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문드문 봐서 혼자 북치고 장구친 걸 수도 있음


처음 봤을 때 결말을 이딴 식으로 낸 의도도 모르겠고 페넌스처럼 머리 한 대 엊어맞은 거마냥 뭔 개소리고 싶은데 


오히려 이게 정말 마음에 들었음.


가볍게 보면 페넌스랑 레온 투초랑 그렇고 그런 관계인 줄 안 후배의 삽질일 거고 


뽕 들이키고 과몰입하면 페넌스의 고민을 깔쌈하게 잘 끝낸 느낌임. 전체적안 요약은 아래와 같음 :


1. 페넌스는 자기 연설을 보고 감명받아서 신도시로 가면 동업할 수 있겠냐는 용감한 대학 후배를 만나게 되고 기쁘게 수락함. 

2. 그뒤 화제는 장관님 추모식으로 흘러감. 페넌스는 본인 스스로가 불쌍한 사람이라며, 장관님에 비하면 각오가 없는 사람에 불과했고 레온 투초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며 자조함.

3. 후배는 꼭 그렇게까지 가지 않아도 페넌스와 같은 용기를 내는 사람조차 극소수라며 위로함. 그러더니 갑자기 한 마디만 더하겠다고 뜸을 들임.


이어지는 하이라이트 파트의 전문은 아래와 같음. 중간에 맥락을 끊은 게 아니라 진짜 이렇게 끝남 :



- 후배: ~ 사람들은 모두 현재의 삶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죠.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 후배 : 하지만, 라비니아 선생님,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할게요.


젊은이는 갑자기 진지해졌다.


- 후배 : 레온 투초 벨로네, 그가 더 이상 패밀리의 후계자가 아니라고 해도, 저는 여전히 패밀리 출신인 그 사람을 믿을 수 없어요.

우리는 그와 절대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까요. 그러니 혹시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 페넌스 : .......네?


"후배의 이력서" 획득 :

또박또박 깔끔하게 쓴 이력서만으로도 이것의 주인은 매우 세심하고 성실하며, 그 존재가 일종의 희망임을 알 수 있다.



스토리가 마지막에 띡하고 심플하게 올라오는 안내 멘트를 보면 후배의 존재를 일종의 희망이라면서 아주 크게 보고 있음.


단순한 인물평 치고는 엄청 거창한데, 건조하게 할 말만 하는 명일방주 필체를 생각하면 유독 튐.


갑자기 비질 뒷담까는 뚱딴지 같은 소리로 끝나서 머리가 댕~한 채로 이걸 생각하면서 다시 마지막 소신 발언을 보면 대략 이걸 왜 넣었나 감이 잡혔음


개인적으로 '페넌스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후배를 빌려 끝냈다고 생각함.



시라쿠사의 전체적인 테마는 모순이기 때문에, 페넌스는 우울증 걸리기 딱 좋게 시작부터 끝까지 고민 질문 대답 사색을 오지게 돌려댐


본인 정체성부터가 빽 때문에 연명하는 재판관이라는 것에서 답이 나옴. 단독행동 마지막은 사실상 후일담이니까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가서도 페넌스는 자기의 정체성이 본인만의 것인지 아니면 패밀리의 것과 무늬만 다른 게 아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함.



결말부에서 후배는 본인이 레온 투초랑 다르지 않다고 방금 전에 본인 입으로 말한 페넌스한테, 딱 잘라 우리는 걔네와 다르다고 선을 긋고 곤란하면 연락하라며 대화를 똥으로 알아먹었나 하고 뻔뻔할 정도로 당당하게 얘기하고 감. 상황을 다시 보면


- 비질과 페넌스는 누나 동생하는 사이고 페넌스도 사실상 패밀리와 아주 깊게 연관된 인물임


- 그리고 그런 페넌스가 본인도 정체성이 패밀리와 같은 거 인정한다며 농담 삼아 얘기하는데,


- 후배라는 놈이 진지하게 비질은 전 패밀리 출신이라 못 믿겠다면서 대화를 듣긴 한 건지 우리는 아예 다르니까요 ㅇㅇ 이럼.



페넌스의 입장에서, 후배는 마지막까지 갈피를 못 잡던 페넌스의 정체성에 "패밀리 아님"하고 하던 고민이 아깝고 어이가 없을 만큼 시원하게 한 방 날림.


좀 더 멀리서 보면, 사실 신도시에는 페넌스가 얽매일 패밀리도 없고, 페넌스는 그런 신도시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도 볼시니 시의 생각만 하고 다른 애들이랑 달리 답을 내지 못한 건 페넌스임. 그러니까 결국



1.결말부 전, 후배는 자조하는 페넌스를 위로하며 지금의 자신이 내린 결정은 자기 자신만 옳은지 확인할 수 있으나 미래의 우리를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함


2. 또한 적어도 후배의 눈에 지금의 페넌스는 패밀리와 완전히 다르고, 그러니 마지막에 일반인으로서 패밀리 떄문에 위험하면 연락주란 건 페넌스가 얼탈 이유가 없는 아주 당연한 소리이며


3, 결정적으로 마지막에 후배가 '저는 여전히 패밀리 출신인 그를 믿을 수 없어요'라고 하지만 페넌스도 사실상 패밀리 출신이라 다를 게 하나도 없음에도 페넌스는 존경하며


4.후배는 이새끼 지금 비꼬나 싶을 정도로 페넌스를 일반인처럼 대하는 것에서, 결국 후배 입을 빌려서 얘네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도 페넌스의 정체성은 다른 사람들 눈에는 패밀리가 아니고, 미래의 페넌스의 정체성은 신도시에서 뭘 할 지에 달렸다'


정도의 투로 페넌스의 이야기를 끝내고자 한 것 같음


줄이자면 후배는 처음 대화의 전제부터 페넌스를 일반인으로 보았지만 오히려 페넌스가 아 나 패밀리 아님? 아 나 패밀리 같은데? 따흐흑 나 패밀리인 듯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


존나 그냥 써논 거 술먹고 프롬뇌 굴린 수준으로 과몰입한 거 아님? 싶기는 한데


 갑자기 바뀌는 흐름이랑 진지해졌다~ 희망이다~ 이런 거 보니까 의도한 거 같아서


시간 난 김에 주절거려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