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후우카에겐 평범한 날이었다. 아침식사로 학생들에게 주리의 독요리가 나갔다. 요리를 먹고 항의하러 찾아온 하루나가 멋대로 조리실에 들어왔다. 조리실에 널린 주리의 독요리와 점심으로 준비하던, 냄비에서 꿈틀거리는 크툴루 스타 스폰 비슷무리한 무언가를 본 하루나가 기겁하면서 폭탄을 던졌다.

쾅!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하루나의 폭탄에 게헨나의 조리실이 급식실과 같이 깔끔하게 날아갔다. 조리실에서 한 발자국 물러난 후우카와 주리는 얼굴에 그을음이 묻는 거 외엔 별 해가 없었다.

하지만 완전히 폐허가 된 조리실을 본 후우카는 자신의 가슴 속, 소중한 무언가가 완전히 끊어진 걸 느꼈다.

"선배... 어떻게 하지요? 이래서는 점심 급식을 준비할 수 없겠어요... 앗! 이거 보세요! 그나마 계란후라이라도 건질 수 있겠네요. 다행이다."

후우카는 자신의 옆에 선 주리를 보았다. 주리는 폐허에서 기어 나오는 계란후라이였던 무언가에 손을 내밀었다.

쉭쉭!

흰자가 팔다리처럼 변하고 노른자가 큼직한 모노아이처럼 변한 무언가는 자신을 잡으려는 주리에게 두 팔(?)을 휘두르면서 저항하다가 주리에게 잡혔다.

'알아... 이건 주리 탓이 아니야... 주리는 순수하게 나를 돕고 싶어하는 착한 후배니까....'

후우카는 마음 속에서 맴도는 생각을 차마 입에 담지 못하고 자신을 달랬다. 후우카의 말대로 주리는 어디까지나 후우카를 돕고 싶어할 뿐이고, 그녀의 요리에 대한 열정은 결코 후우카에게 뒤지지 않았다.

문제는 주리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게 아니라 연금술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인체연성과 키메라연성의 달인 주리의 결과물은 볼 때마다 후우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키에에에에에엑!"

주리의 손아귀에 잡힌 계란후라이가 괴성을 지르더니 노른자 사이를 벌리면서 이빨을 드러냈다.

"앗! 계란후라이가 절 물었어요! 선배! 붙잡아 주세요!"

주리는 도망치려는 계란 후라이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계란후라이는 온몸에 기름을 둘렀기에 잡을 수가 없었다. 주리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무언가는 단번에 잔해 사이로 뛰어들어서는 주리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그걸 본 후우카는 한숨이 나왔다.

이젠 주리의 손에서 부활한 요리를 처리하는 일도 지긋지긋하다.

"정말이지, 오늘의 급식은 최악이었습니다."

옆에서 자신의 입가를 손수건으로 닦는 하루나가 눈치 없이 후우카와 주리를 책망했다.

"....."

후우카는 생기를 잃은 눈으로 하루나를 올려봤다. 후우카의 등은 후우카를 꼿꼿이 세울 힘조차 없었기에 구부정했다. 하루나는 후우카의 마음을 전혀 모른 체 오늘 아침을 평가했다.

"영국식 아침식사라고 하길래 기대했는데... 계란 후라이는 갑자기 점프해서는 제 코를 물지 않나, 베이컨은 돼지 뱃살이 아니라 대리석을 대패에 갈아서 만들었는지 얼마나 딱딱한지 씹다가 제 이빨이 나갈 뻔했고, 기성품 베이크드 빈즈는 통조림 유통기한이 지났는지 신맛이 심하게 나더군요."

"....."

하루나의 말대로 그녀의 코는 쥐처럼 작은 동물에 물린 듯한 자국이 남아 있었다.

"거기에 홍차라고 나온 건 이게 차인지 맹물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향이 쥐꼬리만큼 남아있더군요. 홍차를 우릴 때 쓴 물, 오래된 수도관에서 받아낸 수돗물이었나요? 미약하지만 뒷맛에서 수돗물 특유의 약 맛이 남아있더군요. 그런 수돗물을 홍차를 우리는 데 필요한 적정온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우려내다니... 입안에 구정물을 넣는 듯한 체험이었습니다."

자신과 주리가 새벽부터 준비한 요리가 폄하 당하자, 후우카의 입에서 바람이 새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미식가로서 이런 아침식사는 도저히 요리로서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실망했어요. 바쁘신 건 알겠지만... 적어도 제가 내는 급식비 만큼의 요리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건 미식가로서, 그리고 게헨나의 학생으로서 정당한 요구라고 생각...."

"그래... 알겠어...."

후우카는 말없이 듣다가 마침내 하루나의 항의에 대답했다.

"전부 다... 내가 잘못했어....."

"잘못을 인정해 주셨으니 다행이군요."

"주리는 어디까지나 내 보조... 그러니까 급식이 맛이 없는 건 전부 다 내 탓이야. 그러니까... 내가 급양부 부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급양부를 그만 두면 되는 거지?"

"네?"

후우카는 하루나가 놀라서 무의식적으로 꺼낸 대답을 예스로 받아들였다.

물론 하루나는 후우카가 꺼낸 폭탄선언에 몸이 얼었다.

"자... 받아..."

후우카는 느릿하게 몸을 돌려서는 주리에게 자신이 두른 두건과 앞치마를 풀더니 손수 주리에게 입혀줬다.

"이제부터는 네가 급양부 부장이야... 알았지? 앞으로 게헨나의 전 급식은 네 손에 달려있어... 그러니까 노력해줘."

"선배!? 정말로 급양부를 그만두시는 건가요? 저... 저는 아직 부족한 몸이라 선배의 자리를 매꿀 수가 없어요! 전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요!"

진심으로 요리를 좋아하고 후우카를 존경했던 주리는 후우카가 떠나려고 하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하루나는 주리보다 더한 충격을 받았다.

"기다려 주세요! 저는 어디까지나 다음 요리의 개선을 위해 피드백을 보낸 것뿐이지, 후우카 씨가 급양부를 그만두는 건 원하지 않습니다!"

하루나는 자리를 떠나는 후우카의 어깨에 손을 들이댔다. 후우카는 하루나의 손길을 매우 차갑게 쳐내고선 급양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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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카는 기숙사에 가선 그대로 자신이 아끼던 조리기구와 옷 등을 보자기에 싼 뒤에 게헨나를 떠났다. 봇짐을 긴 봉에 달고 가는 후우카의 모습은 누가 봐도 처량했다.

"앞으로 어떻게 한다...."

후우카는 두통 때문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애써 부여잡으며 고민했다. 당연하게도 후우카의 급양부 탈퇴는 즉흥적이기에 그녀에겐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이대로 게헨나에 남아있으면 주리의 급식에 시달린 학생들이 자신을 귀찮게 할게 뻔했기에 후우카는 당분간 게헨나를 떠나기로 했다.

그리고 후우카의 발걸음은 당연하게도 후우카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의존하는 어른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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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릇뚜릇~"

콧노래를 부르는 샬레의 선생은 한 손으론 우산을 들고, 남은 한 손으로 포장한 저녁식사를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선생은 처리해야 할 일이 좀 남긴 했지만 이제 야간근무는 안 하기로 했기에 정해둔 시간이 되자 칼같이 정시퇴근했다.

"간만에 정시퇴근하니 기분이 좋아라~"


선생이 샬레에 부임한 뒤, 몇 주간은 짬찌선생님답게 의욕이 넘치는 대로 밀려오는 일을 정직하게 처리했다. 하지만 과로로 인해 한 번 쓰러졌다가 이대로 가다간 선생님이 과로사한다는 치나츠와 세리나의 닥터 스톱을 받았다. 선생은 그 뒤로 치나츠와 세리나의 닥터 노트를 총학생회에 보여준 뒤에, 앞으로는 일을 적당히 하기로 했다.

학생과 키보토스를 위해 봉사하는 건 선생의 큰 즐거움이지만, 그러다가 자기 몸을 해치면 학생들이 슬퍼하니까 앞으론 조심해야지.

어차피 샬레는 의무가 없는 조직이기에 선생이 일을 적당히 처리해도 총학생회는 선생을 갈굴 명분이 없었다. 아니, 까놓고 말해 총학생회는 선생이 직무유기를 외치며 바닥에 드러누워도 선생에게 손을 댈 수가 없다.

그리고 선생은 샬레에서 얼마 안 떨어진 자신의 집에 도착했다. 작지만 아담하면서 정원까지 딸린 개인저택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언젠가 자신만의 개인주택을 가지겠다는 선생의 꿈이 반영된 집이다.

"누구니?"

그리고 선생은 현관 앞에서 비를 맞으며 멍하니 서있는 후우카를 발견했다.

"후우카?"

"선생님...."

후우카는 멍하니 선생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후우카는 우산 없이 비를 다 맞았는지 온몸이 흠뻑 젖은 몸이었다. 빗물이 후우카의 뿔과 머리카락을 타고 얼굴 위로 흘러내렸다.

눈가에 흘러내리는 빗물은 후우카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했다.

"저... 급양부 그만뒀어요... 얼마나 갈진 모르겠지만 이대로 게헨나에 있으면 버틸 수 없을 것 같으니까...."

후우카는 선생님에게 고개를 내리며 공손히 부탁했다.

"부족한 몸이지만 선생님의 신세를 지게 해주세요."

급양부는 후우카를 잃었다.

그리고 선생은 여고생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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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arca.live/b/bluearchive/42499883 를 보니 갑자기 소재 돋거하고 싶어져서 써봤다. 소재 고맙다. 이래서 내가 블루 아카이브 채널을 못 끊는다. 블루아카로 글 쓰고 싶은데 아이디어가 떨어질때 돌아다니면 소재가 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