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를 마친 지휘관은, 피곤에 쩌든 Z23의 얼굴을 보곤 한숨을 쉬었다.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일컫는 주제에, 알량한 정치 논리 하에 제대로 된 지원도 해주지 않는다. 쥐꼬리만한 예산으로 대체 어디까지 운영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으나, 이대로면 있던 희망도 없어질 판이다.


매일 쓰는 전자기기도 5년이 지나지 않아 고장나기 일쑤인데, 하물며 인간형 '장비'인 그녀들은 어떻겠는가.


"정비하러 온 건가?"


"네. 보다시피... 내일도 출격이 예정되어 있으니 자기 전에 끝내야 합니다."


"그렇겠지. 상부의 지시는 나도 확인했다."


지휘관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Z23의 장비를 능숙한 솜씨로 살펴봤다.


"정비, 나한테 맡겨주지 않겠나?"


"네? 지휘관님이요??"


"이래봬도 지휘관 적성에 가장 알맞은 남자라서 이 곳에 온 참이지. 너희들의 장비는 어디까지나 저번 2차 세계대전 당시의 함선 스펙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설계도와 구조만 알면 정비는 그럭저럭 가능하다."


지휘관은 Z23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대로 의장을 떼어내 능숙한 솜씨로 정비실에 배치된 각종 드라이버와 수리 도구들을 꺼내들곤 나사를 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Z23이 스스로 정비하던 것보다도 훨씬 자연스럽고 능숙해서, 보기만 해도 안심이 되었다.


"이제 들어가서 쉬어도 돼. 정비는 내가 할 테니. 다른 애들은 이미 휴식 중인가?"


"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제 의장이니까 제가 직접..."


"너희는 소중한 전력이다. 휴식도 업무 중 하나니까, 제대로 쉬어 둬."


지휘관은 슬쩍 미소를 짓고는, 무언의 압박으로 Z23을 정비실에서 내보냈다.


지휘관에 의해 정비실에서 내보내진 Z23은 본능이 이끄는 대로 피곤한 몸을 겨우겨우 이끌며, 재블린과 래피가 깊게 잠들어버린 숙소로 들어와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다음날, 눈을 떠보니 벌써 해가 중천이었다.


"헉! 설마!"


서둘러 시계를 확인한 Z23은, 세상 모르게 잠들어 있는 재블린과 래피를 깨우기 시작했다.


"일어나세요! 벌써 12시라구요!!!"


"zzzz.... 후아.... 졸려...."


"응...? 니미... 무슨 일인가요...?"


아직도 비몽사몽 중인 그녀들을 닥달하며, Z23은 분주히 몸을 움직였다. 분명 오늘은 오전 중에 출격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그보다 지휘관은 왜 그녀들을 깨우지 않은거지?


허겁지겁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그녀들은 집무실을 향해 달렸다. 상부로부터의 지시를 받기 위해 매일같이 드나들었던 집무실이지만, 이제 지휘관이 착임했으니 그 역시 분명 집무실에 있을 터였다.


"오, 다들 일어났나? 피로가 좀 풀린 모양이라 다행이군. 그 쪽의 재블린과 래피는 초면이겠군. 반갑다. 어제부로 이 기지의 지휘관으로 부임했다. 앞으로 잘 부탁하지."


아무도 쓰지 않던 집무실 책상 위에 벌써 한가득 서류를 올려놓은 지휘관은, 쾌활한 어조로 허겁지겁 달려온 그녀들에게 인사했다.


"지휘관님! 안녕하세요! 전 재블린이예요!"


"지휘관... 안녕... 나는 래피..."


재블린과 래피가 새로 부임한 지휘관에게 따라서 인사했다.


"왜 안 깨우신 건가요!"


"오늘 출격은 내가 상부에 사정사정해서 취소시켰다. 너희들, 지금까지 제대로 쉰 적도 없지? 휴식은 꼭 필요하니까. 그리고 오늘은 앞으로 이 기지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 심도 깊은 의논을 할 참이야."


Z23의 책망 어린 질문에 지휘관은 대수롭지 않다는듯이 답했다.


출격이 취소되었다니 다행이지만.


"일단 이 기지의 문제점은,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전력이 부족해. 너희들은 제대로 된 휴식 없이 매일같이 출격하고 있었고, 효율도 떨어졌지. 그러니까, 오늘은 이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한다."


"해결이라고 하신다면?"


"답은 건조지. 즉전력으로 쓸 수 있는 새로운 함선소녀를 영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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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나올지 추천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