즈델 중 하나?
갑옷은 가라앉고 있었다. 그는 이제 몸과 모래알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마치 기억과 역사를 구분할 수 없는 것처럼. 모래가 머리 위까지 쌓이면, 그는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똑, 똑똑"
머리 위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아마도 깃털 달린 짐승이 그의 머리에 난 풀을 먹이로 삼는 것이겠지.
"쾅~ 쾅~"
그가 묻혀 있던 사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흔들리는 건 사구가 아니라 그의 몸이었다. 누군가가 그를 걷어차고 있었다. 자세를 보니, 아마도 그를 ~~가장 오래된 혼이자, 카즈델 최초의 수호자이자, 모든 마왕들의 참모였던~~ 공처럼 차려고 하고 있었다.
"네놈ㅡㅡㅡ"
"들려? 들리고 있다면 죽은 척 하지 마.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너를 들고 다녔으니, 너도 좀 도움이 돼줘야겠지. 못 한다면 고물상에 팔아버릴 거야!"
"......내가 무엇을 했으면 하는 거지?"
"와, 엄청 침착하네. 옛날에 몸집 커다랬을 땐 "꺼져라!" "싫다!" "이방인!" 같은 소리만 지르지 않았었어? 나보다도 못 배운 줄 알았는데.
"폐하께서 선택하신 사람이 이렇게나 막돼......."
"그 말 자주 들어. 자, 잔소리 하지 말고 일이나 해."
"무슨......."
그의 몸이 떠올랐다.
"힘은 충분할려나? 폭약 좀 더 넣을까?"
그는 날아갔다.
높이 날아올라, 사구를 지나, 폐허를 넘어, 직접ㅡㅡ
카즈델로.
그 자신이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곳이라 생각했던 곳으로.
이 비행경로대로라면, 그는 그대로 왕정 의사당에 충돌하게 될 것이다. 그가 모든 일족의 혼을 바쳐, 마왕 엘레쉬와 약속을 했던 그곳에.
"위샤델! *살카즈어*"
"이야, 그렇게나 스스로를 저주하는 거야, 사랑하는 조상님?" 젊은 살카즈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더 세게 터치고, 깨끗하게 날려버린 뒤엔, 우리 함께 돌아가는 거야ㅡㅡ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