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맨 지휘관 단편 모음집 : https://arca.live/b/azurlane/59362616  


어느 우중충한 날, 모항 집무실


"아니 무슨 장마도 아니고 날씨가 왜이래"

축축한 날씨와 가랑비에 기분이 영 좋지않은 지휘관


"비오면 파전에 막걸리 한사발 해줘야 하는데..."


대파도 팔고 부추도 파니까 싼거 사서 (대파, 부추, 마늘이 향신료 코너에 있는게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부침가루... 없네? 막걸리... 없네? 씨발?


부침가루도 막걸리도 없으니 파전에 막걸리는 물 건너가는 것일까?


'없으면? 만들면 된다!'


홈브루잉 막걸리와 파전을 시도하는, 포기를 모르는 김치맨 지휘관이었다


막걸리를, 군대에서?


몇 일 뒤


홈브루잉용 양조설비, 도수 측정기, 수입산 쌀을 사서 숙소 창고에 갖다놓고 폰을 뒤적거리는 성질 급한 지휘관


"씁... 효모가 전부 와인용 아니면 맥주용 밖에 없네"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맥주용 이스트가 아닌 막걸리용 누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누룩을 찾기 위해 쥬스타그램을 뒤져봤지만 로열 근처에서는 누룩을 찾을 수 없는 지휘관


'안되겠다 치트키 쓰자'


뚜루루루루루


"아카시 상점이다냥"

"아카시냐, 주문 좀 하자"

"뭐냥?"

"필요한 게 있어"


목록을 문자로 보내주는 지휘관


"바이오-누루쿠?"

"오꼬노미야키 먹을 때 마실 음료 만들때 필요한거야"

"오꼬노미야키? 치사하게 혼자먹는거냥"

"중앵식이 아니라서 많이 매울텐데 괜찮냐? 너 지난번에 후추 들어간 우동도 맵다고 했잖아?"

"그게 어떻게 안매운거냥! 지휘관은 순 거짓말쟁이다냥"


X심 튀김우동도 맵다고 하는 아카시(중앵 출신)


"빨리 구해주면 다음에 받으러 갈때 양념치킨 해줄께"

"치킨! 알았다냥"


'막걸리용 누룩 확보'

"누룩 올때까지 다른 술을 만들어볼까?"


군대에서 술을 만드는 미쳐버린 지휘관이었다



3주 후


"킬유라는게 원래 이렇게 맛이 없나...? 냄새 봐서는 술 맞는데"

교수에게 착취당하는 대학원생처럼 보관 온도 및 소독 절차까지 하나하나 다 따라해서 설탕과 와인용 이스트로 킬유(설탕술)를 제조하는데 성공한 근성가이 지휘관


"증류를 하면 좀 나은데 메탄올을 반드시 제거하고 마시라고?" (1)

도수높은 술까지는 산넘어 산이다


(몇일 뒤)


"아니 씨발 이거밖에 안남는다고? 냄새는 확 올라오는데... 60도? 불붙는거 아냐?"

증류 몇번 거치니 양은 확 줄어들고 도수가 60도까지 올라가버린 지휘관의 증류식 소주


"이건 따로 챙겨두고"

우우우우우웅!


"어 왜?"

"아카시다냥, 누루쿠 왔다냥! 치킨 달라냥"

"오케이"


막걸리, 시작합니다



또 3주 후, 로열 지휘관 집무실


"막걸리 한잔 마시기 참 힘들다"

 

"막콜리? 콜라가 있는데 콜라 비슷한걸 먹는거냐?"


체셔가 '막걸리'라는 새로운 단어를 듣고 마는데 


"어? 막걸리? 그냥 '전' 먹을때 마시는거야"


'전?'


"전? 나도 달라냐"

"매운데 괜찮겠냐?"

"양놈치킨보다 매운거냐"


양념치킨이라니까


"고추 안썰면 안맵지?"

"그럼 괜찮겠다냐"


금요일 저녁, 지휘관 숙소


"체셔 왔냐? 응? 너희들도?"

체셔가 다이도와 시리우스도 데리고 찾아왔다


"오는데 따라왔다냐"

"저를 버리시고...." "야간 경호가 필요할거 같아서 왔습니다 주인님"

".... 그냥 들어와라, 매운거 못먹지는 않지?"

"매운거 말인가요?"


(잠시 후, 테이블)


휴대용 가스렌지 위에 불판을 올리고 식용유를 부은 다음 국자로 초록색이 많이 들어간 뭔가를 올리는 지휘관


"허브-팬케이크인가요?" "아니, 파전인데?"

"파-전?"


"양파 비슷한거에 밀가루 반죽과 해산물을 섞어서 구워낸다고 생각해"

부침가루가 없으니 전분과 후추, 마늘을 밀가루에 섞어서 비슷하게 만든 다음, 냉동 해산물과 썰은 대파와 다진 고추를 부어서 비벼서 해물-파전 반죽을 만든 지휘관


"파만 올리면 좀 심심해서 해산물도 넣었어"


치이이이이익


(잠시 후)


"짠맛나고 바삭한 허브-피쉬-팬케이크.. 새로운 맛입니다"

"향신료를 이렇게 바싹 익혀서 먹을수도 있다니 처음 알았습니다"

"대파가 왜 향신료야" "이게 향신료가 아닙니까?"


대파가... 향신료? 구워먹는 채소가 아니라?


"해산물들하고 여기 갈색 부분이 맛있다냐"

지휘관이 만든 파전에 대한 반응은 그저 그렇지만 바삭한 부분을 마음에 들어하는 셋


'아 맞다 창고 문 잠그는거 깜빡했는데 잠그고 와야지'


실수로라도 창고에서 술 빚는것을 들키는걸 막기 위해 셋이 먹는 틈을 타 창고로 가려는 지휘관


"주인님, 어디 가시나요?"

"창고 문열어놔서 닫으러 가는거야, 금방 올테니까 먹고 있어"


창고를 잠그러 가는 지휘관


"서방님, 음료수 마셔도 되는거냐"

"누가 니 서방님이냐, 냉장고에 있으니까 꺼내마셔, 나 잠깐 나갔다 올테니까 체셔가 파전 좀 구워주고"

"알았다냐"


주방에서 자리를 비우는 지휘관과 냉장고에서 막걸리를 한병 꺼내오는 체셔


"그건 뭔가요?"

"음료수가 이거밖에 없는데 밀크티 같은거 아닐까?"

"일단 제가 한잔 마셔보겠습니다"


막걸리를 한컵 따라서 마시는 시리우스


꿀꺽


"으어어... 맛있네요"

"나도 한잔 달라냐" "저도 한잔 주세요"


꿀꺽꿀꺽


"맛있어요" "그러게요" "더 꺼내오겠다냐"


꿀꺽꿀꺽


그 짧은 순간에 막걸리 3병을 비워버리고 마는 체셔, 다이도, 시리우스


...... 딸꾹!


"어지러워요..." "그러게요..." "어지럽다냐..."

가스가 다 떨어져서 불이 꺼졌지만 취해서 눈치채지 못하는 셋


"체셔? 가스불은 왜 끈거야?"

"서방님 왔냥?"


두두두두


"에헤헤헤... 서방님♡"

"누가 니 서방님...? 얘가 왜이래? 얌마 안떨어져?"

달려와서 지휘관을 뒤에서 안아버리는 체셔와 따라서 일어나는 다이도


"주인님?"

"야, 체셔 갑자기 왜이래?"

"주인님?" "왜?"

"저를 버리시고 둘이서 붙어 계시는 건가요?"

"뭐?"

"저를 버리지 않겠다는건 거짓말이었나요..."

"뭔 소리야"

"저를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하시지 않았습니까! 우에에엥"

지휘관 앞에서 지휘관을 안아버리고 얼굴을 파묻고 울기 시작하는 다이도


"너도 왜이래, 어서 떨어져!"


앞뒤로 포위당한 지휘관


"자랑스러운 주인님?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야 시리우스 얘네 둘이.. 설마? 아 맞다! 막걸리!"


주말에 마실려고 냉장고에 놔둔 막걸리 3병을 생각못한 나사빠진 지휘관


"방이 더운거 같은데 먼저 씻으시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제가 옷을 벗겨드릴테니 먼저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뭐? 야! 안돼! 멈춰!"


도망칠려고 해도 체셔와 다이도가 앞뒤로 가로막고 있어서 쉽지않은 지휘관


"시리우스, 멈춰!"

"...... 우욱!"

"서방님.. 갑자기 소리지르시면 머리가... 욱!"


잠깐만, 설마!


""우웩!""

"흑흑..."


방바닥이 체셔와 시리우스가 만든 로열산 해병파전으로 채워진다


"씨발..."


이거 언제 다 치우지



두시간 뒤


"술하고 증류기는 압수입니다, 주인님"

바닥에 널브러져있는 체셔와 시리우스를 확인하고 이불을 덮고 자고있는 다이도를 본 뒤 창고에 있는 술과 증류기에 차압딱지를 떼는 벨파스트


"아니 왜!"

"술은 위험한 물건이니 격리가 필요합니다"

"증류기는!"

"순도높은 에탄올이면 연료나 난방용으로 쓰기에도 좋지 않을까요? 요즘 연료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에탄올이 불은 잘 붙지...? 아니 잠깐만?'


"연료라니! 마시는걸 아깝게! 그리고 그거 조금 만든다고 얼마나 연료 보급에 도움이 된다고"

"주인님? 제가 여기서 이걸 병째로 마셔보는건 어떨까요? 물론 뒷일은 주인님이 책임 지는걸로..."

50도로 증류된 소주가 담긴 병을 들고 지휘관을 협박하는 벨파스트


'취해서 주정 부리는 벨파스트? 솔직히 기대되는데...'

 

"......지금 후드 님을 불러올까요?"

"알았어 갖고 가! 갖고 가면 되잖아!"

후드포에 처맞고 뒤지기는 싫은 지휘관이었다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주인님"


'내 술...'



몇 일 뒤, 아카시 공작소, 저녁


그와중에 증류한 소주 한병을 몰래 빼돌리는데 성공해서 중앵에 숨기러 간 지휘관이 아카시와 함께 양념치킨을 같이 먹는다


"아카시, 이건 뭐야?"


꿀꺽꿀꺽


자연스럽게 들어온 사카와가 냉장고 옆에 놓인 유리병에 담긴 소주를 병째로 마셔버린다


"지휘관! 큰일났다냥! 가지고온 그거! 사카와가 마셔버렸다냥!"
"어? 야! 그거 마시는거 아니야!"

"네..?" 


딸꾹!


(잠시 후)


"얘좀 말려봐!"

"어딜 보는거야~ 여기? ㅎㅎ, 안될건 없는데"

"큰일이다냥!"


사카와를 찾으러온 노시로가 사카와가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꼬라지를 보게 되는데...



퍽!


칼자루로 사카와의 뒤통수를 갈겨서 한방에 기절시켜버린 노시로

"이게 무슨 일이죠? 술?"

"어? 어? .... 미안하다"

"미안하면 양념치킨으로 사과해주세요"


상황파악하고 빠른 딜을 진행하는 노시로 


"2마리면 되겠니...?"

"4마리"


".... 순살로 2마리"

"... 4마리"


"순살 3마리, 더는 안돼"

"...... 4마리"


"..... 알았어 순살! 4마리!"

"좋아요, 로열의 지휘관님, 이번달까지 받는걸로 하겠습니다"


지휘관은 순살 양념치킨 4마리로 이번 사고의 입막음을 하는데 성공한다


'씨발 내 술...'


봄이었다


1) 참고자료 : 설탕으로 술만들기 / 쌀로 막걸리, 청주, 소주 만들기 / 안전한 증류 팁 



모항에서 만들어내는 연료의 정체는 증류기로 정제한 도수높은 술이 아닐까? 설비투자는 증류기를 더 사는거고



추가) 댓글에 존댓말 달면서 친근하게 굴면 좆목도킹으로 간주하고 신고할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