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속보
챕터3

나도 내 전용 장비를 들었다.
이건 토멸기가 아니었다.
여러 룬이 이식된 내 장비는 창이지만 창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당연히 이건 호신용으로 쓸 수도 있지만......
본래의 용도는 따로 있다.
어떤 의미로는, 이건 붉은 바다에서 가장 저주받은 인공물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휘두르는 나도 끔찍한 존재겠지만.
-그런 걸 알 필요가 있을까.

"그냥은 안 당할 거야!"

분수에 맞지 않게 외쳐본다.
죽여버릴거야, 로도 충분했지만-
오히려 지금 내 기분을 표현하자면 더 추잡한 단어가 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렇긴 하지만 겸손을 잊으면 안 된다.
인간으로서 말이다.

-그리고 굉음이 퍼진다.
섬광이 섞인 충격이 갑판을 가로지른다.

적이......메기도가 독기를 토해낸다.
메기도의 몸 속에 쌓인 고압의 독기였다.

난 갑판을 구르며 순간적으로 피했지만......빈틈이 생겼다.
치명적인 빈틈이.
다리에 마비를 느꼈다.
직격을 피해도 독기의 영향은 피할 수 없다.
이것이 메기도였다.
놈들은 독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기는 켜녕, 독기를 흡수해 힘으로 바꾼다.
붉은 바다는 메기도에게 둘도 없는 최고의 환경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독기를 자신의 무기로 삼는다.
괴물고기는 작은 배로 돌진해- 이를 드러낸다.

"......이게......!!"
"핫!"

한순간이었다.
바닷속에서 뛰쳐나온 가르가가 토멸기를 휘두른다.
내 눈으론 그 칼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틈이 없다-!

"가르가!"

외쳤다.
하지만-
고문이라고 생각될 처참한 비명.
메기도의 머리가 반으로 갈라졌다.
피보라와 함께 야수는 바다에 잠긴다.

가르가의 손에 있는 토멸기에 아직 독기의 잔재가 남아있다.
하지만 메기도를 가른 건 토멸기의 칼날이 아니다.
-독기의 칼날이었다.
독기를 먹는 메기도를 절명시킬만큼 강해진, 생명을 갉아먹는 생명에 의한 일격.
토멸사는 독기를 다루는 전사다.
생명을 거부하는 이 오염된 바다에서 인간이 유일하게 가진 실력 행사권.
그것이 토멸사였다.

소형 메기도가 형성된 이유를 알았다.
눈 앞에 있는 거대한 시체에 숨을 참았다.
대형선......하니, 섬만큼 커다란 메기도.
-그것의 시체.
시체는 아직 신선하다.
아까 그 중형은 메기도의 시체를 먹기 위해 온, 스캐빈저였겠지.
가르가는 군세를 이룬 야수들의 3할 정도 무찔렀다.
남은 건 도망갔다- 라면 좋았겠지만 사실은 더 끔찍하다.
놈들은 시체가 된 동포를 먹고선 만족하며 바다로 돌아갔다.

"골격과 겉껍데기만 남았어요......"

그건 마치 생물의 시체보다는 폐허와 같았다.
폐기물 투성이로도 보였다.
아까 그 중형과는 크기가 너무나도 달랐다.
하지만-어딘가 비슷한 형상을 하고 있다.
아까 본 물고기들과.
메기도는 개체마다 습성과 형상이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본질은 같다.
조금 오래된 시대......기술이 발달해 인간 세계의 경제 규모가 확대되었던 시대.
인간은 생각했다.
기술력이 발전하면 언젠가 인간은 붉은 바다의 지배자인 메기도마저 멸종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인간은 야자 열매만한 크기의 메기도를 잡아 실험을 시작했다.
기록에 따르면 그 소형종은 눈도 입도, 감각기도 하나 없었고, 이동기관은 지느러미 한 쌍만 있었다고 한다.
먹이는 잡지 않고, 해수면에서 흘러가며 독기만을 양분삼아 살아갔던 모양이다.
과학자들은 그 메기도를 독기와 격리시킨 환경에 뒀다.
메기도는 예상대로 독기의 공급이 끊겨 죽었어야 했다.
하지만 예상은 엇나갔다.
야수는 자신을 가사 상태에 빠뜨려 생존해 있었다.
게다가-
야수는 성장하고 있었다.

1년 정도 독기가 끊겨있던 그 야수가 고작 몇 초간 독기가 섞인 바깥 공기에 접촉해 급속하게 성장했다.
체질량은 최종적으로 백만배가 되었다.
야수가 토벌되기 전까지 사망자는 43명이 나왔다.

-그것은 인간의 이해가 닿지 않는 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