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오랜만에 외식을 나가는 길이었어


새로 생긴 레스토랑이라는데 너무 맛집이라서 예약도 항상 꽉 차는 곳이었는데, 


우연찮게도 맛집을 검색하던 도중 예약이 딱 가족 인원수만큼 비어있는 걸 봐서 바로 예약신청하고 식당으로 갔지



한 6~7층쯤 되는 높은 상가건물이었는데 꼭대기에 그 가게만 있고 나머지는 비어있더라고


그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로 올라가서 핸드폰으로 예약된 걸 보여주고 들어갔지


대기시간이 한 20분정도 있더라고, 그래서 그냥 얼핏 비치는 가게 안쪽을 보면서 기다렸어



인테리어가 요즘의 그 현대식 레스토랑이 아니라 되게 옛날 레스토랑같은 고풍스러운 느낌이더라고, 그래서 더 기대가 됐었어


어느 새 직원이 대기시간이 끝났다고 이제 들어오시면 된다고 해서 바로 들어갔지



안으로 들어가보니까 조용한 클래식이 흐르고 있고, 다들 뭔가 옷 매무새도 고급스러워 보이고 하하호호 웃으며 식사를 즐기고 있더라고


웨이터분이 와서 주문을 받으시는데 웨이터분도 되게 친절하셔서 더 기분이 좋아졌지


A코스는 아예 메뉴판에 없고 B코스는 SOLD OUT이라 써있었고, C코스, D코스가 있더라고? 


구성이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난 C코스가 더 좋을 것 같아서 C코스를 고르려 했는데,


살짝 은은하게 미소만 지으시던 웨이터분이 갑자기 활짝 웃으시면서 D코스는 어떠시냐고 반복해서 물어보시는거야


그래서 아니요 저는 그냥 C코스로 할게요하고 한 5번 넘게 말하니까 그때서야 네, 알겠습니다. 하고 다시 돌아가시더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찜찜한 상황인데, 꿈이라서 그런지 C코스가 마진이 더 남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어.


처음엔 식전빵이랑 와인이 나와서 먹었는데 뭐 그렇게 특별한 맛은 아니었고,


바로 메인디쉬로 수육이랑, 살짝 튀기듯이 구운 닭, 모듬 육회가 나오더라고


1인 1요리를 고르라고 해서 난 수육을 고르고, 어머니는 육회를 고르시고 아버지는 닭을 고르셨어


근데 수육을 먹는데 와... 이 세상에서 느낄 수 없는 맛이었다고 해야 하나? 육즙도 미쳤고 고기는 무슨 입 안에 넣자마자 녹는 듯한 맛?


진짜 세상에서 먹어 본 요리 중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였어



그렇게 식사를 하고 있다 보니까 지배인분이 나와서 싱긋 웃으시며 식사는 어떠십니까 하고 물어보시는거야


그래서 이렇게 얘기했지


와, 이렇게 맛있는 요리는 진짜 처음 먹어보는 것 같아요. 진짜 생전 처음 보는 맛이라 무슨 꿈꾸는 것 같네요.



라고 하니까,


갑자기 음악이 멈추고, 주변 사람들 웃음소리도 멈추고, 웃으시던 지배인 분은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시더라고.


그러더니 갑자기 


나가. 라고 하는거야 반말로


그래서 속으로 아니, 음식이 맛있었다고 칭찬을 했는데도 왜 화를 내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가족들에게 그냥 빨리 먹고 나가자고 하려고 가족들을 돌아봤는데



분명히 아버지는 통닭을 먹고 계셨는데, 어머니는 육회를 먹고 계셨는데,


닭이 아버지를 부위별로 뜯으면서 먹고 있고, 소가 어머니를 회치면서 먹고 있더라고


그 광경을 보니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워서 바로 뛰쳐나갔어.



그렇게 뛰쳐나가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는데 버튼이 아예 안 눌리더라고


그래서 계단으로 내려갔는데, 또 그 레스토랑의 입구인 거야. 분명 아깐 이 건물에 꼭대기층의 레스토랑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고.


계속 반복하던 도중에 갑자기 아깐 버튼도 안 눌리던 엘리베이터에서 띵 소리가 나는거야



그래서 바로 엘리베이터를 탔지


엘리베이터에 타니까 세로로 버튼이 있는 게 아니라 가로로 버튼이 세 개가 있더라고


아까 음식점 코스처럼 B랑 C랑 D. 이 세 개의 버튼이 있었어


아까는 C를 골라서 그런 일을 당했고, D는 그 레스토랑에서 계속 추천하던 코스라 믿음이 안 가기도 하고, 


게다가 계속 엘리베이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문이 끼익끼익하며 열리려 하길래 모르겠다 하고 B를 골랐어



B를 고르고 나니까 뭔가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렸어


문이 열리고 어두운 길이 나오더라고


뭔가 길에 밧줄같은 게 떨어져 있길래 그 밧줄을 잡고 계속 나아갔지


계속 나아가다 보니 희미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그 빛을 따라가다 보니 온 세상이 빛으로 휩싸이더라고


그렇게 온 시야가 빛으로 휩싸이고, 꿈에서 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