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모음집 : https://arca.live/b/azurlane/59362616 


겨울, 로열 본청 앞, 토요일 1200


갑자기 로열의 건물 밖으로 나오자 배가 고파진 파먀티, 아브로라, 크론슈타트, 차파예프

"어디서 고기냄새가 나는데?"

"저기서 나는데?" "식당인가요?"

"밥이다 밥!"


점심시간에 맞춰 본청 옆에 있는 작은 건물쪽으로 발걸음을 향하는 넷


드르륵


문을 열자 노스유니온 함순이들의 눈에 들어온것은 웬 회색머리(?) 함순이가 테이블에 앉아서 검은 그릇에 담긴 수프를 2개나 비우고 3번째를 먹고 있는 모습이었다


"크어어...어? 당신들 뭐에요? 이건 제꺼라고요"


뻑 예


뚝배기를 가까이 끌어 안으며 혼자서 다먹으려는 포미더블


"로열의 칸센 동지, 거 좀 나눠 먹읍시다 날도 추운데"

"시러요 안줄꺼에요"


"뭐야 당신들? 돌아간 거 아니었어?"

때 맞춰 주방에서 나오는 지휘관


"지휘관 동지? 동지가 왜 거기서 나오는겁니까?"

"얘 점심 먹이는데?"

"동지가 직접 음식을 한단 말입니까?"

"못할거 뭐있냐"


남자가 밥하는거 처음 봐?


"아니 지휘관이 부하들 음식을 직접 만들어준다니 북련에서도 보기힘든 일인지라"

"따뜻한 베이크드 빈즈하고 갓 구운 토스트 샌드위치 내줘?"

"얘가 먹는거 좀 나눠주면 좋겠네요"

"이 사람들이 제 밥을 뺏어먹으려고 한단 말이에요!"

"포미야 이게 니껏도 아니고 세그릇이나 먹었으면 좀 나눠주면 어디 덧나냐"

"배고파요"

"......"

3그릇이.. 배고프다고?


"거기 서있지 말고 일단 앉으쇼"

손님 세워두는건 예의가 아니지


"한 그릇씩 내드릴테니까 얘꺼 건들지 마시고, 얘가 뚝배기로 머리 깰지도 모르니까"


한 뚝배기 하실래예?


"안깬다고요!"

"그래서 이건 뭔가? 보르시는 아닌거같은데"

포미더블 병먹금하고 옆자리에 앉는 넷


"코리안 보르시...라기에는 뭇국하고 비슷하니까 그건 아니고 국밥이라고 돼지고기 수프에 익힌 쌀을 넣은거요"

"술은 있어?"

"무슨 대낮부터 술... 그리고 너는 술 마실만한 나이가 아닌거 같은데"


파먀티를 보면서 어린애 취급하는 지휘관


"파먀티는 이렇게 보여도 나이가..."

"나이 이야기는 꺼내지 말랬지!"(1)


'겉모습만 애지 할머니구나'

"너 지금 매우 실례되는 생각을 한거 같은데"

"아닌데요, 그러면 럼은 지금 다른 요리한다고 다 써버렸고 맥주는 있는데 그거라도 주면 되겠습니까?"

"맥주? 맥주는 애들이 마시는 음료수가 아닌가?"(2)


뭐? 아... 얘네들 러시아 애들이라고 했지



품속에서 투명한 유리병을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리는 크론슈타트

"이런 따뜻한 고기수프에 술이 빠질수가 없지"

"그렇지요"


투명한 병에 담긴 술을 따르기 시작하는데


"Vol 40%? 보드카 아니냐?"

"당연한 걸 묻는군"

"국밥에는 소주가 좋은데... 한잔만 줘"


소주도 없는 로열에서 보드카라도 한잔 해야겠다


"한잔?"

크론슈타트가 신기한 얼굴로 지휘관을 쳐다본다


"보드카 한잔만 달라고? 운전해야되냐?"


뭐라고? 술 마시고 운전하냐고?


"아니 이게 돌았냐? 뭘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해 미친년아! 그러다 걸리면 영창도 아니고 빵에 간다고!"

"무슨 소리인가? 보드카 한잔 가지고는 음주단속에 걸리지 않는단 말이다"

"여긴 노스 유니온이 아니라고!" (3) 

"아 맞다"

"아 맞다는 무슨, 술 마시고 운전을 왜 해!"

"날이 추운데 한잔 걸치고 차 몰수도 있는것 아닌가? 이해할 수 없군"

"이해할 수 없는건 너고요!"


후루룩

홀짝

후루룩


둘이 말다툼하는동안 알아서 국밥을 먹는 셋


잠시 후

 

"으어어...."

"아... 따뜻하다..."

"그러게요"


"여기 순대도 좀 먹고"

"이건 뭔가요?"

"소세지 비슷한거 썰은거, 감자전분하고 고기하고 야채들 갈아넣은걸로 만든거지만"

주말에 순대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김치맨 지휘관


"그런데 아까 먹은 수프, 고기 썬거 말고 뭐가 더 섞인거 같았는데? 할라졔쯔?(4)"

갑자기 음식 정체가 궁금해진 크론슈타트 


"돼지 내장하고 특수부위들 다 섞은거다, 머릿고기도 좀 들어있고"

"내장? 특수부위? 어디를 말하는건가?"

"순대 옆에 있는거는 허파하고 간, 국밥에 넣은건 어... 위장, 울대, 암뽕, 머릿고기?"

"이 허파하고 간은 소금에 찍어먹으니 맛있긴한데 수프에 들어간 울대하고 암뽕은 뭔가?"


아, 망했다


"울대가.... 식도였나?"

"돼지 식도? 지휘관 동지는 희안한것까지 다 먹는군, 그러면 암뽕은?"

끝까지 추궁하는 크론슈타트


이건 모르는게 약인거같은데... 사실대로 말하자...


"암뽕? 새끼보"

"새끼보?"

"........ 암퇘지 자궁하고 태반"


"뭐? 우욱!"

돼지 자궁을 먹는다는 말에 방금 먹은 순대와 보드카가 목구멍에서 도로 올라오는 크론슈타트


"으엑" "어머나" "그게... 먹는거였나요?"

놀라는 파먀티와 차파예프, 아브로라


"국밥 한그릇 더줘요"

말없이 북련 함순이들의 순대를 몰래 줏어먹다가 뜬금없이 한그릇 더달라는 포미더블


"적당히 먹으라니까"

그런 포미더블에게 내장을 썰어서 뚝배기에 넣고 펄펄 끓는 사골육수를 부어서 자기것하고 같이 내오는 지휘관


"고기 줘" "손님들 내줘서 지금부터 삶아야되는데"
"그럼 순대 더 줘요" "니가 썰어먹어"


"........."

국밥 한그릇 말고있는 포미더블과 지휘관을 말없이 쳐다보는 넷

"....... 뭘 봐요? 밥먹는거 처음봐요?"


"로열에서는 참 희안한걸 다 먹는구나 싶어서"

"그러게요"

"으.... 물 좀 줄래..?"

"물은 셀프다"

"셀프 좀 주시오 동지..."

"......"


겨울이었다


1) 퍄마띠 1902년생

2) 2010년까지 러시아에서 맥주는 법적으로 음료수 취급

3) 러시아의 음주운전 단속기준은 혈중 알콜농도 0.16% 이상, 한국은 0.03% 이상

4) 러시아식 편육


보드카 한잔달라니까 운전해야되냐는 썰은 주갤(주식갤러리 아님) 썰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