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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음력 8월 15일 오전, 로열 회의실)


"추석인데 나는 집에도 못가고 여기서 뭐하는건지"

혼잣말 하는 지휘관


"추석이 뭔가?"

"일가 친적들이 가문의 가장 높은 사람의 집에 모여서 조상-신을 기리는 명절이야"

워댕이 수준에 맞춰 설명해주는 지휘관


"음... 이교도들의 행사인가?"

담담하게 결론내리는 워스파이트(성공회 교도)


"뭐 씨발? 이교도? 말다했냐?"

'이교도'라는 말에 발작버튼 눌린 지휘관


"왜 갑자기 화를 내고 그런건가 이교도가 뭐 어때서?"

"아... 성공회도 이교도긴 하지, 미안"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린가? 우리가 왜 이교도라는건가?"

"나는 돈을 섬기는 자본주의교 신도니까 내 기준에서 너희들은 이교도가 맞지"

난 만능에다 만악인 금전교를 믿는다


"....."

"그러고보니 너희는 누구한테 절해야하냐?"

갑자기 궁금해진 지휘관

"절? 우리는 오직 폐하에게만 무릎꿇는다"

충실한 로열의 기사단원 워스파이트


"걔? 제사하면서 절하는건 돌아가신 조상님한테 지내는건데 걔는 살아있잖니, 여기가 야스쿠니냐?" (1)

"거긴 뭐하는 곳이길래 살아있는곳을 죽은사람 취급하는건가?"

"히틀러하고 괴벨스하고 괴링 비석 세워둔 교회같은거 있어"

로열 맞춤 설명을 해주는 지휘관


"세상에 그런데가 어딨는가? 당장 부숴버리러 가지 않고 뭘 하는건가!"

끔찍한 이야기에 화난 워스파이트


"중앵 수도 한복판에 있으니까 그렇지, 그걸 부쉈다간 종교문제에 외교문제까지 생겨서 골치아프니까 세이렌이 부숴주길 기대해야지"

"맙소사, 중앵은 뭘 하길래 그런걸..."


"지휘관님 중앵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럼 여기서 제삿상 안차려요?"

'제삿상'에 꽂힌 포미더블


"제삿상이란 말은 어디서 들었니"
"쥬스타그램이요"

"굳이 여기서 제삿상을 차려야 되는거냐? 너희들은 조상님도 없는데 제사는 왜 지낼려고?"

갑자기 패드립 날리는 지휘관


"네?" "..........."

지휘관의 패드립에 얼굴이 기묘해지는 함순이들

"음..... 어.... 미안하다..."



"지휘관님 조상님 계시니까 해야죠, 그리고 그 절인지 한번 하고 위에 있는거 다먹는다면서요?"

제사보다 제삿밥에 관심이 많은 포미더블


"뽀미야, 제삿상에는 니가 원하는 음식이 대체로 안올라가"

"네?"

"일반적인 제삿상에는 고기 조금하고 생선 구운거하고 나물... 드레싱 소스 거의 안뿌린 샐러드, 그리고 생과일에 과자 몇개, 그리고 쌀밥하고 수프, 전통술이 전부야"

"혹시 조상님들은 고기를 싫어하셨나요? 채식하셨던거에요?"

"뭐래, 옛날에는 고기가 많이 없어서 그랬던거지 지금은 잘만 올려, 요즘은 햄버거도 올리고 마카롱도 올리는데"

"그럼 우리도 먹을꺼 잔뜩 올려서 지내요!"

고기하고 디저트 가득한 제삿밥을 원하는 포미더블 


"그럼 제삿상은 치우고 다들 무사귀환하기를 기원하는 고사나 지내자"

"고사는 또 뭐에요?"

"동양 스타일의 축복식같은거, 성수 붓고 그러지? 우리는 그거하면서 작게 상차려서 절 한번 하자는거지"


(오후, 식당 주방)


"오늘도 맛있네요"

"테이블에 올릴걸 벌써 처먹으면 어떻게 하냐"

"남은거 올리면 되잖아요, 냠"

"야!!"

고사상에 올릴 요리(치킨)를 하는 체셔와 그걸 줏어먹는 포미더블(소세지 굽기 담당)


"포미더블님? 주인님 말로는 고사 지낼때는 테이블 중앙에 돼지머리를 올린다고 하는데"

"네?"

"포미더블을 묶어서 올려놓으면 되겠네요"

포미더블을 디스하는 넵튠


(10초 경과)

"끄아아아아악!!!!!!!!"

"지휘관님 말로는 프레스 미트(편육)도 올린다고 하는데 고기도 눌러서 만든 다음에 같이 올라가죠"

"살려줘!!!"

넵튠을 압축해서 로열해병수육으로 만들려고 하는 포미더블


"불옆에서 그러다간 다친답니다"

포미더블이 굽고있던 소시지를 줏어먹는 러스티

"끄아악! 돼지 좀 말려줘요!"

"사과를 하세요"

"으아아아아아!!!"


(3시간 뒤, 식당 구석)

테이블 위에 고기와 디저트를 잔뜩 올려둔 함순이들


"치킨은 어디다 올리냐"

"아무데나 올려"

"규칙같은거 없는거냐?"

"그거 다 현대에 만들어진 야매규칙이지 원래는 간소하게 하는건데 그럼 고기 다 빼야돼"

"자리 남는데 놓겠다냐"


"이렇게 맛있는 상차림이라니 제사 매일 했으면 좋겠어요"

"너 한국에서 그런소리 하면 며느리들한테 처맞아 뒤지는 수가 있어요"

"왜요?"

"너 일은 일대로 하면서 혼자서 이걸 만든다고 생각해봐"

"이걸 어떻게 혼자해요..."

"그러니까"


"이 돼지머리 그림은 뭐냐"

"원래 돼지머리 올리는데 니들이 돼지머리는 안먹을꺼니까 영상으로 대체했어"

태블릿에 돼지머리를 띄워서 고사를 지내는 지휘관 (2)


"포미더블 앉혀놓으면 안되는거냐"


밥하고 국을 이렇게 놔두고 요리를 여러개 놔두고
"이렇게?"

"그렇다냐

"이렇게 가운데 놔두려고 하면 너는 고양이수육이 된다"

"살려달라냐"


"자 그러면 절 한번씩 하자, 내가 먼저할테니까 따라해"

'다들 건강하기를'

포미더블은 무시하고 고사지내기 시작하는 지휘관


"네"

'야간 근무 줄어드길'

'지휘관님이 더 맛있는 요리를 많이 해주길'

'주인님이 홍차를 즐겨드시길'


'나이스바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잇몸이 튼튼해져서 고기를 잘 뜯을 수 있기를'

'언젠가 서방님하고 혼인신고서 내러 갈 수 있기를'


'주인님이 저를 버리지 않기를'

'안아주기를'

'주인님이 저희에게 더 의지하기를'


안전 기원은 어디가고 각자 소원빌기에 여념없는 함순이들


"그럼 이제 위에 음식들 먹어도 되죠?"

"혼자 다 먹지 말고 나눠먹어라"

"네네"

말은 그렇게 하면서 고기부터 줏어먹는 포미더블


"고기 못먹고 죽은 귀신이라도 들렸냐"

"뭐라고요?"

"아무것도 아니다냐"


(잠시 후)


"꺼억, 어 배부르다"

드러눕는 포미더블

"먹었으니 치워야지?"

"귀찮은데..."


"포미더블님?"

"알았어요..."

포미더블만 배부른 추석이었다


(1) 야스쿠니 신사, 전사 안한 한국인 60명 무단합사 - 동아일보, 2007년 10월 24일

살아있는 당사자 및 유가족들이 합사 빼라고 소송걸었지만 일본법원에서 문제없다고 해서 패소, 이후에도 몇차례 소송이 더 걸렸지만 유가족 측 패소


(2) http://www.tvdaily.co.kr/read.php3?aid=1373329069537195008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 촬영할때 고사지낼 당시 돼지머리 대신 돼지머리 사진으로 진행


오늘 밥먹으러 나갔는데 추석 당일 휴업이라고 붙어있는거야


추석특집 : 집에 못가는 지휘관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