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유는 1936년에 체결된 몽트뢰 협약에서 찾을 수 있음

몽트뢰 협약은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보스포루스 해협, 다르다넬스 해협의 선박 통행권에 대한 협약임

1차 대전 이후 오스만이 오체분시되면서 두 해협은 비무장화됐고, 국제연맹의 감시 하에 모든 상선과 군함의 통행이 원칙적으로 자유로워졌음

근데 1930년대에 들어서니까 이탈리아가 파시즘 500배를 찍는데, 얘네가 이때 터키 코앞에 있는 도데카니사 제도를 영토로 가지고 있었음. 거기다 대놓고 군 기지를 짓고 요새까지 지어대니까 터키 입장에선 이새끼들이 해협 건너서 흑해까지 팽창하는 걸 막고 싶었지

그래서 터키 영토와 주권의 안보라는 명목으로 슬슬 유럽 열강에 재무장화 떡밥을 푸는데 의외로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였음

단, 유럽에 신경쓰기 싫다고 한 미국은 협상 참여는 물론이고 참관도 거부했고, 흑해 진입을 노리던 이탈리아는 당연히 소리 빽빽 질러가며 대놓고 시비털었음

이때 스위스의 몽트뢰라는 곳에서 각국 대표단이 협약을 맺는데, 영프독소 등 웬만한 유럽 열강은 물론이고 일본까지 참여했음

협상은 주로 영프 vs 터키 vs 소련의 구도로 진행됐는데

영프의 목적은 소련 흑해 함대의 지중해 진출 방지였고

터키의 목적은 어떻게 됐든 해협의 절대적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

소련의 목적은 어떻게든 해협을 통과해 지중해에 나가는 것

이 네 국가의 이해관계 때문에 군함들에 대한 통행 규정이 존나게 꼬임

1. 일단 흑해에 접한 영토가 있냐 없냐에 따라 흑해 국가 (소련, 터키, 루마니아, 불가리아)와 비흑해 국가로 나눔

2. 비흑해 국가들은 해협 통행 8일 전에 터키에게 해당 사항을 통지하여야 하며, 한 번에 9척 이하이며 총합 배수량이 15000톤 이하인 군함들만 통행할 수 있음

3. 흑해 안에 있는 비흑해 국가들의 군함 배수량 총합이 3만톤 (특수 규정 4만5천톤)을 초과할 수 없음

4. 단 흑해 국가는 그런 거 없고 구축함 2척 이하 호위가 붙은 주력함을 톤수 제한 없이 통행시킬 수 있음

5. 흑해 국가의 잠수함 통행은 잠수함이 흑해 밖에서 건조되었거나 흑해 밖으로 수리 목적으로 파견될 경우 제한없이 가능함

6. 국적 불문하고 배수량 10000톤이 넘는 군함의 통행은 불가. 단 4번에 따라 흑해 국가들은 이걸 쌩까고 "주력함"은 톤수 무시하고 통행 가능

여기서 특이할 만한 점은 항공모함은 주력함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별도 조항이 존재한다는 거임

그런데 요즘 항모가 10만톤급을 바라보는 시대에 제한은 아직도 1만톤이니 미국 등 비흑해 국가들은 당연히 항모를 넣을 수 없고, 러시아도 흑해 국가지만 항모는 주력함 예외에 포함되지 않으니까 즈그 항모를 해협에 넣을 수 없음

그래서 소련/러시아는 아무튼 우리 항모에는 순양함 주무장으로 달리는 똑같은 미사일이 달리니 주력함인 항공"순양함"이라는 논리를 차용해 해협 안팎으로 자유롭게 항모를 통행시킬 수 있는 방법을 확보하게 됨

미국이나 나토 국가들은 즈그 항모를 흑해에 못 넣지만 러시아는 넣다뺐다 맘대로 할 수 있는 거임

그럼 터키는 왜 이런 꼼수를 묵인하냐고?

러시아 꼼수를 막는다고 조약문 개정이라는 카드를 꺼냈다가는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 때문에 해협에 대한 터키의 통제권을 존나게 약화시키는 더 골때리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임

하나 용인해주는 대가로 지금 국제법보다 훨씬 빡빡한 조약을 유지할 수 있으니 그게 터키한테 더 이득이거든

심심하면 유럽이나 미국에서 몽트뢰 협약 가지고 말 나오는 이유가 이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