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쾅, 하고, 문이 크게 젖혀지는 소리와 함께 등장한 사내, 차파예프는 손에 들린 수갑을 잠시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그를 마주했다.
그의 얼굴에는 정확히 당황, 놀람, 그리고 배신감이 삼분할 되어 섞여 있었다. 아무런 전조 없는 상황에 차파예프는 약간의 당혹감을 느꼈다.
“너……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믿었는데! 믿었는데!”
특히나 저렇게나 억울하다는 듯이 말하면 더더욱, 어지간한 일에는 큰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는 그녀조차 표정을 굳힐 정도였다.
“우선 진정해. 나는 어디 도망 안 가니까. 천천히 이야기를 나눠보면 알겠지.”
하지만 그녀는 기본적으로 침착하고, 냉정한 여자였다. 당혹의 감정도 잠시일 뿐, 어째서 지휘관이 저런 식으로 날뛰는지, 그 이유를 알아내기로 했다.
“왜 그러는 건데?”
“……이, 이걸 보고도 그런 반응이 나오나 보자!”
되려 침착한 모습에 당황하며, 지휘관은 황급히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 보였다. 액정에 비치는 건 탈린과 쿠이비셰프, 그리고 차파예프가 한데 모여 찍은 사진이 있었다.
“……이게 왜?”
때문에 그녀는 이해하지 못했다. 단순한 사진일 뿐인데, 어디 모난 곳 하나 없이 그냥 잘 나온 사진 하나일 뿐인데, 대체 무엇이 잘못됐다는 건가.
하지만 지휘관은 그런 그녀의 반응에 더욱이 배신감을 느낀 듯, 허망함을 온몸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목소리로 나타났다.
“이거 보라고 이거! 이 손가락 모양! 이거 그거잖아! 남자 성기 작다고 모욕할 때 쓰는 표현!”
“……뭐?”
“시치미 떼지 마! 나빴어! 믿었는데!”
“…….”
마침내 다다른 진실에 차파예프가 느낀 감정은 우선 안타까움이었다. 최근 들어 그런 쪽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많이 예민해진 모양이었다.
또한 조금 해명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에게 괜히 이상한 이미지를 받는 건 사양이었으니까.
“그건 그냥 단순히 탁자를 두드리다 찍힌 거야. 이런 식으로.”
이어 톡, 톡, 그녀가 검지로 책상을 두드린다. 평소에도 종종 그녀가 취하는 행동, 지휘관이 한 걸음 물러섰다.
“으읏……! 거짓말! 거짓말이야!”
물론 그것은 단순한 물리적 행동에 불과했지, 그의 뜻은 여전히 제자리에 있었다. 차파예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었고, 조금 전 내려놓은 수갑을 들어 올렸다.
“그럼 지휘관은……자기 성기가 작다고 모욕받아서 기분이 나쁘다는 거지? 그럼 얼마나 크길래 그러는 거야? 뭐 따지려는 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그래.”
“날 뭐로 보는 거야! 당연히 저것보단 훨씬 크다고!”
“흐음……정말로?”
“당연하지!”
노발대발하며 날뛰는 모습, 차파예프는 조용히 그의 팔목에 수갑을 채웠다. 다른 의미로 당황한 그의 동공이 커지고, 차파예프는 옅게 미소 짓는다.
“그럼 확인해 봐도 되지?”
“……어?”
“왜? 억울하다며, 그럼 증명하면 되잖아?”
그는 잊고 있었다. 지휘관이 스스로 그녀의 방에 찾아왔다는 건 악어 입속에 스스로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그 증거로, 그녀의 어느새 볼 가에는 홍조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확인해 보면 알겠지, 우리 지휘관님의 그곳은 과연……얼마나 거대한지 말이야.”
“자, 잠깐만, 차파예프?”
그녀가 비릿하게 웃고, 마침내 이성을 되찾은 지휘관은 그녀에게 다시금 대화를 시도한다. 허나 때는 이미 늦었고, 이번엔 차파예프 쪽에서 이성을 놓은 지 오래였다.
“먼저 잔~뜩 유혹했으니까. 기대할게?”
길고 가는 손가락이 그의 턱에 닿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그 종착지는 지휘관의 바지 지퍼, 툭, 하고 내려간다.
그리고 드러나는 거대한 실루엣, 차파예프는 더더욱 크게 웃었고, 지휘관은 더더욱 크게 기겁했다.
“지끼야아아악!!!”
그 말을 끝으로 지휘관은 차파예프에게 여러 차례 크기 검증을 당했다. 수 없는 관계 끝에 내린 결론은 '지극히 거대하다.' 이상이었다.
그리고 지휘관은 요통을 이유로 2주 휴가를 냈다.
그냥 짤 보고 비몽사몽한 상태로 의식의 흐름을 담아봄
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