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23이라고 불리는 구축함 소녀가 있었다.


눈을 떠보면 어느새 광대한 바다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고, 그녀에게는 다른 동료인 구축함 소녀 둘과 함께 인류의 적인 세이렌을 격멸할 사명이 주어졌다.


변변찮은 현장 지휘 하나 없이, 그저 상부의 지시에 순응하여 매일같이 출격이 반복되었다. 


주포를 쏘고, 어뢰를 뿌리고, 회피하고, 퇴각하고...


자신이 인간인지 그저 인간의 형상을 한 군함에 불과한 것인지 고민하는 것도 잠시. 장시간의 전투로 피로에 쩌든 그녀와 동료들의 눈 앞에 허름한 기지가 보였다. 


이른바 NY기지.


NY 기지는 말만 거창한 '기지'였을 뿐, 사실상 버려진 부두의 기반 시설을 수리하여 임시방편으로 건물과 건조 도크를 올린 수준에 불과했다. 하다못해 현장 지휘관도 부임하지 않은 허울뿐인 곳. 분명 그녀들은 훌륭하게 성과를 내고, 적어도 뉴욕 시 근해에서만큼은 세이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활약을 했지만, 기존 재래식 군대와 높으신 국회의원들은 그녀들의 존재를 그리 달갑게 여기고 있지 않았다. 큐브라는 정체불명의 물질에서 태어난 함선소녀라는 존재. 세이렌도 대체 어디서 튀어나는지 모른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내심 그녀들을 세이렌과 동질로 보고 있을 터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분한 마음이 드는 Z23이었지만, 이내 한숨을 쉬었다.


적어도 인류를 구하자고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만큼은 진실이었으니까.


"후아... 졸려... 잘래..."


"래피! 또 여기서 이러면 안 된다니까요~"


그녀의 동료인 밴슨급 구축함, DD-459 래피가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려는 찰나, 옆에 서 있던 J급 구축함 6번함인 재블린이 쓰러지려는 래피를 겨우겨우 붙잡았다.


"정말... 숙소로 같이 돌아가요."


"zzz...."


이미 반응이 없는 래피를 질질 끌다시피 숙소로 데려가려는 재블린이, Z23을 향해 말했다.


"고생했어요! 니미."


"네... 먼저 들어가세요."


어느새 니미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녀였지만, 이유는 몰랐다. 그저 그렇게 부르고 싶대나.


당장이라도 잠이 들 것 같은 그녀였지만, 내일도 출격을 해야 하니 의장 점검도 해야 하고, 파손된 장비도 수리해야 했다. 그녀들의 의장은 사실상 그녀들 본인이 아니면 제대로 수리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피곤한 몸일지라도 어찌어찌 오늘 안에 해결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당장 오늘 전투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바로 그녀였으니까.


그렇게 그녀가 한숨을 쉬며 수리 전용 도구가 위치한 정비실로 발걸음을 옮기자, 그 곳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남자가 서 있었다.


눈처럼 하얀 해군 특유의 하약 제복을 입고, 멋드러진 제독모를 쓴 남자가.


그 남자는 천천히 수리 도구를 살펴보며, 정비실의 풍경을 눈에 담는 것 같았다. 적어도 이글 유니온의 정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면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 해군 쪽 관계자일 터였다.


"아, 드디어 돌아왔나."


인기척을 느낀 젊은 외모의 남자가 뒤를 돌아봤다.


"Z23인가? 소문은 들었다. 근방의 세이렌들을 때려잡는 데 큰 공헌을 했다고 들었다만."


"아뇨...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소개가 늦었군. 오늘부터 이 기지에 부임한 지휘관이다. 앞으로 잘 부탁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