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2화




오늘도 시작된 하루. 식욕이 없었기에 간단하게 세안을 하고서 현관문을 열었다.

 

“박사님, 좋은 아침입니다!”

 

“…쿠리어? 무슨 일이야. 이른 아침부터 찾아오고…”

 

“조금 걱정되어서요.”

 

“…엔시오가 보낸 거라면 필요 없어. 돌아가.”

 

“아, 아니에요. 그냥 정말로 걱정되어서 찾아온 거에요.”

 

“…난 괜찮으니 이렇게 찾아오지 않아도 돼. 설마 죽기라도 하겠어…”

 

“그런 말씀은 장난이라도 하지 마세요!”

 

“미안…”

 

오늘따라 하늘은 먹구름이 가득 차 검게 물들었다. 

마치 내 마음과 같았다.

한숨을 내쉬며 집무실로 들어갔다.

쿠리어는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그대로 따라 들어왔다.

 

코트를 대충 걸어 두고서 의자에 기댔다.

삐걱거리는 의자, 째깍거리며 돌아가는 시계, 말없이 소파에 앉아 있는 쿠리어…

 

“저기… 쿠리어.”

 

“네! 부탁하실 거라도 있으신가요?”

 

“아니… 그…그게, 딱히 할 일이 없으면 나가서 산책이라도 다녀오는 게 어때.”

 

“아… 네. 용무가 생기시면 꼭 부르셔야 해요.”

 

“알았어.”

 

그는 마지못해 자리에 일어서서 나갔다.

그냥 조금 혼자 있고 싶었다. 얼굴로는 괜찮다며 웃었지만, 아직도 마음의 정리를 끝내지 못했다.



쿠리어가 아침에 찾아왔을 때 새삼 기대했다.

엔시오가 보냈을까 봐, 고백하기 전과 같이 나를 대할까 봐.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럴 거라면 고백은 역시 하는 게 아니었다.

이제 와 후회한들 뭐하겠는가. 복잡한 심경으로 집무실을 나갔다.



바람이나 쐴 겸 옥상에 올라갔다.

조금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옷깃을 꽉 잡았다.

 

“별일이군. 담배도 안 피우는 당신이 옥상에 다 오고…”

 

“아, 텍사스. 좋은 아침…”

 

“…마음고생 심하겠네. 박사.”

 

“벌써 소문이 다 났구나.”

 

“미안하다.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괜찮아, 그야 그렇게 펑펑 울었는데 소문이 안나길 바래는 것도 이기적인 바람이겠지…”

 

“한 대 피겠어?”

 

“…”

 

그녀는 담담히 내게 담배를 내밀었다. 그녀 나름대로 위로의 표시인듯했다.

나는 말없이 담배를 꺼내 집었다.

그리고 입에 가져다 대었다.

그녀가 내게 다가왔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기에 불을 붙이기 위해 가까이 다가왔다.

 

“콜록…콜록… 하아…”

 

“괘..괜찮아?”

 

그때 누군가 내 담배를 낚아챘다.

그는 손으로 으깨 바람에 휘날려 보냈다.

 

“애한테 좋은 거 가르치는구만, 텍사스.”

 

“플레임브링어… 콜록…”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괴로워하는데 잠시라도 잊어야 하지 않겠어?”

 

그는 손가락을 튕겨 텍사스의 이마를 쳤다.

 

“애를 완전 폐인으로 만들려고 작정했군. 박사 잘 들어라. 아무리 로도스의 리더가 그 작은 소녀라 하더라도 우리를 이끄는 건 너다. 네가 그렇게 무너져 다른 것에 의지하기 시작하면…”

 

“알아, 안다고. 그런데 나도 내 마음을 조절할 수가 없는 걸, 나도 미칠 것만 같다고!”

 

나는 괜히 소리를 질렀다. 


그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이건 사적인 문제다. 타인의 시선에서는 그저 사소한 문제. 

그리고 이 문제 때문에 수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

 


“…소리 질러서 미안.”

 

나는 말없이 옥상을 내려왔다.

 



“이번엔 네가 잘못했다. 플레임브링어.”

 

“하아… 여자는 원래 다 저러냐?”

 

“모른다.”

 

“하긴, 네가 평범한 여자는 아니지.”

 

그들은 난간에 기대어 하얀 연기를 내뿜었다.

 

 

 

 

집무실로 돌아와 정신없이 일거리를 찾았다. 

일에 허덕이며 살면 잊힐까, 조금은 잊힐까 싶어 미친 사람처럼 일했다.



자발적으로 선내를 돌아다니며 누수 된 곳을 찾았다.

보고서를 수십 장을 작성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오후가 되었다.

점심도 까맣게 잊어버린 채 일을 해버린 것이었다.

 

 

*노크소리*

 

“네, 들어오세요… 쏜즈? 어쩐 일이야.”

 

“많이 바쁜가?”

 

“아… 아니야, 괜찮아.”

 

그는 내 손을 잡아채고서 어딘가로 향했다.

영문도 모른 채 나는 그의 몸에 이끌려 따라갈 뿐이었다.

도착한 곳은 요새 번창하는 라테라노 디저트 가게. 

디저트와 굉장히 이질적인 남자였던 그가 이곳에 날 데려온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저기, 쏜즈… 여기는 왜?”

 

“…일단 먹어라. 네가 좋아하는 것들로 담았다.”

 

“나는 괜찮…”

 

“어휴, 답답아.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브라더, 여성에게 그렇게 대하면 아무도 안 좋아한다구?”

 



어디선가 나타난 위디와 엘리시움, 그들은 자연스레 옆에 앉았다.

그들은 자초지종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젯밤에 갑자기 우리 둘을 부른 거야. 박사, 네가 조금은 기운 차리게 하고 싶다고, 도와달라고.”

 

“그래서 브라더가 불러서 단~ 번에 달려갔지.”

 

“한참을 고심해서 내놓은 게 약재를 배합해서 기억을 지워버린다거나.”

 

“실버애쉬를 매료시키는 약품을 만든다거나.”

 

“결과는 무조건 약품을 통한 기억 말소로 끝맺음이 되길래… 네가 좋아하는 디저트 카페로 데려가라고 했더니.”

 

“역시는 역시. 브라더는 여심을 요만큼도 모른단 말이지.”



 생각보다 술술 부는 그 둘 때문에 웃음이 나왔다. 

 


“쏜즈 답다 해야 하나… 고마워.“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폭탄 발언을 내뱉었다.

 

“박사, 나와 교제하지 않겠나?”

 

나는 먹던 커피를 도로 뱉고야 말았다.

나뿐만 아닌 엘리시움과 위디도 그가 미리 말하지 않은 발언이었는지 굉장히 놀랬다.

 

“…뭐? 장난치는 거라면 하지…”

 

“장난? 나는 항상 진지하다. 박사.”

 

“갑자기 그렇게 말해도…”

 

“야 이, 등신아!”

 

위디는 그런 그의 목덜미를 잡고서 밖으로 끌고 나갔다.

엘리시움은 위디를 말리지 않으면 쏜즈가 맞아 죽는다며 서둘러 그들을 따라나섰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뱉은 그의 발언에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잠시 뒤, 그들이 돌아왔다.

쏜즈는 머리 숙여 사과했다.

 

“미안하다. 그게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네 마음을 가볍게 본 것도 아니야.”

 

“…그럼 무슨 의미인데?”

 

“그거래... 질투작전.”

 

“뭐?”

 

“일부러 다른 남자와 행복하게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가 마음이 바뀌지 않을까 해서 그런 말 한 거래.”

 

위디는 그의 말을 다 파악한 듯 술술 설명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쏜즈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됐어. 그런 게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겠어.“

 

“저기 박사, 저 도넛이 그렇게 맛있다던데…”

 

“너는 눈치 좀 챙겨!”

 

해맑게 웃으며 도넛을 가리키던 엘리시움은 그녀의 저수 포에 얻어맞고서 그대로 쓰러졌다.

죽지는 않았을까 살짝 걱정되었다.


나는 엘리시움이 가리켰던 도넛을 주문하고 자리에 일어섰다.

 

“걱정해주는 거는 고마운데… 이런 식은 아닌 것 같아. 미안해, 쏜즈. 기껏 생각해왔는데…”

 

“그런가, 괜찮다.”

 

“박사, 기운 내… 남자가 걔 혼자 뿐은 아니잖아.”

 

다들 남자는 그 하나뿐이 아니라며 잊으라 한다. 그게 말처럼 쉽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거짓된 미소를 지으며 가식적인 말을 내뱉을 뿐이었다.

 

“응, 고마워.”

 

 


말 없이 그저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누군가를 마주쳐도 그들은 그저 똑같은 안부, 똑같은 위로를 건네온다.

나는 하염없이 웃으며 똑 같은 미소 똑같은 말을 내뱉는다.

이제는 모르겠다… 더 이상은….

 

 




 

◇박사의 집무실 앞

 

“쿠리어, 박사 못 봤어?”

 

“네… 아까 분명 있으셨었는데. 죄송합니다. 엔시아 아가씨…”

 

“무슨 일 생긴 거 아니겠지… 으으으….”

 

그들은 갑작스레 사라진 박사를 찾고 있었다.

어제부터 상태가 조금 안 좋아 보였기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좋지 않은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이렇게까지 무너져 내린 그녀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큰 걱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다들 집무실 앞에서 뭐해?”

 

“아, 위디씨… 박사님 못 보셨나요?”

 

“박사는 아까 우리랑… 아직도 안 돌아왔어?!”

 

“어디서, 어디서 봤는데!”

 

“아까 우리랑 새로 생긴 디저트 가게에 있었어… 분명 먼저 일어나서 갔는데.”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죄송합니다. 엔시아 아가씨!”

 

“쿠리어! 어디가!”

 

그는 매우 빠른 속도로 달려나갔다. 새로 생긴 디저트 카페 쪽으로 순식간에 달려 도착했다.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근 사람들을 붙잡고 박사의 행방을 물었다. 그녀의 용모를 설명하고 조금씩 단서를 모았다.

그녀의 자취를 따라 도착한 곳은 한 공원이었다.

먹구름이 가득 낀 구름은 어느새 비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춥다…’

 

비가 내린다. 아마 분명 감기에 걸릴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혹여나 마주칠까, 그것도 아니라면 또 지긋지긋한 거짓 웃음을 지으며 변명을 해야 될까, 그 무엇도 달갑지 않았다. 머리카락은 빗물에 젖어 앞을 가렸다.

 

“…감기 걸리겠어요.”

 

“…필요 없어. 가.”

 

“못 가요.”

 

“…”

 

몸이 떨려왔다. 비를 너무 많이 맞고 있었던 걸까…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나왔다.

 

“…가요.”

 

그는 내 손을 잡아끌었다.

나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싫다고, 가라고, 내버려두라고!”

 

그는 억지로 나를 안아 올렸다.

내가 힘으로 아무리 저항한들 그를 이길 수는 없었다.

눈시울은 붉게 물들었고, 빗물이 흐르는 건지 눈물이 흐르는 건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나를 안고서 빗속을 묵묵히 걸었다.


 그의 품에 안겨 걷던 길, 또 다른 이가 비에 젖어 거리를 방황하고 있었다.

익숙한 사람이었다...

 

“엔…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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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라 하루종일 글만 쓸 수 있어서 행복해!

2~3편 내로 끝맺음 질 것 같아!!

재밌게 봐줘서 고마워요. 댓글은 저에게 큰 힘이댐니다.

좋은 소재는 언제나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