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모음집 : https://arca.live/b/azurlane/59362616   


전편 참고 : 만쥬들과 바닥 난방 공사하기 https://arca.live/b/azurlane/59297627


12월 어느 날 아침의 로열 모항 집무실

현재 실외온도 -6℃ 

오늘 최저/최고기온 -11℃/-4 


"추워요..."

콧물을 훌쩍이는 다이도

"겨울이니까 춥지?"


"엣취!"

"아니 느그들도 감기걸리고 그래?"

"저희를 뭘로 보시는 겁니까..."

"하기야 도구 쓰면서 밥먹는데 사람이지 뭘"


처음에야 칸센들을 보고 이게 사람맞나 싶었지만 수저들고 밥먹는걸 보고 같은 사람 취급하게 된 지휘관

그런데 로열 함순이들이 로열 요리를 아무문제없이 잘 먹는것 보고 살짝 의심이 들고는 있다


"안 추우신가요?"

"겨울이 원래 춥긴한데?"

"아니 어떻게 이 날씨에 아이스크림을 드시고 계신건가요?"

"겨울에 먹는 아이스크림이 별미지"


"네?"

"살얼음 띄운 물냉면 한그릇 먹고싶다"

"예? 얼음 말인가요?"


물이 얼어버리는 날씨에 아이스크림을 꺼내서 먹고있는것도 모자라 얼음으로 된 식사를 찾는다니 지휘관이 추워서 정신이 돌아버린게 아닐까 생각하는 메이드장


'뜨끈한 방바닥에 앉아서 냉면 한그릇 해줘야 하는데'


쾅쾅쾅쾅


"살려달라냐!"

"체셔? 아니 갑자기 왜?"


"너무 추워서 잠도 제대로 못자겠다구... 내일은 더 춥다는데..."

"히터 없어?"

"이 날씨면 틀어도 춥다구..."

"근데 왜 나한테 오는거냐"

"맛없는 밥도 해결해주는데 추운것도 해결해달라냐"

"내가 무슨 해결사냐? 추우면 주방가서 치킨 튀기고 있어봐라, 불앞은 따뜻하잖아"

"따뜻한데서 자고싶다냐! 지휘관님 방은 지금 따뜻하냐?"

"내 방? 지금? 미지근한데? 그리고 내일 추워봤자 얼마나 춥다고"


[내일 최저/최고 -15 ℃/-5 ℃]

[모레 최저/최고 -18 ℃/-6 ℃] 


"어우... 등유 미리 보급받길 잘했네"

"등유 말인가요?"

"기름 때잖냐, 올해는 좀 많이 틀거같아서, 더 시켜놔 혹시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난달에 지휘관이 등유를 평소보다 1,000갤런(4,546L)이나 더 청구해서 절반을 지휘관 관사 뒤 기름탱크에 꿍쳐놓은게 수상한 벨파스트 *(1)


'조사할 필요가 있겠군요'

조사를 다 해버린 것 같지만 아무래도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느끼는데..



잠시 후 

 


"지휘관님 어딘가 수상하지 않냐?"

"그렇습니다, 주인님이 등유를 수상하게 많이 비축해놓더군요, 혹시 다른데 팔려고..."

"등유? 그것보다 이 날씨에 방이 '미지근하다'는 말, 이상한거 못느꼈냐?"

"미지근한게 이상한건가요?"

체셔의 말에 의문을 가진 벨파스트


"벽난로도 없는 집에서 '미지근하다'고 말했지?"

"네 미지근하다고 했습니다만?"

"이 날씨면 벽난로에 라디에이터를 틀어놔야 겨우 미지근해질텐데, 벽난로도 없는데다가 아무도 없는 방이 '차가운게' 아니라 미지근한것이 맞냐?"

조금 전 지휘관의 대답에서 수상한 점을 잡아낸 체셔


"아.. 확실히..."

"뭐 짐작가는거라도 있냐?"

"몇달전에 다다미 바닥을 버리는걸 본 적 있습니다"

"멀쩡한 집 바닥을 뜯어냈다고?"

"낡았으니까요, 그러면서 뭔갈 벽에 붙인 다음에 창문도 새로 달면서 보일러를 큰걸로 사시던데요"

"보일러를...?"


다다미 바닥을 뜯어내고 보일러를 설치했다...?


"네, 보일러"

"그거다! 보일러로 끓인 물로 바닥을 데우는거다냐!"

"뜨거운 물로 바닥을 데운다는 말인가요? 그랬다간 집이 물바다가 되지 않을까요?"

"바닥을 뜯어서 라디에이터를 묻어버린거다냐! 그 라디에이터에 들어갈 물을 끓인다고 보일러를 샀고 기름을 잔뜩 꿍쳐둔거라고!"

바닥을 뜯어버리고 보일러를 샀다는 말에 바닥난방 구조와 보급나온 기름의 행방까지 파악해버린 체셔


"네? 아니 그걸 어떻게 묻는다는건가요? 게다가 그렇게 했으면 방이 따뜻해야지 주인님은 왜 방이 미지근하다고 말한건가요?"


(라디에이터)


아무리 새로온 지휘관이 미친짓을 하고 다닌다고 하지만 그 집 바닥 전체에 라디에이터를 묻어버린다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벨파스트


"그건 이제 가서 물어봐야하지 않겠냐, 그리고 당연히 아무도 없을때는 기름 아낀다고 약하게 틀테니까 미지근하지 않겠냐"

보일러 외출모드까지 파악한 천재 체셔


"확실히 그렇군요"

"혼자서 따뜻한 방에서 지낼걸 생각하니 치사하다냐"

"그런가요? 주인님에게 교육이 필요할것 같네요"

이 추운 날씨에 지휘관 혼자서 따뜻한 방에서 지내고 있을거라는 사실이 괘씸한 체셔와 벨파스트는 지휘관 집에 쳐들어가기로 마음먹는다


그날 저녁, 지휘관 관사 앞


띵!동!


"네 나갑니다"


벌컥


"뭐야, 니들이 여긴 왠일이냐"

"날도 추운데 저녁에 마실 허브를 가지고 왔습니다"

"이 추운날씨에 굳이 여기까지... 고생이 많다야"

"그러면 실례하겠다냐"

"어? 어?"

지휘관이 벨파스트와 대화하는 틈을 타 난입하는 체셔


'역시'

신발벗고 자연스럽게 바닥에 앉는 체셔


"서방님"

"누가 니 서방님이냐"

"어째서 집이 입구부터 따뜻한거냐? 바닥까지?"

"뭐? 보일러 틀었으니까 따뜻하지?"

"애들이 추워하는데 혼자서 따뜻하게 지낸다니 너무한거 아니냐"

"아니 니들 이런거 필요없다면서, 그리고 니들도 벽난로하고 라디에이터는 있잖아"


"그러면 한번 보는게 어떻겠냐, 지휘관이 부하들 생활환경이 어떤지는 알아봐야할 필요가 있을거같다냐"

"가도 괜찮아?"

"대신 입에서 미안하단 소리가 나오면 다들 여기서 재워주는게 좋겠다냐"

"뭐?"

"그게 좋겠네요"

은근슬쩍 묻어가는 벨파스트

"뭐?"

"설마 아이들을 차가운 방에서 재우지는 않으실거라고 믿습니다"

".... 알았어 설마 그정도로 추울라고"


1시간 뒤, 로열 함순이들 숙소


"갑자기 여긴 왜?"

"어머, 여긴 어쩐일인가요?"


"주인님.. 여기는 어쩐 일로.. 엣취!"

날이 추워서 방 하나에 모여서 히터틀고 생활하는 함순이들


"미안하다... 니들 사는데가 이렇게 냉골일줄은 몰랐지, 니들은 이런데서 어떻게 자냐?"

"서방님이 미안하다고 말했다냐!"

"뭐? 아!"

방금 한 약속이 생각난 지휘관


"지금부터 따뜻한 방으로 갈꺼니까 필요한것만 챙겨서 오라냐!"

"네? 갑자기 무슨 말입니까?"

"주인님 집에 난방이 잘되어 있으니 짐 챙겨서 갑니다"

옆에서 바람잡는 벨파스트


"아무리 지휘관님 방이래도 따뜻해봤자 얼마나 따뜻하겠어... 굳이 가야할까?"

춥지만 귀찮아서 침낭밖으로 안나오려는 인도미터블은


"현관 바닥부터 벽난로처럼 따뜻하다냐"

체셔의 한마디에


벌떡!


"그러면 말이 다르지! 가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들 신속하게 이동합니다!"


'당했다...'


다음날 저녁, 지휘관 관사 거실

[실외온도 -12 ]

[실내온도 23 ]


"뭐야 다들 여기있었어요? 아무도 없길래 모항이 버려진줄 알았어요..."

전날 지휘관 오기 전에 출격했다가 방금 복귀한 퍼시어스


"따뜻해요..."

"이렇게 좋은걸 혼자서 누리고 있었다니 서방님은 치사하다냐, 이거 어떻게 한거냐?"

"배관을 바닥에 깔고 장판으로 덮었지? 보일러로 물끓여서 돌리고"

"역시 그렇다냐"

"뭐가?"

"라디에이터를 바닥에 묻어버린거라고 말했는데 메이드장이 못믿었다냐"

"원리 생각하면 그게 맞긴 한데... 체셔야?"

"왜 그러냐"

"여기 애들 너무 많지 않나? 어제보다 많은데?"

"추우니까 다들 모여있는거잖냐"


어제보다 더 많은 함순이들이 들어와서 북적대는 지휘관 관사


"아니 내집이 무슨 재난 대피소냐? 난 어디서 자라고"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내려마시는 지휘관


"이런 날씨면 여기를 대피소로 쓰는게 맞지 않을까요? 마실게... 그린 티?"

자연스럽게 찬장에서 녹차 티백을 하나 꺼내서 끓인 물을 붓는 후드

"괜찮으세요? 홍차하고 맛이 다른데"

"상관없습니다"

"그러길래 미리 준비해놓으라니까 말을 안들어요, 그리고 벨파스트야... 내가 올 겨울 춥다고 말했잖아"

"죄송합니다, 여긴 매년 이렇게 추운 지역이 아니라서..."

"우린 매년 이것보다 더 추운데?"

"네?"

"요즘때면 원래 있던데가 -17... -2도 쯤 하겠는데?"


단위변환이 익숙하지 않은 지휘관 (-2℉ = -17℃)


"네??"

'도대체 어떤곳에서 살다 오셨길래?'


'얘네들 자연환경빨로 꿀빨다가 올해 개털린거 아니냐... 내년 여름도?'

집에 에어컨을 꼭 달아야겠다고 마음먹은 지휘관


"아무것도 없어서 심심한데... 마법소녀 애니메이션이라도 보실래요? 새로 나온거라는데"

갑자기 튀어나와서 TV 시청을 제안하는 뱅가드 


"새로나온 만화영화?"

관심을 보이는 퀸엘 


'만화영화? 무슨 단어 선택이 할머니야?'

"애니..? 조용한것보단 낫겠지"


"그러면 TV 좀 쓰겠습니다"

"그래"


10분 경과


"저기... 뱅가드?"

"네..."


"아니 요즘 마법소녀물은 이렇게 나오는것인가? 칼로 막 쑤셔대는데?"

"유니콘... 저거 무서워..."

"이게 아닌데? 마법소녀 매지컬 모ㅁ... 맞네?"

"무슨 마법소녀가 저런것인가"

"이러다 마법봉이라고 예쁘게 꾸민 RPG-7이 나오겠다야"

"에이 설마"

"경은 마법소녀를 도대체 뭘로 보는것인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마법이니까 피하기 없기~'



"진짜네?"

"이왜진?"

"점성술이라도 배우셨어요?"

"이게 도대체 무슨 마법소녀인가?"

뱅가드가 갖고온 매운맛 마법소녀에 컬쳐쇼크를 느낀 워댕이


"지난번에 빌리러 갔을때 점원이 이거 추천하던데요..."

당황스러운 뱅가드


'10번 볼 정도로 재밌습니다'


"점원이 지 좋아하는거 추천한거 아냐?"

"그런가봐요..."


겨울이었다



로열 함순이들의 온돌방 쟁탈전은 지휘관의 기권패로 종료되었다



 1) 영국 갤런은 4.546L, 미국 액량 갤런은 3.785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