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를 찾아보다가 영화진흥법 및 영화비디오법(이하 각각 "영진법" 및 "영비법"이라 합니다.)과 관련된 판례가 나와서 이것을 소개할 겸,
이 결정 이후 개정된 현행 영비법과 게임산업법(이하 "게임법"이라 합니다.)과 비교해보고자 합니다.
세줄요약
1. 영진법은 사전검열로 얻어맞고 나서 명확성 원칙 및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로 또 얻어맞았다.
2. 영비법은 그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이를 박박 갈며 개조되었다.
3. 게임법은 영비법에 비해서도 명확성이 떨어진다.
2007헌가4 - 영화진흥법 제21조 제3항 제5호 등 위헌제청
이 조항은 영진법에서 등급보류판정을 무한으로 할 수 있어서 사전검열 판정을 받은(2004헌가18) 이후 도입한 "제한상영가" 제도를 가리킵니다.
영화진흥법(법률 제6632호, 2002. 1. 26. 일부개정) 제21조 (상영등급분류) ①영화(예고편 및 광고영화를 포함한다)는 그 상영전에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상영등급을 분류받아야 한다. (단서 생략)
② 생략
③제1항의 규정에 의한 영화의 상영등급은 다음 각호와 같다. (단서 생략)
1~4 생략
5. “제한상영가” : 상영 및 광고ㆍ선전에 있어서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영화
④~⑥ 생략
⑦제1항의 규정에 의한 상영등급분류의 절차 및 방법, 제3항의 규정에 의한 상영등급분류의 구체적 기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규정으로 정한다.
제2항 제5호의 제한상영가의 정의를 보면 딱 봐도 명확성 원칙은 씹어버린 느낌이 팍팍 들텐데, 헌재의 생각도 같았습니다.
이 규정은 제한상영가 등급의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를 말해주기보다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가 사후에 어떠한 법률적 제한을 받는지를 기술하고 있는바,
이것으로는 제한상영가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를 알 수가 없고,
따라서 영진법 제21조 제3항 제5호는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참고로 영진법에서 게임쪽을 뜯어내면서 다시 만든 법이 영비법인데,
이 때 종전의 규정을 그대로 복붙한지라 그 조항도 같이 위헌판정 받았습니다.)
헌재의 판단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같은 조 제7항에 관해서도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라고 판정합니다.
한편, 영진법 제21조 제7항 후문 중 ‘제3항 제5호’ 부분의 위임 규정은
영화상영등급분류의 구체적 기준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규정에 위임하고 있는데,
이 사건 위임 규정에서 위임하고 있는 사항은 제한상영가 등급분류의 기준에 대한 것으로
그 내용이 사회현상에 따라 급변하는 내용들도 아니고, 특별히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기술적인 사항도 아닐 뿐만 아니라,
더욱이 표현의 자유의 제한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경미한 사항이라고도 할 수 없는데도,
이 사건 위임 규정은 영상물등급위원회 규정에 위임하고 있는바, 이는 그 자체로서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위임 규정은 등급분류의 기준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 없이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그 규정으로 이를 정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것만으로는 무엇이 제한상영가 등급을 정하는 기준인지에 대해 전혀 알 수 없고,
다른 관련규정들을 살펴보더라도 위임되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 수 없으므로 이는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다만 이 법 규정이 증발해버리면 제한상영가 자체를 지정할 수 없게 되는 관계로 헌법불합치 판정이 난 사례입니다.
덤으로, 명확성의 원칙과 포괄위임금지원칙에 관해선 정부입법지원센터의 게시물을 참고하시면 조금은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영비법 vs 게임법
이에 2009년 해당 조항들을 개정한 뒤 현재에 이르고 있는 영비법을 보면, 이런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영비법(법률 제18659호, 2021. 12. 28. 일부개정) 제29조(상영등급분류) ①영화업자는 제작 또는 수입한 영화(예고편 및 광고영화를 포함한다)에 대하여 그 상영 전까지 제71조의 규정에 의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상물등급위원회”라 한다)로부터 상영등급을 분류 받아야 한다. (단서 생략)
②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한 영화의 상영등급은 영화의 내용 및 영상 등의 표현 정도에 따라 다음 각 호와 같이 분류한다. (단서 생략)
1. 전체관람가 : 모든 연령에 해당하는 자가 관람할 수 있는 영화
2. 12세 이상 관람가 : 12세 이상의 자가 관람할 수 있는 영화
3. 15세 이상 관람가 : 15세 이상의 자가 관람할 수 있는 영화
4. 청소년 관람불가 : 청소년은 관람할 수 없는 영화
5. 제한상영가 : 선정성ㆍ폭력성ㆍ사회적 행위 등의 표현이 과도하여 인간의 보편적 존엄, 사회적 가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 정서를 현저하게 해할 우려가 있어 상영 및 광고ㆍ선전에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영화
③~⑥ 생략
⑦ 제2항 각 호의 상영등급에 대한 구체적인 분류기준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1. 「대한민국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와 인권존중에 관한 사항
2. 건전한 가정생활과 아동 및 청소년 보호에 관한 사항
3. 사회윤리의 존중에 관한 사항
4. 국가정체성 및 외교관계의 유지에 관한 사항
5. 주제 및 내용의 폭력성ㆍ선정성ㆍ반사회적 행위 등에 관한 사항
6. 인간의 보편적 존엄과 사회적 가치, 선량한 풍속 및 국민정서에 관한 사항
⑧~⑩ 생략
[2009. 5. 8. 법률 제9657호에 의하여 2008. 7. 31.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결정된 이 조 제2항제5호를 개정함.]
법 개정하는 양반들이 이빨을 아주 꽉 깨물었다는 걸 느낄 수 있는데,
제한상영가 정의(제2항 제5호)를 보면 이러이러한 것들이 들어있어서 막 보여주면 안되는 것들이라고 짚어주고 있고,
각 등급의 기준을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위임하는 제7항에서는 이런 것들을 고려해서 정하라고 하나하나 짚어주고 있습니다.
(본문은 아니지만, 마지막의 헌재한테 헌법불합치 맞아서 개정했다는 꼬리표는 덤)
참고로 제7항의 위임받은 부분은 시행령 제10조의3에서 별표2의2로 정의하고 있는데,
그 내용 중 제한상영가 부분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ㄱㅈㅇ 찬양물이나 독재체제 선전물, 약 빨고 취해 있는 게 주 콘텐츠인 것들,
부모님 안부를 너무 물어서 인간적으로 선 넘었다 싶은 것들,
그 외에 너무 반사회적인 것들이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은
제한상영관에서만 겨우 볼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게임산업법은...
게임법(법률 제18298호, 2021. 7. 20. 타법개정) 제21조(등급분류) ①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게 할 목적으로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고자 하는 자는 해당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기 전에 위원회 또는 제21조의2제1항에 따라 지정을 받은 사업자로부터 그 게임물의 내용에 관하여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단서 생략)
②게임물의 등급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전체이용가 :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게임물
2. 12세이용가 : 12세 미만은 이용할 수 없는 게임물
3. 15세이용가 : 15세 미만은 이용할 수 없는 게임물
4. 청소년이용불가 : 청소년은 이용할 수 없는 게임물
③제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청소년게임제공업과 일반게임제공업에 제공되는 게임물은 전체이용가와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로 분류한다.
④위원회는 등급분류를 신청한 게임물에 대하여 사행성게임물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⑤~⑥ 생략
⑦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등급분류 기준과 제4항에 따른 사행성 확인 기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한다.
⑧~⑨ 생략
사실 연령등급 정의 자체는 영비법과 동일하게 되어 있어서 그럴 수 있지만,
그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는 제7항을 보면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비법 제29조 제7항이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위임한 것과 달리 여기서는 문체부령(시행규칙)으로 위임하고 있으며,
영비법 쪽과는 달리 어떤 내용들을 고려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기준도 없습니다.
뭐, 게임산업이 워낙에 빠르게 바뀌고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그렇다고 치고,
또 설마 영비법도 같이 살펴봐야만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는 게 옳다고 치고, 시행규칙을 찾아봅시다.
게임법 시행규칙(문화체육관광부령 제482호, 2022. 6. 3. 타법개정) 제8조(등급분류기준) ① 법 제21조제7항에 따른 게임물의 등급분류기준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전체이용가 등급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가. 주제 및 내용에 있어서 음란ㆍ폭력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표현이 없는 게임물
나. 청소년들의 정서에 도움이 되거나 교육을 목적으로 한 내용으로 청소년에게 문제가 없는 게임물
다. 일반적으로 용인되지 아니하는 특정한 사상ㆍ종교ㆍ풍속 등 청소년에게 정신적ㆍ육체적으로 유해한 표현이 없는 게임물
라. 사행행위의 모사가 없거나 사행심 유발의 정도가 약하여 청소년에게 문제가 없는 게임물
2. 12세이용가 등급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가. 주제 및 내용에 있어서 12세 미만의 사람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음란성, 폭력성 등이 표현되어 있는 게임물
나. 일반적으로 용인되지 아니하는 특정한 사상ㆍ종교ㆍ풍속 등에 관한 사항이 12세 미만의 사람에게 정신적ㆍ육체적으로 유해한 게임물
다. 사행행위의 모사 및 사행심 유발의 정도가 12세 미만의 사람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임물
2의2. 15세이용가 등급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가. 주제 및 내용에 있어서 15세 미만의 사람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음란성, 폭력성 등이 표현되어 있는 게임물
나. 일반적으로 용인되지 아니하는 특정한 사상ㆍ종교ㆍ풍속 등에 관한 사항이 15세 미만의 사람에게 정신적ㆍ육체적으로 유해한 게임물
다. 사행행위의 모사 및 사행심 유발의 정도가 15세 미만의 사람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임물
3.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가. 주제 및 내용에 있어서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음란성, 폭력성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게임물
나. 청소년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정한 사상ㆍ종교ㆍ풍속 등에 관한 사항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게임물
② 제1항 각 호에 따른 세부적인 등급분류기준은 법 제16조제1항에 따른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관리위원회”라 한다)의 규정(이하 “관리위원회규정”이라 한다)으로 정한다.
③ 법 제21조제7항에 따른 사행성 확인 기준은 법 제2조제1호의2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게임물에 대하여 그 이용 결과 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을 줄 수 있는지 여부로 한다. 이 경우 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을 줄 수 있는지 여부의 구체적인 기준에 관하여는 다음 각 호를 고려하여 관리위원회규정으로 정한다.
1. 게임물 이용에 사회통념상 과다한 비용이 소요되는지 여부
2. 게임물 이용을 통하여 획득한 유ㆍ무형의 결과물이 환전되거나 환전이 용이한지 여부
3. 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을 줄 수 있도록 게임물을 개조ㆍ변조하는 것이 용이한지 여부
④ 관리위원회는 제2항에 따른 세부적인 등급분류기준 및 제3항 각 호 외의 부분 후단에 따른 사행성 확인에 관한 기준에 관하여 매년 1회 이상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이 경우 그 의견을 관리위원회규정에 반영할 수 있다.
시행규칙에서는 단순히 "주제나 내용이 어떤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라는 식으로 되어 있지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지는 제2항에서 게관위에 모조리 위임하고 있습니다.
영비법 시행령과 비교해봅니다. 영비법 시행령 별표2의2에 규정된 전체관람가 기준입니다.

다시 게임법 시행규칙입니다.
1. 전체이용가 등급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가. 주제 및 내용에 있어서 음란ㆍ폭력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표현이 없는 게임물
나. 청소년들의 정서에 도움이 되거나 교육을 목적으로 한 내용으로 청소년에게 문제가 없는 게임물
다. 일반적으로 용인되지 아니하는 특정한 사상ㆍ종교ㆍ풍속 등 청소년에게 정신적ㆍ육체적으로 유해한 표현이 없는 게임물
라. 사행행위의 모사가 없거나 사행심 유발의 정도가 약하여 청소년에게 문제가 없는 게임물
영비법의 기준과 비교해보더라도 명확성의 정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문체부나 게관위에선 다른 등급분류기준들과 같이 보면 무슨 내용인지 명확하다면서
명확성의 원칙을 위배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만,
이는 청불/15금/12금 기준을 이해하려면 각각 15금/12금/전체이용가 기준을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는 전체이용가 기준이 모든 등급분류기준의 기준이라는 뜻이고,
그 전체이용가 기준부터가 흐리멍텅하게 되어 있다면 다른 기준들도 흐리멍텅해진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되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 | 게임을 심의하는 사람들 |
|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청소년들에게 유해하지 않은가 알 수 없다 | 어떤 식으로 판단해야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
| 어떻게 해야 청불을 안 받을 수 있는지 모른다 | 어떤 상황에서 청불을 때려야 하는지 알 수 없다 |
| 게관위의 판단만 바라봐야 한다 | 자기가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 |
물론 영비법의 제한상영가 제도는 현재 "제한상영가 작품을 볼 수 있는 영화관이 없다"던가 하는 문제들로 인하여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게임법에 비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양반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봅니다.
이는, 제한상영가 제도가 가진 문제점들은 법 자체의 문제보다는 행정이 받쳐주지 못한 것으로서, 그 행정 부작위의 문제라고 할 수라도 있지만,
게임법의 등급제도는 그냥 법부터 문체부에 짬처리하고, 문체부도 대강만 줄 그어놓고 나머지는 게관위에 짬처리한 것이라,
법의 체계부터 문제삼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금배지들이 열심히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게임법 개정안을 만들고는 있습니다만,
설혹 해당 개정안이 나오더라도 반드시 살펴봐야 할 사항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내용이 등급분류기준의 명확성 및 포괄위임 문제를 지적할 때 택틱의 좋은 재료로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