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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판타지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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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판타지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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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내가 쓰러진 걸로 여기 있는 모두가 알았겠지..
 
벨리 제 3 부단장인 이 마크님이 힘도 제대로 못 써보고 기절할 정도의 수상한 힘.
 
이건 절대 이 나이대의 어린 아이가 낼 수 있는 힘이 아니야.”
 
마크가 인중에 눌러붙은 코피를 닦아내며 말했다.
 
“그럼 도대체 힘을 어디서 얻었을까?
 
그야 뻔하지.
 
제국.
 
이 녀석들은 제국인이야.”
 
마크가 비틀린 웃음을 지었다.
 
도민들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뭐라고? 제국!?”
 
“그래.. 확실히 어린 나이에 용병 부단장 급을 압살하는 게 수상쩍긴 했어.”
 
“제국인이 왕국의 도시에 뻔뻔하게 들어와서 돌아다니다니 가증스럽기 그지없군!”
 
비난이 쏟아졌다.
 
“끄앙! 저 부단장 씨가 한 말에 사람들이 휘둘리고 있습니다!”
 
당황하는 아리스.
 
켈리를 올려다본다.
 
“성도회분들과 부제님은 아직 용병단 건물에서 돌아오지 않으신 건가요?
 
그렇다면 여기서는 제가..”
 
목소리를 가다듬는 켈리.
 
“여러분! 속지 마세요!
 
어젯밤 벨리 관문 너머에서 제국인이 마석을 이용해 몬스터를 부리는 소동이 일어났다는 걸 알고 계실 거예요.
 
그 소동을 누가 제압한 줄 아세요?
 
바로 마크가 제국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이 분들이 해낸 거예요!”
 
당황하는 도민들.
 
“뭐라고!? 제국인의 몬스터 침공을 막아냈단 말인가?!”
 
“그러면 마을을 도와준 셈이니 제국인일 리가 없지!”
 
“마크 저 녀석 순수 실력으로 져놓고 제국타령 하는 거 아니야?”
 
단숨에 여론이 뒤집힌다.
 
“그런데 저 사제도 결투 대상자잖아? 저 말이 사실일까?”
 
몇몇 사람들은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성도회인 켈리까지 싸잡아 의심한다.
 
“아니. 틀렸어.
 
오히려 그 녀석들이 너무 순순히 물러갔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냥 밝은 빛이 번쩍 하더니 몬스터들이 도망가 버렸지.
 
몬스터를 부리는 건 제국의 특기.
 
그런 상황을 연출하는 건 누구보다 쉽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도시에 잠입하기 위해서 제국인들끼리 짜고 친 게 아니라면 뭐란 말이냐!”
 
다시 경악하는 도민들.
 
“아니 그러면 그렇게까지 치밀하게 잠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는 거야?!”
 
“이런 고얀.. 제국인 녀석들! 우리 도시에서 꺼져라!!”
 
“역시 썩어도 부단장인가.. 거기까지 예상하고 있었다니!!”
 
도민들은 다시 용사들을 제국인으로 의심하고 있다.
 
“잠시만요!”
 
누군가가 통제선 너머에서 외쳤다.
 
오래 전 마을에서 용병단장이 고용해줘서 이제까지 여정을 함께했던 마부였다.
 
“지금 우리 중요한 이야기 하고 있는 거 안보여?”
 
“눈치 좀 챙기지 그래?”
 
“이 마을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녀석이 뭘 안다고 끼어들어!”
 
그에게 마구 비난이 쏟아진다.
 
“저는 저분들이 먼 마을에서부터 여기까지 올 동안에 그 여정을 지켜봐온 정식 마부 협회원입니다.”
 
한순간에 조용해지는 도민들.
 
정식 마부 협회원이라면 잘못 건드렸다간 기본적인 생필품 거래조차 어려워질 수 있었다.
 
“제가 이제까지 봐온 바로는 저분들은 제국인이 아닙니다.
 
제국인은 본성적으로 포악하고 재물을 탐하며 남의 것과 자신의 것에 대한 구분을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분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면 언제든 발 벗고 먼서 나서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언제나 먼저 손을 내밀어줬습니다.
 
여행을 할 때 필요한 금전이나 물품들도 전부 정당한 방식을 통해 마련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여정을 함께 해오며 제 눈과 귀에 새겨진 이분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이분들을 계속 모욕하시겠다면 마부 협회의 이름을 걸고 가만 두지 않겠습니다.”
 
마부의 눈이 도민들을 훑고 지나간다.
 
아무도 반박을 하는 사람이 없다.
 
옆에서 따봉을 날리는 모모이와 유즈.
 
“흥. 같이 여행을 해왔다면 오히려 더 매수하기가 쉬웠겠군.
 
돈과 몸으로 해결 안 될 문제는 없지.”
 
마크가 멋대로 지껄인다.
 
“제가 만약 부정한 돈을 받아 매수를 당해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거라면, 저는 마부 협회원 자격을 내놓겠습니다.
 
아니.
 
목숨까지도 내놓겠습니다.
 
당신은 뭘 내놓을 거죠?”
 
도민들은 마부의 발언에 화들짝 놀랐다.
 
마부 협회원 자격은 사실상 마부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정도.
 
심지어 정식 마부 협회원이라면 저 자리까지 오르려면 얼마나 부단한 노력을 해왔는지 알 수가 없는데.
 
심지어 목숨까지도 내걸었다니.
 
마부의 표정은 진지하다.
 
“쳇.
 
그래.
 
다 좋다 이거야.
 
그렇다고 해도 수상한 능력을 쓰는 건 어떻게 설명할 거지?
 
제국인이 도망치기 전에 불덩이를 날리던데.
 
그런 능력을 가진 건 제국인들밖에 없지 않나?”
 
“당신도 이상한 힘을 쓰던데요?”
 
켈리가 끼어들어 말했다.
 
“흥. 너클 이야기를 하는 거라면 안됐군.
 
왕도에서 특수 제작한 아이템이니까 말이야.
 
오히려 왕도에서 제작하는 아이템을 사용했는데 그걸 상회하는 힘을 가졌다..
 
제국의 힘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 돼 보이는데?”
 
마크는 드디어 빈틈을 찾아내 기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부단장 씨 말마따나 왕도에서 만드는 아이템보다 저희가 세다면 그냥 왕도로 바로 쳐들어가면 되는 거 아닌가요?
 
저희가 제국인이라면 왜 편한 길 놔두고 일일이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왕국에 좋은 짓을 해줘가며 증서를 모으고 이렇게 불편하게 도시에 잠입을 하겠어요?”
 
가만히 듣고만 있던 미도리가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그건..”
 
대답을 하지 못하는 마크.
 
“저희가 용병단인 건 알고 계신가요?
 
왕국의 국력에 보탬이 될 용병단에 강한 인재가 들어왔으면 증명하는 데 도움을 주고 나서서 보호해주지는 못할망정 어째서 제국인이라고 몰아가며 의심하는 거죠?
 
부단장 씨야 말로 도시에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결투로 제거해 왔다고 하던데 사실상 국력에 손실을 일으키고 있는 걸 보면 그쪽이야말로 제국인에 더 가까운 것 아닐까요?”
 
도민들이 웅성거린다.
 
“듣고 보니 오히려 수상한 쪽은 부단장인데?”
 
“맞아.. 그 정도로 강하다면 진작 밀고 들어왔겠지.”
 
“그러면 마크가 제국의 스파이였던 건가?!”
 
모든 의혹이 마크에게 모여든다.
 
“...어쨌든 난 너희들이 의심돼서 결투를 신청한 것뿐이다.
 
결투에서도 승리하지 못했고 나에게 쏟아지는 의혹도 풀지 못하겠으니 이만 죽여라.
 
대신 내가 죽는다면 너희들도 감옥에 처박혀서 조사를 받아야 할 거야.”
 
오히려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마크.
 
이렇게 되면 계획이 꼬인다.
 
항복할 기회를 주려고 했더니 오히려 여론을 형성해 제국인이라고 몰아가지를 않나,
 
여러 오명을 덮어씌우려고 하지를 않나.
 
마지막에는 자신 목숨을 담보로 끝까지 감옥에 넣겠다는 걸 보니 순순히 항복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오히려 항복을 해볼까?
 
그랬다간 저 사람에게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
 
항복이라고 했으면서 방패를 휘두른다면 또 비겁한 모습을 보였다며 제국이랑 억지로 연결 짓겠지.
 
그러면 죽인다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는다는 건데..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다시 사람들이 입을 모아 외치기 시작했다.
 
광장이 떠나갈 기세로 힘껏 소리를 질러대는 사람들.
 
목청이 터질 듯이 죽이라며 외쳐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바닥을 흔들고 다리를 타고 올라와 두개골에 울려 퍼진다.
 
어지럽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부단장의 얼굴과 방패를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그냥 죽이고 살려버리면 되지 않을까.
 
그런 세계니까.
 
그런 게임이니까.
 
10만G만 낸다면 생명이 부활하는데 괜찮지 않을까?
 
저 사람도 우리 목숨을 30만G로 취급하지 않았던가.
 
사실 이제까지 해왔던 고민도 그렇게까지 중요한 게 아니지 않았을까?
 
아리스와 유즈, 언니의 얼굴이 눈에 담긴다.
 
아무리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이제까지 진행을 해오면서 여기서 살아가는 생명들을 봐왔다.
 
비록 NPC라고는 해도 이 안에서는 각자의 사연,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분명한 사람들이라고 느꼈다.
 
자기 자신은 탱커로서 제일 앞 선에 서서 갖은 공격들을 받아왔기에 맞을 때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고토을 느끼는 건 저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지금 여기서 아무렇지도 않게 눈앞에 있는 마크라는 사람의 목을 치면,
 
다음에는?
 
또 그 다음은?
 
게임을 진행해나가며 생명을 앗아가는 편이 훨씬 편하고 빠른 선택지가 되었을 때 무슨 선택을 하게 될지 눈에 선하다.
 
게다가 그런 선택에 익숙해져버리면 나중에 게임이 끝나고 나서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어쩌지?
 
두려움이 앞선다.
 
서서히 상식이 망가져 갈까봐 무섭다.
 
잠깐이라도 사람을 해치는 걸 진지하게 고민한 스스로가 공포스럽다.
 
“하아..”
 
저절로 한숨이 나오는 미도리.
 
누군가 이 끔찍한 상황을 끝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큰일입니다!!”
 
통제선 밖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제국인들이 습격해왔습니다!!
 
모두 대피하십시오!!”
 
사람들이 패닉에 빠졌다.
 
“뭐라고?! 제국인이!!”
 
“어서 도망쳐야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비켜! 난 살아야해!!”
 
서로 도망가느라 밀고 당기고 짓밟고 난리가 나버린 사람들.
 
그 많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빠져나가 광장에는 용사들과 마크, 켈리만이 남았다.
 
멍하니 있는 미도리.
 
턱.
 
어깨에 누군가 손을 올렸다.
 
흠칫 놀라며 돌아보니 아리스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쳐다본다.
 
“괜찮습니까, 미도리?
 
안색이 안 좋아 보입니다.”
 
“으.. 응. 괜찮아.
 
그보다 제국인들이 습격했다고 했지?
 
어서 가보자.”
 
돌아서는 미도리.
 
“빛이여!!!!!”
 
번쩍-
 
아리스가 회복을 사용했다.
 
뒤를 돌아보니 부단장이 치료받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슨 꿍꿍이지?
 
이런다고 내가 너희들을 가만 놔둘 것 같나?”
 
“이대로 놔두면 불쌍하기도 하고..
 
제국인들이 쳐들어왔는데 부단장 씨가 없으면 용병단분들이 곤란할 거 아닙니까?”
 
벙 쪄버리는 마크.
 
“뭐합니까? 도시 지키러 안 가고.”
 
그 말을 뱉고 아리스는 동료들 품으로 돌아갔다.
 
멀어지는 소녀의 등을 보며 생각이 깊어지는 마크.
 
“이거.. 내가 완전 잘못 짚은 걸지도 모르겠군..”
 
용병단 부단장은 조용히 중얼거리고, 이내 용병단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서 제국인들이 어디로 쳐들어왔다는 겁니까?”
 
“용병단과 성도회가 열심히 관문을 지키고 있다는 것 같아요.
 
어쩐지 도착이 늦더라니..”
 
“결투하면서 저희랑 용병단 부단장, 성도회 사제가 빠졌으니 그 틈을 노린 걸까요?”
 
“그 타이밍을 노리고 한 거라면 마크가 점점 수상해지네요..”
 
아니면 용병단 내부나 성도회 내부에 마크 말고 다른 제국의 스파이가 있다는 거겠지.
 
입 밖으로 꺼내기엔 성도회인 켈리가 있어서 생각에 그친다.
 
관문에 도착하니 과연 나무 몬스터들과 젤리 몬스터들이 즐비했다.
 
힘겹게 막아내고 있는 용병들과 그 뒤에서 열심히 치료하고 있는 사제들이 보인다.
 
화륵-
 
“뭐.. 뭐야?! 등 뒤에서 불이!”
 
“불이야!!”
 
관문 사이로 불덩이가 날아가 몬스터들을 불사른다.
 
키에에에!
 
철푸덕!
 
파삭-
 
순식간에 사그라드는 몬스터들.
 
“우와아아아!! 뭐야 방금?! 몬스터들이 쓸려나갔는데!?”
 
“어제 못 봤어? 새벽쯤에 들어온 모험가들이 쓰던 거잖아!”
 
하지만 여전히 많은 몬스터들이 그 뒤를 이어 쳐들어오고 있다.
 
“어딘가 마석을 다루고 있는 제국인이 있을 텐데.”
 
“빛이여를 그냥 한번 써보는 건 어떱니까?”
 
“성물을?”
 
“네! 마물들 사이에 숨어있다면 빛이 닿을지도 모릅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미도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리스는 손에 금이 간 하얀 돌멩이를 쥐어들었다.
 
“빛이여!!!!!”
 
쩌적-
 
번쩍-
 
“뭐야?! 또 무슨 일이야!!”
 
“빛이..! 성녀님이다!! 성녀님이 오셨다!!”
 
밝은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태양보다 밝은 빛이 퍼져나가 관문을 뒤덮었다.
 
용병들과 사제들의 체력이 회복되었고 몬스터들은 빛에 눈이 멀어 도망가기 시작했다.
 
마석의 통제에서 벗어난 거겠지.
 
몬스터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제국인.
 
“젠장.. 또 저 녀석이냐..!”
 
복면과 로브로 가려져있지만 드러나 있는 얼굴 부분에 있는 화상자국이 눈에 띈다.
 
스르르륵-
 
유즈가 재빨리 다가갔지만 이미 도망을 쳐버린 직후였다.
 
“이번에도 놓쳐버렸네..”
 
띠링!
 
밝은 빛이 몸을 감싸며 소리가 들렸다.
 
⌜LEVEL UP!⌟
 
“밝은 빛이.. 몸에서?!”
 
성도회뿐만이 아니라 용병단원들도 같이 놀란다.
 
전설 속 성녀의 전승에 따르면 밝은 빛과 함께 강림한다고 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어주고, 회복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치료해준다는,
 
그런 사람이 여기에 네 명이나 존재했다.
 
전설 속의 존재를 두 눈으로 목도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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