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급은 시마카제급이지만 실제로 생산된 함선이 네임쉽 시마카제 한척 뿐이어서 시마카제급이라고는 잘 안 불린다



실제 전적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미국과는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던 일본의 어뢰 구축함 건조 기술의 한계까지 찍어봤다는 의의가 있다


일본이 가진 최고의 기술력으로 실제로 만들어본 함선 + 전과 없음 + 어이없는 죽음 등등 


왠지 다이호랑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제카마시)



군축조약 이후 일본은 부족한 주력함 배수량을 강력한 뇌격이 가능한 구축함으로 메우려고 했다


태평양은 넓으니까 적의 함대가 접근할 동안 구축함과 항공모함들이 지속적인 손실을 강요하고 


일본 주력함대가 제압 가능할 정도로 적을 깎아먹은 후


일본 함대가 적 주력함대에 괴멸적인 타격을 입혀서 수년간 적의 해상전력을 무력화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대로 지속적인 뇌격작전을 펼치려면 우수한 성능의 구축함들이 필수적이었고 일본은 우수한 성능의 구축함 건조에 집착하게 되었다


그래서 일본의 구축함은 비슷한 체급의 다른 구축함한테서 우위를 점하기위해, 함체에 부담이 갈 정도로 어뢰 투사 능력과 속도를 쑤셔넣었는데


이렇게 아사시오급 - 카게로급 - 유구모급이라는 '갑형 구축함'을 건조하며 성과를 보게 된다





일본 해군이 바라던 모든 성능을 충족한 카게로급은 일본 함대형 구축함의 완성형이라고도 불렸다


카게로급을 비롯해서 갑형 구축함들은 35노트의 속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순양함들보다는 빠르지만, 


상대적으로 가벼운 구축함들은 바다의 저항에 추진력을 점점 잃게 되었고 순양함이나 전함들이 각잡고 쫒아온다면 결국 따라잡힐 수도 있었다


일본은 완벽한 일격일탈의 전투를 위해서는 보다 더 빠른 구축함을 건조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보일러로는 더 이상 출력을 늘리기 어려웠기에 아예 신형 보일러를 새로 뽑았는데


이 신형보일러가 무려 75,000마력의 출력이 나왔다


이는 이전 구축함들 것보다 50% 더 높은 출력이었고 구식 전함인 후소급과 비슷한 엄청난 출력이었다



일본은 유구모급을 베이스로 하여 선체를 연장하여 신형 보일러를 탑재하고


지금까지 만들었던 구축함 중에서 제일 많은 5연장 어뢰발사기 3개를 장착하여 신형 구축함을 건조한다





지금까지 만들었던 구축함 중 가장 많은 어뢰 투하량과


지금까지 만들었던 구축함 중 가장 빠른 속력을 가진 시마카제는


일본 해군이 꿈꾸던 궁극의 구축함이었다



근데.......





시마카제가 취역한 43년은 이미 해전의 흐름이 포격/뇌격전이 아니라


해군항공단이 하늘에서 때려박는 항공모함의 시대로 변한 뒤였다



함대가 구축함한테 요구하는 역할도 적의 주력함을 사냥하는게 아니라


함대를 보조하며 잠수함을 막고, 항공기가 주력함에 접근하기 전에 방공망을 형성하는 착실한 일꾼으로 변해버렸다


무쌍에 특화된 시마카제가 설 자리는 없었던 것





또 자랑하는 신형 보일러는 실전에서 온갖 문제를 일으켰는데


트럭 엔진을 경차에 쑤셔박으면 차체가 버티지 못하는 것처럼 구축함의 작고 컴팩트한 기관부로는 전함급 출력을 견디질 못했다


결국 증기를 받아내야하는 파이프와 연결부가 혹사당하며 수시로 수리&교체를 반복해야했다



심지어 41노트라는 속력도 해군의 요구사항에 맞추기위해 테스트를 가라로 진행한 것으로


기준 적재중량보다 가볍게 짐을 싣고 속도를 체크했다


그래서 스펙대로 무장을 갖추니 39노트보다 아래로 떨어져버렸다





진실을 알게된 일본 해군은 절망했는데 이미 자원과 공업력이 한계에 달한 43년에 


요구 스펙도 못 채우고, 유지비는 더 잡아먹는데다, 메타에서도 멀어진 시마카제급을 양산할 이유는 없었다


시마카제급 16척 양산 계획은 백지화되었고 혼자 남은 시마카제는 44년 10월까지 호위와 순찰업무 같은 2선급 임무만 담당한다





레이테 만 전투에서도 침몰한 무사시의 승무원을 구출했지만


뒤이어 일어난 사마르 해전에서는 지형 특성상 시마카제가 활약할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사시의 생존자들 때문에 후방에 배치되어 활약하지 못했다



순찰임무 중 어뢰도 한번 쏘아보긴 했는데


알고보니 암초를 군함으로 착각해 어뢰를 발사해서 전공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직후 시마카제는 병력호송을 호위하는 임무를 받았지만


불과 7일 후인 44년 11월 11일, 빼빼로 데이 때 미국 항공기의 공격을 받게 된다




(테챠아아아아)



시마카제를 향해 기총사격과 지근탄이 떨어졌고


항공대로부터 도망치기위해 보일러를 최대로 작동하고 회피기동과 전속전진을 반복했는데 이 때문에 보일러가 과부하되어 화재가 발생한다 


몇시간 후 보일러가 대폭발을 일으키며 시마카제는 결국 침몰한다


일본이 심혈을 기울여만든 최고의 구축함이라기엔 너무 어이없는 최후였다


침몰 지점은 10°50′N 124°35′E





2017년에 시마카제 잔해 수중촬영에 성공했는데


특유의 5연장 어뢰발사기 3개 때문에 쉽게 분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사마카제가 나온 43년에 미국은 알렌 섬너급 구축함을 58척이나 찍어내고 있었다


알렌급은 2차대전식 구축함 교리가 충실하게 반영되어 구축함으로서는 최상급의 포격, 대공능력과 적절한 뇌격능력(5연장 어뢰발사기 2개), 대잠능력을 가진 균형잡힌 명품이었고


그 중 일부는 한국에도 공여되어 대구함과 인천함으로 90년대 중반까지 현역으로 배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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