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로 꾸역꾸역 역사를 삼켜서 감춰버리는 것은 좋아할 수가 없지만...그렇다 해도 환상향의 존속 문제니. 좋아,

이 이상으로 문제가 생기거나 하지는 않겠지. 마침 보름달의 밤이기도 하고, 사라진 역사들을 다시 채워넣어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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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개운한 잠을 잔 기분이다. 머리맡의 주전자를 들어서 냉침된 보리차를 넘기자 언제나의 방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은 낡았지만 퀴퀴한 냄새 같은 것도 나지 않고,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서책들과 한쪽 벽장의 옷가지들. 그리고 방금

비운 물주전자. 있을것만 있는 방 안의 풍경에 익숙하면서도, 또 뭔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지지만...기분 탓이겠지. 아마도

선인 저택이라거나, 고요의 바다, 그리고 히에다 가와 주택, 백옥루 등 여러 모로 거주지를 바꿔본 적이 있는만큼 어딘가

비슷한 부분을 헷갈린 것일 것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사용인이 두고 간 물그릇으로 세안을 마친다. 


처음에는 이러한 것 하나하나에 사용인들에게 과할 정도로 감사를 표하거나 했지만, 그러한 것을 알게 된 아큐가 난색을 

표해왔기에 이제는 가볍게 인사를 말할뿐. 세안을 마치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고 나자 약간의 잿가루가 떠다니는

수면 위로 일렁이는 자신의 얼굴이 비춰보인다. 문객이라고 해도 방 하나하나에 두기에 거울은 지나친 고가니까.

잠시 물거울로 얼굴을 바라보고 옷을 꺼내어 갈아입는다. 도복, 셔츠를 지나쳐 평범한 흰색의 옷을 걸친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옷을 입는 것에 불편감을 느꼈지만 지금에 와서는 익숙하다. 삶도 이런 식으로 익숙해지는걸까.


"좋은 아침이에요, 편히 주무셨나요? ...으응,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라니까요. 그런 식으로 쓰다듬으면 머리가 흐트러져요"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오자, 툇마루에 앉아서 책장을 넘기고 있던 아큐와 자연스레 인사를 나누고 옆에 걸터앉는다.

이제 와서는 볼을 꼬집는 것보다는 이렇게 머리를 쓰다듬고, 아큐는 그것에 툴툴거리는 것이 일종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찻잔을 나누어 손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를 즐기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예를 들면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거나. 

란이 두부 가게에 있던 유부를 모조리 사간 탓에 이나리즈시를 먹고 싶어하던 아큐의 가족들이 아쉬워했다거나 하는.


"그렇지만, 왠지 이상한 기분이에요. ...원래는 이럴 수 있을리가 없는데 누군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형편이 좋은 이야기를

저희들에게 준비해준 것만 같은. 그렇게 느끼는게 저뿐일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상관없어? 쿡. 그렇네요. 좋은 이야기고요"

역사. 역사를 다루는 정도의 능력, 분명히 이 이질감의 원인이 있다면 케이네 쪽이 무언가를 한 것이겠지. 야쿠모 유카리가

무언가를 부탁했던 걸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녀들을 친구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의심하는 것은 좋지 않고. ...무엇보다도

그 '유카리' 가 이쪽에 해가 될 것이라면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또 다른 여성분의 생각을 하고 계시는건가요? 그야, 언제나 다른 분들에 대해서 생각이라던지 할 때면 왼손으로 세번 정도

허벅지를 두드리시는걸요. 이번에는 어떤 분을 생각하고 계셨나요? 백옥루의 정원사 씨? 아니면 란씨나 유카리 씨? 그도

아니면 카센 씨나 사토리 씨? 아니면 친구라던 니토리 씨일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말하다 보니 두 손으로도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의심이 가는 이들이 많다니 인기가 많은 걸 자랑스러워해야 할까요, 아니면 절조가 없다고 화내야 할까요"

이쪽을 손이 많이 가는 아이를 보는 것 같은 선생님 같은 표정을 하고서 보는 아큐의 시선이, 조금 따갑게 느껴진다.


"...뭐어, 이렇게 말하는 저도 다른 분들에게는 도둑 고양이라던지 그런 식으로 느껴질지도 모르지만요. 그렇게 생각하면

저 혼자만의 것으로 부담을 드리는 것도 좋지 않을테고...오늘은 어디에 다녀오실 건가요? 역시 홍마관이나 마법의 숲?"

홍마관, 그리고 보니 홍마관이 최근에 몇 번째로 재건되었더라. ...어쨌거나 재건이 되었다고 하니 카지노에 가볼까 해

카지노에서 조금,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용돈이라던지를 벌어오고 싶기도 하니까. 같이 놀러가볼래?


"정말로 바라는 제안이기는 하지만, 그곳에는 사쿠야 씨가 있으니까요. 같이 간다면 사쿠야 씨가 분명 질투하실테고,

편하게 즐기고 와주세요. 그래도 너무 늦게 들어오게 될 것 같으면 중간에 다른 이를 통해서 말이라도 전해주세요."

말뿐인 배려는 아니라는 것처럼, 작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아큐의 모습은 나이에 어울리는 생기가 감돈다.

저런 생기를 위해서 가끔 밤마다 쥐어짜이는 걸 생각하면 왠지 허리가 시큰거리는 건 기분 탓인 걸까...


"그으, 처음에는 단순히 욕정보다는 언제 빼앗길지 모르고, 언제 말없이 훌쩍 떠나버릴까봐 두려워서 해버린 거지만요.

미수로 끝날뻔한 걸 품고서 이해해줄 수 있다고 말하신건 태양씨 쪽이니까 제 잘못은 없지 않을까요. 잘못이라 하면..."

아큐의 탓을 하려는게 아니야, 그렇지만 그 선인이 알려준 도술은 상당히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네. 다행이야

이번에 카지노에서 여윳돈이 충분히 생기면 명련사의 성덕도장에 시주라도 해보는게 좋을까? 


"그것도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다음 해의 봄에는 가능하시다면 같이 이와나가히메 님에게 제를 드리러 가지 

않으시겠어요? 중혼이라거나, 여러 여성을 품는 남성에 대해서도 이해해주실 분이고. 코노하나사쿠야 님의 건으로

누구는 받고, 누구는 거절하는 그런 모습이라면 조금 싫어하시겠지만요...으응, 다녀오세요. 너무 늦지 마시고요"

고개를 끄덕이고 한번 더 머리카락을 장난스럽게 흐트러뜨린 뒤 마을을 나서서 홍마관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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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오늘은 생각보다 일찍 들렀네? 카지노는 아직 개장 준비중이야. 요정 메이드들이 전부 충치에 걸려서 그만. 응?

아아, 블랙썬더 라고 하는 걸 너무 많이 먹기라도 한 건지 다들 이빨이 잔뜩 썩어버렸지 뭐야. 앞으로는 금지시켜야지."

요정들은 절제력이라던지가 부족하니까, 왠지 알 것 같은 고충을 토로해오는 사쿠야와 이야기를 나눈다, 메이링에게

간식거리를 전달해주거나, 청소를 돕거나 하는 시간이 지나다보니 졸린 기색의 파츄리가 퀴즈쇼를 준비하려는 건지

안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 슬슬 카지노의 개장 시간인 걸까.


"자, 오늘의 용돈이야. 적당히 놀고 돌아가도록 해? ...얼른, 당신이 카지노에 오는 일은 드무니까 이런 때 용돈을 주는건

특별한 기분이 되는걸. 왠지 내가 아니면 안될 것 같은 남자를 뒤에서 받쳐주는 것만 같은 기분이라 묘하게 두근거려."

보통 그런걸 일본에서는 '내가 아니면 안돼' 계열 여자라고 하지만, 이렇게 되면 기둥서방이란 기사 내용 그대로네.

서로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용돈으로 들어온 50 카리스마 코인을 손가락으로 튕기면서 퀴즈쇼 자리에 앉는다.


"...또 온거네, 오늘은 끝나고 시간이라던지 있어? 당신에게 수준을 맞추다보니 퀴즈 난도가 너무 높아져서 불만이 많고,

다른 이들의 도전이 끊어지지 않게 난도의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렇구나, 그러면 끝나고 도서관에"

처음에는 틀리게 하려고 악을 쓰던 수준의 난이도였지만, 이제 와서는 서로 적정의 선을 지켜서 퀴즈쇼를 즐기고, 용돈

느낌으로 타가는 것 같은 상황이다. 레밀리아 쪽도 이 정도에 대해서는 따로 말을 하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기도 하고.

평소라면 140 문항을 모두 끝내고 해가 질 때쯤 돌아가겠지만 오늘은 적당히 놀다가 도서관에 가도록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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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누추하지만 그래도 책들은 다행히 몇 권을 빼면 무사해. 팔괘로를 자랑하러 온 꼬마 책 도둑 때문이지. 그야"

원래의 것보다 뭔가 검소해진 것 같은 대도서관을 둘러보고 있자니 그런 답이 돌아왔다. 역시 마리사였던 걸까.

각자 책을 한 권씩 꺼내들고 그 동안의 문제들 중 적정한 난이도를 골라내고, 답을 고치고, 번호를 바꾼다.

묘하게 손에 익은 동작 속에서도 얼핏 느껴지는 위화감을 누른다, 이 또한 익숙해지면 무뎌질테지. 

서로 페이지를 넘기고, 넘기면서 동시에 책장을 덮는다. 가끔 이런 별 것 아닌 싱크로가 성공할 때면 기분이 좋아진다.


"파츄리 님? ...잠들어버리셨네요, 피곤하셨던걸까. 오늘도 파츄리 님과 어울려서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뒷정리는

제가 해둘테니까 더 늦기 전에 돌아가주시면 될 것 같아요. 다음에는 커피에 어울리는 과자를 준비해둘테니까."

책장을 덮고서 가만히 있는가 했더니 잠들어버렸던 건가, 작게 웃음을 흘리면서 홍마관으로부터 떠나간다. 

적당히 짤랑거리는 카리스마 코인은 왠지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기분이 된다. 카리스마 코인, 농담이 떠올랐다.

만약 코인으로 모리야 신사 같은 곳에 시주를 하면 기적으로 상한가를 치는 날에 환전을 한다거나 하는걸까?

그런게 가능하다면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님이 아니라 카나코님, 스와코님, 사나에님 만세일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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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련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비사문천의 화신부터 시작해서 다우징 (사기)를 하는 요괴라던지, 그런 이들이 많은 절이지만

그런 이들에게 뭔가 설교를 하고 있는 뱌쿠렌이 있다. 차를 얻어마시기에는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 같으니 나중에 들르자.

눈을 마주친 뱌쿠렌과 쇼, 그리고 누에에게 가볍게 인사만을 마치고 성덕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뭔가 소란스러운...

후토인가. 언제나의 당과를 입에 물고 우물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카센과도 모종의 관계가 있는만큼 예의가 없는 그런

말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시주를 마치고, 명련사를 떠나던 중 너울을 쓴 푸른 도복의 누군가와 스쳐지나갔지만,

누구였을까? 뭔가 중요한 걸 잊고 있는 것 같지만 나중에라도 기억이 나면 좋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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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숲에 가서 앨리스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지령전에 찾아가서 사토리와 별 것 아닌 시시한 대화를 한다던지 하는...

그런 것은 시간이 부족할 것이다. 하쿠레이 신사도 지금 찾아가기엔 하급 요괴들이 여러모로 위험할지도 모르고. 

니토리는 얼마 전에 만나고 왔던만큼 오랜만에, 마을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술자리라도 즐기는게 좋을것 같다.


그런 생각으로 술집거리에 들어섰지만...아무래도 이곳도, 저곳도 만석인 것 같다. 수확제의 분위기라도 되는 것일까?

예탄정 쪽도 오늘 같은 날은 무척 바빠보이는만큼 미요이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가 없음을 알려왔기에 그저

술 한 병만을 사들고 히에다 가로 돌아가기로 했다. 가끔은 혼자서 책이라도 읽으면서 자작을 하는 것도 좋으니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방으로 들어섰지만, 제대로 된 안주들이 도시락에 담긴채로 준비가 되어있고,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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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런, 혼자서 처량하게 방 안에서 술잔을 기울이게 둘 수는 없지. 자, 유카리 님도 곧 오실테니까 손부터 씻어.

괜찮다고 해도 밖의 먼지 같은게 있으면 호흡기에 좋지 않으니까. 여기 물도 미리 준비해두었으니까, 알겠지?"

란은 이쪽을 챙겨오는 모습은, 왠지 누나 같다는 느낌이 강하다. 밖에는 누나가 없어서 그런걸지도 모르지만

손을 씻고서 앉아있자니, 스키마에서 유카리도 나와서 스리슬쩍 합류한, 셋만의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자, 이것도 먹어보도록 해. 채소의 조림이야, 당근은 싫어? 그래도 골고루 먹지 않으면 곤란해. 카레에서도 빼내?

정말...그런 식으로 유카리 님처럼 편식을 하면 못써." "란, 내가 언제 편식을 했다고..." "카레에서 빼내신걸 몰래

스키마에 밀어넣으시던건 첸도, 저도 봤으니까요. 유카리님." "...란, 때로는 진실보다 소중한게 있는거야."

아웅다웅거리는 주종은 보고 있자면 왠지 웃음이 난다. 주종이라고 해도, 거의 자매나 모녀 관계 같으니.


그런 감상을 흘리자, "주종덮밥" "모녀덮밥" "자매덮밥" 중에 뭐가 좋아? 라는 짓궂은 질문이 돌아왔기에 괜스레

얼굴을 붉히고 술잔만 기울이기로 했다. 술잔이 한잔, 그리고 또 한잔, 서로의 손을 타고 돌아가면서 비워가는

병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진솔한 이야기가 튀어나온다. 옛날의 란이 어땠는지, 옛날의 유카리님은 어땠는지.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꼬집어서 농담으로 삼는, 그런 짓궂은 분위기 속에서 이쪽으로 화살이 돌려졌다.


...필사적으로 변명을 했지만 결국에는 "난봉꾼" 이라고 듣고 굉침하자, 좋다면서 서로 손뼉을 치는 모습은, 분명

누가 봐도 친한 가족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채로 잠시 마루로 나오기로 했다. 찬 바람을 맞으면서

술이 조금 깨고 나면 오늘 하루 종일 느꼈던 꿉꿉함 같은 것들도 전부 날아가겠지. 구름에 가려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옆에서 유카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회하거나, 돌려달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당신이 보냈던 역사의, 아니면 더 많은 부분을 빼앗겨버린 것일지ㄷ.."

상관하지 않는다. 잃어버린 것이건, 아니면 새로 만들어진 역사이건 그것을 살아가는게 중요한 것이지, 그리고 네가

케이네를 통해서 무언가를 했더라도 그것이 "너"와 "나". 를 위한 선택이었다면 그것을 존중하고, 믿을뿐이다. 

그런 답을 듣자, 키득거리며 어깨에 기대어오는 유카리의 허리에 손을 두른채 하늘을 계속해서 바라본다. 

앞으로도, 환상향에서 살아가게 될 수많은 날들을 위해서, 그리고 또 감춰져버린 수많은 날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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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제 슬슬 이 회의라던지 필요없지 않아? 애초에 다들 약간의 불만은 있어도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고.

케이네도 그 모든걸 전부 털어놓는 것은 지금의 안정된 관계가 무너져내리는 거라고 했잖아. 보름달이 뜬 때도 아닌데 뿔로

CAVED!! 해버릴 정도로 화를 낸 건 처음 보기도 하고 말이야. 난 이대로 넘어가도 괜찮을것 같은데."


"딱히, 끝까지 감춰진 것을 드러낼 필요까지는 있을지...그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본인의 의사도 있었던만큼, 억지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우리가 봐야 한다거나, 봐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건 아니니까. 사실 이 이상으로 난봉꾼이라던지

그랬던 건 아닐까? 하긴, 그럴리는 없지만. 피하지는 않지만 먼저 발정이 나서 덤벼들지는 않잖아."


"솔직히 회의의 필요성에는 회의적이긴 하지만, 아. 이 말장난 재미있었어. 그래도 어느 순간부터 뭔가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로 헌앙한 느낌이 되어서 오히려 좋았던만큼 따로 트집을 잡거나 할 것은...그래도 사토리라던지는, 케이네로부터

읽어내고 나서 '역시 그랬던거네요.' 라고 싱글벙글 미소지었다던데. 어떤 이유였어?"


"...별 것 아니었어요, 그냥 여러분들은 모르는 그런 선물을 제가 가장 '먼저' 받아서 직접 채워졌을 뿐이니까.

누가 받는다고 해도, 그런 선물을 받은건 제가 처음일테고."


""""""유죄""""""


"결국에는 또 이런 식으로 결말이네. 그보다 이제 이거, 회의라기보단 그냥 심심하면 모여서 그 남자의 화제를 주제로

수다를 떠는 정도가 되지 않았어? 어? 나? 그, 글쎄. 따로 별 일은...그냥 툇마루에서 이야기를 하거나, 안마를 받거나

아니면 차를 마시거나, 잠들어있는걸 무릎베개를 해주거나. 무, 무녀에게 다들 단체로 덤비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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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넘버링을 붙여서 다시 쓰기 시작해봤습니다만, 오랜만에 이런 분위기로 쓰다 보니 느낌이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많은 분들의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1편인 만큼 과하게 눌러담는 대신, 다른 이들의 것도 천천히 묘사를 해나가려 합니다.

다음은 아마도 카센, 그리고 레이무, 요우무의 이야기가 될 것 같네요. 그리고 팬티와 가슴신님도 등장을 시켜야겠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