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맨 지휘관 단편 모음집 https://arca.live/b/azurlane/59362616


어느 날 아침, 중앵 어딘가


"나를 로열로 보내줘, 중요한 일이야"

갑자기 아카기에게 찾아와서 징징대는 준요


"갑자기 그게 무슨말인가요?"

"지휘관이 내 오랜 친구란 말야"

"네?"

뜬금없이 폭탄선언을 하길래 뭔소리를 하는지 들어나 보려는 아카기


"사악한 저 로열의 마수에서 지휘관을 구출해야 해"

"그런거라면 저도 같이 가는게 좋겠네요"

"아니 나 혼자면 충분해, 지휘관은 분명히 날 알아볼거라고"

"그렇게 사악한 로열이라면 절대로 혼자가서는 안됩니다, 주변에서 방해가 들어올게 분명하니까요"

".... 너도 지휘관을 뺏으려는 년이구나?"

".... 지휘관님을 여태 사악한 로열에서 구출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뺏을수가 있나요? 저는 그럴 자격이 없답니다?"

".... 좋아. 같이 가서 지휘관을 구해오자"



'쉽게 넘어가네요'

정신이 이상한 준요를 이용하는 아카기였다


다음 날, 로열 지휘관 집무실


 

"지휘관이 왜 로열에 있어? 어서 중앵으로 돌아가자"
"네? 갑자기 그게 무슨말인가요?"

지휘관의 팔을 붙잡고 끄는 준요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아카기


"뭐? 무슨 소리야?" "네?"

'이년은 뭔데 날 중앵으로 끌고갈려고 하는거지?'

'저분은 누구길래 주인님을 끌고갈려고 하는거지?'


"나야 나! 준요라고! 지휘관의 오랜 소꿉친구! 기억안나?"

"준요? 누구세요? 벨 너는 아냐?"

준요를 처음보는 지휘관 


"아... 지휘관이 사악한 로열의 마수에 뻗혀 기억상실에 걸리고 만걸까? 저년만 아니었다면"

망상을 전개하면서 벨파스트를 째려보는 준요


'이거 미친년 아냐?'

"어... 잠깐만... 기억날려고 하는거 같은데 너... 고등학교때 옆반에 있었나?"

옆에있던 벨파스트를 쳐다보면서 눈깜빡임을 몇번하고 대충 준요의 장단을 맞춰주는 지휘관


"기억하는구나! 기억을 되찾는것 같아서 준요는 기뻐"


'미친년 맞네.. 어떻게 하지...'

남고 공대 군대 나온 한군두 김치맨 지휘관에게는 고등학교 시절에 옆반에 뿔난 여고생(항모)이 있을리가 없다


"그럼 이렇게 만난것도 오랜만이고 하니까, 다음에 올때 '그걸' 먹는게 어떨까?"

"그거?"

"마라탕 말야"

마라탕을 준요에게 츄라이해서 떠보는 지휘관


"마라탕?"

"예전에 너 잠깐 교환학생으로 왔을때 자주 마라탕집 가서 먹었는데 기억 안나? 준요 너 이거 자주 먹었잖아, 차이나타운에 나 끌고가서 먹일땐 언제고"

"내가...? 어? 어 그랬지? 물론! 지휘관하고 마라탕 같이 먹었지"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지휘관이 그렇다고 하니 동의하는 준요


"여기까지 와서도 건강해보여서 다행이네, 내가 다음주에 마라탕 제대로 얼큰하게 해줄테니까 기다릴 수 있지? 지금이라도 당장 중앵에 가고는 싶지만 여기서 월급받느라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 밥은 먹고 살아야지, 안그래?"

"으...응! 물론이지! 기대하고 있을께"

"아카기였나? 너도 같이 먹을래?"

"네? 네... 물론이죠,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순순히 준요의 허언을 받아주는게 수상한데... 하지만 식사대접을 해주겠다는데 면전에서 거절할수도 없고'

복잡한 아카기였다


(둘이 나간 뒤)


"주인님? 로열에 오시기 전에 중앵에서 교육을 받으셨던겁니까?"

조사한 자료에 지휘관과 중앵의 접점은 하나도 없던걸 본 벨파스트


"뭔소리야? 중앵에는 한번도 간 적 없는데?"

"네?"

"중앵에서 준요인지 중요인지 쟤 앞세워서 소꿉친구 컨셉으로 사기치는거겠지, 괘씸한데 한방 먹여줄려고"

"그런건가요..."

"기가 허할때 먹기 좋은 음식이 있는데, 이거 애들시켜서 재료 좀 사다줄래? 여기 대부분의 향신료하고 재료는 아마 이스트글램 식자재 취급하는데서 팔꺼야"

"알겠습니다"

마라탕 재료 목록을 건네주며 사달라고 하는 지휘관


"죽여주는 맛을 선사해주마"


다음 주, 점심, 로열 해군식당, 지휘관 테이블 



"국물이 빨갛네요?"

"고추기름을 넣어서 그래, 중앵 입맛에 맞게 해산물도 좀 넣었는데 냉동 오래되서 그런지 비린내 잡는다고 좀 넣었지"

"그런가요?"

"식기전에 먹어, 지난번에 먹던대로 청양도 썰어넣고 유부도 좀 넣었어, 여우는 유부를 좋아한다지?"

청양고추를 얼큰할 정도로 썰어넣은 지휘관


"네? 그렇긴 한데 이거 펄펄 끓고 있는데요?"

"원래 그렇게 먹는데? 유부 들어간 오뎅도 뜨겁게 먹잖아"

"그런가요...?"

'로열의 지휘관님은 평소에 이런걸 먹었나..'

마라탕이 자극적인 향기가 난다고 조사는 했지만 이정도인줄은 몰랐던 아카기


"잘먹겠습니다"

"잘먹겠습니다"




"이게 뭐야!!!!! 뜨거워! 매워!!!!!"

"물! 물! 아니 우유!"

혓바닥이 얼얼하다 못해 마비된 준요와 아카기


"응? 무슨 소리야? 내가 지난번에 먹은것보다 순한맛으로 했는데?"

한국에서 파는것보다 청양고추를 적게 넣었으니 거짓말은 안했다

"이건 먹으라고 만든 음식이 아닌것 같습니다만"

"적당히 얼얼한게 괜찮은데? 소주 한잔 곁들이면 좋겠다"

젓가락으로 청경채를 줏어먹고 국물도 살짝 마시는 지휘관


"근무중에 음주는 안됩니다 주인님"

옆에서 먹지는 않고 지켜보는 벨파스트 


"쓰읍... 말이 그렇다는거지.... 청양고추를 너무 적게 넣었나, 두개만 더 썰어넣을껄 그랬나"


"켘! 아니 그게 하... 무슨 소리야 하... 이건 너무..." 

혓바닥이 아직도 얼얼한 준요


"내가 알던 준요는 국물까지 싹 비우던데..."

그렇게 말하면서 국자로 쇠고기도 줏어먹는 지휘관


'얼얼하긴 한데 파는것보단 청양고추 적게 넣어서 그렇게 맵진 않네'

"그게 무슨..."

"내가 알던 준요는 마라탕집에 가면 꿔바로우 한접시 먼저먹고 마라탕은 국물까지 다 마시고 나온 다음에 빙수도 한그릇 먹자고 했는데... 아무래도 준요는 내 소꿉친구가 아니었나봐, 다른 사람을 착각한게..."

"아니다! 물론 다 먹지, 잘 봐라!"

"준요? 잠깐"

"천천히 먹어 그러다 체한다"

그릇을 들고 뜨거운 마라탕을 국물까지 마시는 준요와 그걸 말리는 아카기, 말리는 척 하는 지휘관


꿀꺽꿀꺽


"욱! 푸엨!"

쿵!

자극이 너무 강해 코와 입에서 마라탕 국물을 뿜어내면서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기절해버린 준요


'좀 심했나'

"괜찮아?"


"준요? 괜찮나요?"


"......"

반응이 없다


"얌마, 의무반 불러올테니 얘 얼굴부터 닦아, 눈에 안들어가게 조심하고"

"네..."

'들킨건가...'



다음 주, 로열 지휘관 집무실


 

"아... 안녕하십니까, 로열의.... 지휘관님"

지휘관을 보니 왠지 모르게 몸을 벌벌 떠는 준요


"괜찮아? 지난번에 마라탕 먹다가 쓰러졌는데 몸은 좀 어때?"

"마라..? 아 아닙니다! 어... 음... 지난번에는 폐를 끼쳐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무의식적으로 '마라탕'이라는 단어에 트라우마가 생긴 준요


"어... 그래... 다음에는 김치오뎅이라도 먹으러 올래?"

'아무리 그래도 K-마라탕은 너무 심했나'

순한맛(한국인 기준)으로 제안하는 지휘관


"네?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럼 이만"

빠르게 인사만 하고 도망치는 준요


'저 사람은 준요의 소꿉친구가 아니야, 확실해!'

자기에게 그런 정신나간 음식을 먹이는게 소꿉친구일리가 없다고 생각한 준요



봄이었다


'이런식으로 경고를 할 줄은 몰랐네요'


'하지만 그런다고 저를 피해다닐 수는 없답니다 로열의 지휘관님?'


얀데레끼가 점점 커지는 아카기였다



주의 : 실제 정신질환은 코렁탕 등의 식고문으로 치료되지 않습니다, 병원에 보내세요


* '마라탕 국물까지 마실놈'은 중국에서는 욕으로 쓰인다고 한다 (거지라서 국물까지 다 처먹는다는 느낌)

* 마라샹궈/훠궈/떡볶이는 10/20대에서 남학생보다 여학생의 구매비율이 더 높다 (KB국민카드 매출데이터 분석, 19년~22년 기준)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207191158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