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제가 트리니티로 출장을 가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 입니다.

제가 트리니티로 출장을 가는 것을 여자친구는 무척이나 못마땅해했습니다.


물론 저도 처음으로 사귄 여자친구인 아유무를

두고 위험한 해외로 가는 것은 상당히 겁이 나는 일이었으나,

상당한 청휘석이 걸린 일이었기에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선생님, 꼭 가야 해요?"


"금방 다녀올게. 2일이면 되는데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


아유무는 긴 한숨을 쉬었습니다.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 그런 한숨을...


"이게 뭐야?"


"선새니, 꼭 갈 거라면 이걸 가져가 주세요. 만약 위험한 일이 생기면 그걸 펼쳐보세요.

하지만 아무런 일도 없다면 다시 저한테 돌려줬으면 좋겠어요...


아유무가 쥐어둔 작은 봉투를 품에 넣은 채 저는 트리니티 자치구의

티파티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인심도 나쁘지 않고, 음식 맛도 나쁘지 않았고,

티파티에서도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제 예상과는 다르게 만나는 학생마다 정말 살갑더군요.


그렇게 마지막 날, 동아리 활동에서 알게 된 그곳의 학생들과 찻잔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날이고 하니 긴장이 풀린 저도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그만 저희 테이블의 학생과

옆자리의 학생이 싸움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 싸움을 말리기 위해 옆자리의 학생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 저의 실수였습니다.


"저기, 저 앞에 시스터후드'나 기사'단한테 싸움이 났다고 알ㄹ..."


제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이제까지 저와 다정하게 찻잔을 기울이던 사람들이,

제 등을 얼린 얼린 롤케이크로 내리쳤기 때문입니다.


"흐미, 이 잡것 좀 보소잉. 지금 뭐라혔는가, 감히 님도 안 붙히고 감히 나기사님의 존함을 함부로 입에 올린거랑께?


아뿔싸...


트리니티 자치구의 금지단어를 저도 모르게 입으로 내버린 것입니다.


"아, 아니야, 난..."


"오오미, 내 생에 첫 민주화랑께!"


뒤늦게 해명하려 했으나 군중은 이미 날뛰고 있었고, 곳곳에서 학생들이 얼린

롤케이크를 들고 제게 덤벼들고 있었습니다.

샬레에 여자친구가 기다리고 있는데... 나와 결혼하고 싶다던 여자친구가...


눈앞에 주마등이 지나가던 찰나, 아유무가 말하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위험한 순간에 꼭 열어보라던 봉투,


저는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허공을 향해 종이봉투를 뻗었습니다. 이미 매질로 인해 봉투는 헤져,

내용물이 보이던 상태였습니다.


그 순간, 주변의 공기는 눈녹듯 사르르 녹아내리고, 정신을 차린 순간 저는 티파티 응접실 가장 화려한 곳에

뉘여져 있었습니다.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학생들은 저를 극진히 보살펴 주었고,


제가 몰고온 헬기를 장작으로 쓰는 대신, 트리니티의 특산물 플라잉 롤케이크로 바꾸어 주며 저를 국경까지 배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이런 귀한 것을 가지고 계신 분인지 몰랐당께, 우덜의 무례를 용서해 주시요."

"다음에 오면 꼭 롤케이크 한 접시 대접해불랑게, 꼭 오시유. 기다리고 있겄소."


"어...어... 그래.."


저는 그때까지 몸이 떨려 학생들이 내미는 상자를 열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생텀 타워가 보이기 시작할 무렵, 조심스레 그 상자를 열어보았습니다.


대체 어떤 것이 들어 있었길래 그런 일이...




...바리스타 페로로 인형.


어째서 아유무가 이런 것을...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 깨달았습니다.


그녀는 업적과 퀘스트에 대해서만 말 하기만 할 뿐, 자신의 이야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그렇습니다.

그녀는 트리니티의 혈통이였던 것입니다.


절망감에 감싸여 두 눈을 가렸을 때, 언젠가 그녀가 했던 것 같은 말이,

잠결에 들리었던 것 같은 말이 귓가로 아스라히... 아스라히 쏟아져 내렸습니다.


"선생님이랑 결혼해서... 키보토스의 사람이 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