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드림의 서고 / Librarius ex Horadrim


                                                     공포의 귀환 / The Return of Terror




칸두라스의 땅 / The Lands of Khanduras

 

마지막 호라드림이 숨을 거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부 대륙의 사회는 크게 번창해나갔다시간이 흐르면서 동방에서 넘어온 많은 순례자들은 칸두라스 인근에 정착해 자신들만의 왕국을 세웠다왕국들 중 일부는 교역로를 두고 칸두라스와 갈등을 빚었다하지만 이는 서부 대륙의 항구적인 평화를 깨트리기엔 역부족이었고북녘의 강대한 왕국 웨스트마치는 칸두라스와의 꾸준한 물물교류를 통해 칸두라스의 강력한 동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시대에 자카룸이라 불리는 대담하고 새로운 빛의 종교가 웨스트마치와 북부의 많은 공국들 사이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머나먼 동방에서 창시된 자카룸은 신도들로 하여금 빛을 받아들이고 영혼 속에 깃든 어둠을 쫓아낼 것을 주문하는 종교였다웨스트마치의 백성들은 자카룸의 교리를 세계에서 행해야 할 거룩한 사명으로 받아들였다웨스트마치는 이 새로운 시작을 받아들일 것을 바라며 이웃 국가들에게 접근했다자카룸의 사제들은 타국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교리를 설파하기 시작했으며자연히 웨스트마치와 칸두라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게 되었다.

 

북녘 지방의 강대한 영주였던 레오릭이 칸두라스에 나타나 자카룸의 이름으로 자신을 왕이라 선포한 것도 이때였다독실한 신자였던 레오릭은 많은 기사들과 성직자들을 데려와 빛의 기사단을 조직했다레오릭과 그의 믿음직한 조언자였던 대주교 라자루스는 트리스트럼으로 향했다레오릭은 마을 외곽에 있던 오래되고 쇠락한 수도원을 왕궁으로 삼고 그에 걸맞게 개조했다칸두라스의 백성들은 외국에서 온 왕에게 지배받는 것을 탐탁지 않아 했으나 레오릭은 그들을 정의와 공정으로 다스렸다곧 백성들은 레오릭이 자신들을 어둠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주고 이끌어줄 것이라 믿고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각성 / The Awakening

 

레오릭이 칸두라스에 자리 잡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도원 밑 깊은 어둠 속에 잠들어있던 존재가 눈을 떴다마침내 자유의 때가 다가왔음을 직감한 디아블로는 대주교의 악몽에 파고들어 그를 깊고 어두운 지하미궁으로 이끌었다공포에 휩싸여 버려진 회랑을 내달리던 라자루스는 붉게 타오르는 영혼석이 있는 방에 도착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돌을 들어 올린 채 오래 전 인간들 사이에서 잊혀져버린 말을 읊조렸다정신이 붕괴된 채 라자루스는 영혼석을 바닥에 내던져 박살냈고그렇게 디아블로는 다시금 세계에 강림하게 되었다자신을 구속하던 영혼석에서 벗어났지만오랜 잠으로 힘이 몹시 약해져 있었기에 세상에 확실히 뿌리 내릴 방법이 필요했다만일 인간을 숙주로 삼을 수만 있다면고갈되어버린 힘을 되찾을 수 있을 터였다디아블로는 자신 위의 마을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영혼을 유심히 살펴본 뒤그들 중 가장 강한 자인 레오릭의 영혼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레오릭은 몇 개월 동안 그의 생각과 감정을 뒤트는 악한 기운에 비밀스럽게 맞서 싸웠다자신에게 이름 모를 사악한 존재가 달라붙었음을 짐작한 그는 이 어두운 비밀을 성직자들에게 밝히지 않았고자신의 독실한 의로움이 내면에서 나날이 커져가는 타락을 없애기에 충분히 강할 것이리라 여겼다하지만 이것은 그의 오판이었다디아블로는 레오릭의 정신을 한 겹씩 벗겨내며 그의 영혼에서 명예와 미덕을 불살라나갔다이미 악마의 손아귀에 빠져버린 라자루스 역시 항상 레오릭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그는 빛의 기사단에게 자신의 새로운 주인이 꾸미는 계획이 드러나지 않도록 노력함과 동시에 악의 기운이 자카룸의 사도들 사이를 파고들기를 소망했다.

 

자카룸의 사제들과 칸두라스의 백성들은 자신들의 왕이 점차 이상하게 변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한때 긍지 높고 강인했던 레오릭의 모습은 점차 기괴하게 변해가고 있었다점점 미쳐가던 그는 자신의 명령에 감히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을 즉결 처형하라고 명령했고자신의 기사들을 다른 마을로 보내 자신에게 복종토록 행패를 부렸다일이 이렇게 되자 칸두라스의 백성들은 한때 존경심을 갖고 우러러봤던 자신들의 왕을 검은 왕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공포의 군주에 의해 광기의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레오릭은 긴밀한 친구들과 조언자들을 멀리하기 시작했다빛의 기사단의 일원이자 자카룸의 용사였던 라크다난은 점차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왕의 영혼을 원래대로 돌려놓고자 시도했으나그때마다 라자루스는 라크다난을 가로막고 감히 왕의 명령에 의문을 제기하느냐고 꾸짖었다둘 사이의 갈등이 점차 커져가자 레오릭은 라크다난이 역모를 꾸미고 있다고 몰아세웠다궁정의 성직자들과 기사들에 있어 이는 터무니없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그는 고결하고 정의로운 인물이었기에사람들은 점차 왕의 행동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레오릭의 광기는 날이 갈수록 뚜렷해져 갔다궁정의 조언자들이 점점 더 왕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음을 눈치 챈 라자루스는 계획이 허사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대주교는 망상에 사로잡힌 왕에게 웨스트마치가 자신을 왕좌에서 끌어내리고 칸두라스를 자신들의 영토로 편입시키려 한다고 간언했다분노한 레오릭은 조언자들을 불러 모았다대주교에게 완전히 놀아나 망상에 빠진 왕은 그 자리에서 웨스트마치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레오릭은 조언자들의 무수한 직언과 경고를 무시했고 칸두라스의 군대는 북으로 진격해 전쟁을 벌이라는 믿을 수 없는 명령을 받았다라크다난은 라자루스에 의해 웨스트마치를 칠 군대의 지휘관으로 임명 당했다그는 앞으로 다가올 전쟁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냐고 항의했지만어찌되었건 간에 왕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많은 고위 성직자들과 관리들 역시 북녘으로 사절단으로서 파견되는 것을 강요받았다라자루스의 책략은 몹시 골치 아픈 왕의 조언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트리스트럼에 닥친 어둠 / The Darkening of Tristram

 

왕을 도울 성직자들과 조언자들이 사라진 것은 디아블로에게 있어 왕의 상처 입은 영혼을 손에 거머쥘 기회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그렇게 미쳐가는 왕에 대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었지만 디아블로는 곧 레오릭의 영혼이 여전히 자신과 맞서 싸우고 있음을 눈치 챘다레오릭에게 끼치는 영향력 역시 만만치 않았지만 쇠약한 지금 상태로는 레오릭의 의지가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한 영혼을 손에 넣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곧 디아블로는 자신의 공포를 널리 흩뿌릴 수 있을 신선하고 약한 숙주를 찾기 시작했다.

 

디아블로가 레오릭을 지배하는 것을 포기했음에도 왕은 영혼이 타락한 채 미쳐버리고 말았다디아블로는 칸두라스 전역에서 완벽한 숙주를 찾기 시작했고 곧 아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영혼을 발견했다주인의 뜻을 따라 라자루스는 레오릭의 아들 알브레히트 왕자를 납치했고겁에 질린 소년을 미궁의 어둠 속으로 끌고 갔다소년의 무방비한 정신에 순수한 공포의 정수가 흘러들어갔고 디아블로는 너무나 쉽게 어린 알브레히트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고통과 불꽃이 소년의 영혼을 타고 흘렀고 소름끼치는 웃음소리가 그의 머리를 채우며 정신을 무너뜨려 나갔다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알브레히트는 마음 속 디아블로의 존재가 자신을 깊고 깊은 어둠과 망각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을 느꼈다디아블로는 어린 왕자의 눈을 통해 주변을 응시했다레오릭을 지배하기 위해 벌인 힘겨운 싸움 이후에도 디아블로는 여전히 욕망에 시달리고 있었으나소년의 악몽은 이를 채우기엔 충분했다디아블로는 알브레히트의 무의식 속으로 파고들어 잠들어 있던 소년의 두려움을 깨우고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었다.

 

알브레히트는 꿈속에서 나온 것만 같은 뒤틀리고 흉측한 존재들이 주위에 나타나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불경하고 비틀린 공포의 형상들이 그의 주위를 맴돌며 음탕하기 짝이 없는 합창을 지껄였다그가 살아오면서 상상하거나 믿었었던 괴물들이 눈앞에서 육신을 가진 채 나타나기 시작했다살아있는 바위로 이뤄진 거대한 형상들이 벽으로부터 솟아나와 그들의 주인에게 경배를 드렸다호라드림의 해골들이 오래된 납골묘에서 일어나 붉게 물든 복도 너머로 걸어 나갔다광기와 공포의 불협화음이 산산이 부서져가던 알브레히트의 영혼에 마지막 일격을 날린 순간부서지고 흩어진 마음속에서 피에 굶주린 악귀와 악마들이 눈을 뜬 소년의 길고 긴 악몽 속으로 미친 듯이 내달렸다.

 

호라드림의 옛 납골당은 순수한 공포로 가득 찬 뒤틀린 미로로 변모했다알브레히트를 차지한 디아블로의 기운에 힘입어 소년의 상상 속에서 비롯된 괴물들은 육신을 얻었다알브레히트 내면에서 커져만 가는 공포는 너무나 크고 강력했기에세계의 경계가 뒤틀리고 붕괴되기 시작했다불타는 지옥이 인간계에 파고 들어와 미궁에 뿌리를 내린 순간이었다세월이 흐르며 인간의 역사에서 사라져 갔던 존재들이 계속하여 확장되어 가는 공간에서 눈을 뜨기 시작했다.

 

디아블로에게 완전히 지배당한 알브레히트의 육신은 뒤틀리고 변화되어갔다소년의 몸이 점차 커지면서 눈은 타오르기 시작했고 힘줄 같은 가시가 살을 뚫고 자라났다디아블로가 소년의 몸을 자신에게 맞도록 변화시키자 크고 휜 뿔이 머리에 솟아났다미궁의 깊은 구덩이 속으로 힘이 모여들고 있었다때가 된다면 디아블로는 다시 한 번 더 인간계를 누비며 잡혀있는 형 메피스토와 바알을 해방시킬 것이다그렇게 삼대 악마는 다시 한 번 결합하여 지옥에서의 권세를 되찾고 마리라.

 

검은 왕의 죽음 / The Fall of the Black King

 

웨스트마치의 열성적인 군대와 벌인 전쟁은 처참한 살육극으로 끝이 났다칸두라스의 군대는 웨스트마치의 수적 우세와 방어 진형 앞에 산산조각 났고라크다난은 죽거나 사로잡히지 않은 병사들을 빠르게 수습하여 칸두라스로 안전하게 후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트리스트럼으로 돌아온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마을의 처참한 광경이었다.

 

깊은 광기에 빠져 있었던 레오릭 왕은 자신의 아들이 사라졌음을 깨닫자 분노에 휩싸이고 말았다수도원에 남아있던 경비병들과 함께 마을을 샅샅이 뒤진 뒤 레오릭은 마을 사람들이 아들을 납치해 어딘가에 숨겨놓았다고 확신했다마을 사람들은 왕자의 행방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하소연했으나레오릭은 그들이 자신에게 중상모략을 하고 있다고 간주하고 반역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대주교 라자루스가 비밀스럽게 모습을 감춘 이후 왕에게 조언을 할 수 있는 이는 트리스트럼에 남아있지 않았다비통과 광기에 휩싸인 레오릭은 대역죄를 물어 마을 사람들 대부분을 처형했다.

 

라크다난과 병사들이 왕을 만나기 위해 돌아왔을 때레오릭은 그가 마을 사람들이 꾸민 음모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라크다난 일행을 죽이기 위해 경비병들을 보냈다라크다난은 마침내 레오릭이 가망이 없음을 깨닫고 부하들로 하여금 응전토록 명령했다이어진 전투들은 그들을 수도원의 어두운 회랑으로지금은 영락한 호라드림의 성소로 이끌었다라크다난은 레오릭의 병사들을 베어 넘기고 씁쓸한 승리를 거두었다그들은 왕을 포위하고 어째서 그러한 잔학한 행위들을 저질렀는지 설명해달라고 간청했으나레오릭은 그들을 모독하며 자신의 왕위와 빛에 대한 반역을 저질렀다고 저주할 뿐이었다.

 

비탄에 빠진 채 라크다난은 천천히 왕에게 다가가 검을 빼들었다비탄과 분노에 사로잡혀 모든 명예를 내팽개친 채라크다난의 검은 레오릭의 뒤틀리고 검은 심장을 꿰뚫었다한때 명예로웠던 왕은 소름끼치는 단말마의 비명을 내질렀고마침내 광기에 완전히 먹힌 채 자신을 배반한 이들에게 저주를 퍼부었다자신의 생을 지배했던 어둠의 힘에 힘입어 그는 라크다난과 다른 이들을 영원한 파멸로 끌어내렸다그 순간칸두라스의 미덕과 명예는 영영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디아블로의 군림 / The Reign of Diablo

 

검은 왕은 사제들과 기사들에게 죽임을 당했다알브레히트 왕자는 여전히 행방이 묘연했고칸두라스를 지킬 이들은 이제 없었다트리스트럼의 주민들은 적막해진 마을을 보고 깊은 절망에 빠졌다허망함과 회한에 휩싸인 채 그들은 곧 자신들의 문제가 이제 막 시작되었음을 깨달았다수도원의 어두운 창문엔 수상하고 기이한 불빛이 맴돌았고흉측한 괴물들이 배회하는 모습이 성당의 그늘 맡에서도 어렴풋이 보였다소름끼치는 울음소리가 저 아래 땅 밑에서 올라와 바람결에 맴도는 것만 같았다한때 성스러웠던 장소에 무언가 몹시 불경한 것이 자리 잡은 것이 분명해지는 순간이었다.

 

트리스트럼 인근을 지나가는 여행자들은 인적이 끊긴 시골길을 계속 배회하는 것만 같은 망토 두른 기수들에게 습격당했다많은 마을 사람들은 그림자 속에서 노려보고 있는 것 같은 이름 모를 악이 두려운 나머지 트리스트럼을 떠나 다른 마을이나 왕국으로 향했다남기를 선택한 이들 역시 밤에 밖으로 나가는 일은 거의 없었고그 저주받은 수도원으로 발을 들여놓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사악하고 끔찍한 괴물들이 밤에 가난하고 순진한 이들을 꾀어 잡아간다는 소문이 여관의 손님들 사이에서 맴돌았다이젠 그들을 지켜줄 왕도법도군대도 없었다많은 마을 사람들은 마을 밑에 도사리는 것들이 자신들을 공격할 것이라 믿으며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그때 추레한 모습으로 돌아온 대주교 라자루스는 마을사람들에게 자신이 수도원 안에서 나날이 커져가는 악의 세력에게 공격당했다고 설명했다그들의 판단력을 흐리기 위해 라자루스는 사람들을 선동하기 시작했다아직도 행방이 묘연한 알브레히트 왕자를 상기시키며그는 수도원 아래로 내려가 소년을 찾자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했다사람들은 횃불을 모으기 시작했고곧 그날 밤은 희망의 불꽃으로 빛나기 시작했다삽과 곡괭이낫으로 무장한 그들은 대주교가 자신들을 배신하리라곤 꿈에도 모른 체그의 뒤를 따라 용감히 지옥의 불구덩이로 곧장 내려갔다.

 

단 몇 명만이 가까스로 목숨을 건져 트리스트럼으로 돌아왔고자신들이 그곳에서 어떤 끔찍한 운명을 맞이했는지를 털어놓았다너무나 끔찍한 상처를 입었기에 치유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몇 명은 끝내 살아나지 못했다악마들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나가면서 숨 막히는 원초적 공포가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갉아먹기 시작했다그들이 결코 겪어본 적 없는 공포였다.

 

폐허가 된 수도원 깊숙한 곳에서 디아블로는 지상에 있는 인간들의 두려움에 들떠 있었다그는 어둠 속에서 힘을 끌어 모으며슬며시 미소 지었다곧 자신에게 다가올 승리의 순간을 고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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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ftp.blizzard.com/pub/misc/Diablo.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