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떡밥투척 ㅈㅅㅈㅅ


최근에 이야기가 나왔던 것들 중에서 이런 방향이었으면 좋겠다 하는것들을 적어보고 알아보려고 함.



일단 양구군 남면 -> 국토정중앙면 명칭변경 건.


국립지리원과 강원대 연구팀이 2000년이었나? 공동조사를 했고 유원진, 마라도, 마안도, 독도를 극점으로 했을 때 국토의 정중앙이 양구군 남면 도촌리라는 결과가 나왔음. 이걸 토대로 양구에서는 도촌리에 국토정중앙천문대를 만들고 국토정중앙점 관련한 시설물들도 만들고 배꼽축제를 하면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고. 청리에 있는 터미널도 '남면터미널'이 아니고 '양구정중앙터미널'이고.


전체 가구의 80.1%가 명칭변경에 동의를 했고, 이를 바탕으로 군의회에서 조례를 제정해서 면 이름을 변경하게 된 것. 변변한 관광자원이 많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는 양구군에서는 국토정중앙이라는 것을 바탕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관광상품을 더 띄워줄 수 있는 배경을 마련한 것이고, 주변지역 주민으로서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함. 많은 돚챈러들은 뇌절이라 하지만, 주민들이 대부분 찬성했고 남면보다는 국토정중앙면이 지역 발전에 그나마 좀 도움이 될 거라는 걸 생각하면 난 솔직히 왜 돚챈러들이 그렇게 거품을 무는지도 잘 모르겠음.


그리고 무슨 용하면? 광치면? 광치령 그렇게 유명한 고개도 아니고 가아리와 공유하는 지역인데 광치면 추진은 마냥 쉬운 일도 아닐뿐더러, 용하리는 바로 옆 청리와 면시가지를 나눠먹고 있는 형태라서 그랬다가는 청리 사람들이 반대해서 흐지부지됨.



두 번째는 균형발전 관련한 건.


이 부분은 돚챈러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굉장히 많아서 뭐라고 딱 정리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뒤의 이야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말하자면 난 국가주도의 균형발전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임.

지역 사정은 각 지역이 가장 잘 알고, 지방정부는 그 지역의 아이템을 발굴해내서 국가의 도움을 받아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지역발전의 형태이고, 국가는 이에 대해서 재정적인 지원과 인프라 구축을 도와주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함. 이러면 혁신도시같이 지역갈등을 불러일으킬 일도 없겠지.


돚챈러들에게 흔히 무시되는 건 낙후지역 주민들의 입장임. 물론 범위를 넓혀서 춘천 이하를 낙후지역이라고 잡아도 끼껏해야 국민의 20%고, 본인이 경험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생각하는 건 쉽지도 않고 위험한 일이라는 건 잘 알고 있음. 돚챈러들 중 균형발전에 대한 의견에서 주류 입장은 중소도시는 포기하고 광역시에 인프라를 몰빵시켜서 균형발전을 이루자인데, 낙후지역의 입장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지.


낙후지역은 왜 낙후했을까? 수도권의 상수원이라면서, 도청 소재지라면서 그린벨트에 의해 국가 주도적으로 발전이 가로막힌 춘천시의 사례도 있고, 타 도시의 국가주도적 발전에 의해 쇠락한 상주시의 사례도 있겠지. 자연적으로 입지가 그리 좋지 않은 도시들도 많지만, 그 지역의 낙후도에 있어서 국가주도적 개발은 분명한 영향을 끼쳤음. 이렇게 된 낙후지역은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정말 거의 모든 방면에서 인프라가 잘 구축된 대도시에 비해 생활에서 손해를 봄.


내가 현역고딩이니까 교육격차 관련된 이야기를 해 보자고. 우리 집안은 n대째 이 나라 최고의 깡촌인 수복지구와 경북북부 출신이고, 어머니는 화천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셨고 아버지는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저어기 이재명 지사의 출신지인 예안면 도촌리 바로 옆 마을인 신남리에서 사시다가 할아버지를 따라서 대구 대명동으로 이사를 가셨음. 나는 아는사람들 꽤 있겠지만 유치원은 화천에서 반 대전 자운대에서 반 나왔고 초등학교는 자운대에서 1년 반, 분당에서 1년 반, 원주에서 1년 반, 춘천에서 2년 정도 (합이 6년이 아닌건 반올림 때문임) 다니고 춘천에서 졸업했고, 중학교는 온양시내에서 1년 춘천에서 2년 다녔고 춘천에서 졸업했음.


우리학교가 이름을 말해도 못알아듣는 사람이 태반이라 설명하자면 부산진구 당감동 899에 있는 '국제고 아래 과학고'라고 생각하면 됨. 택시탈때 다들 그렇게 말하고다님ㅇㅇ


지도를 보고 우리학교가 어떤 학교인지를 본 사람들은 눈치챘겠지만, 이 학교 학생들은 수도권 출신이 75%, 부산권 출신이 15%고 나머지 대도시권에서 7%를 먹고 있음. 부산에 있는 학교인데도 1차적으로 인구 대비 격차가 뚜렷하게 보이지. 국가주도적 발전이 이루어진 지역과 낙후지역의 격차라는 게 저렇게 되는 것.


나는 강원도민이니까, 강원도를 중심으로 한번 살펴보자. 이 나라 인구 중 강원도민의 비율은 약 3%, 원래대로라면 한 학년에 3.6명 정도가 강원도 출신이었어야 함. 강원도에는 영재학교가 없기 때문에, 이쪽 바라보고 있는 친구들은 서울과학고 / 경기과학고 아니면 우리학교 쓰니까.


근데 어떨까? 21학번이 들어온 지금, 19 / 20 / 21학번 전체 360명 중 강원도 출신은 나 하나밖에 없음. 0.3%. 이 정도 표본은 사실 통계적으로 무의미하지만, 우리 학교 사례만 보면 강원도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전체 학생들 중 90%는 기회를 잃는다는 결과가 나오지.


소득격차도 한번 살펴보자. 우리 집안은 맞벌이 집안이고, 두 분의 연간소득을 평균내면 대한민국의 근로자 평균소득이랑 얼추 비슷하거나 조금 낮을 것. 근데 그걸 학교 내에서 계산하면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하위 20% 안쪽이라고 보여짐. 하위 20%라고 가정하고 계산하면 서민층이라는 이유로 2.5:1의 경쟁률이 생기지.


그럼 강원도 출신의 서민이 우리 학교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합격할만한 수준을 갖춘 학생들 중 96%는 강원도 출신의 서민이라는 이유로 기회를 박탈당하는 게 됨. 더 극단적으로 파고들어가면 강원도에는 춘천, 원주, 강릉이라는 3대 도시가 있고, 들은 이야기를 종합하면 화천 출신이지만 춘천에서 학교 나온 나 같은 사람도 2003년 영재학교로 전환된 이 학교 역사에 한 손에 꼽을만한 숫자일 거임. 강원도 산골 출신의 서민이라는 이유만으로 99% 이상의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이야기임. 이 학교 학생 95%는 대형 학원 출신이니까 인간관계 쌓기도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하고, 일반인은 자료도 구하기 힘든 내신준비를 대형학원에서 하는 친구들 대비 공부도 더 노력해야 하지.


21세기 학생이면서도 평생 대형 학원가 같은 걸 본 적이 없는 나도 분당에 2년을 살았었다 했잖아? 비록 국군수도병원 바로 아래, 분당 최고의 깡촌 중 하나이지만서도 그때 학원다니던 친구들을 따라서 평가시험을 한 번 쳐 본적이 있었지. 그때 절친한 친구 어머니가 했던 말이 '우리 아들이 교육도 제대로 못받은 저 깡촌놈 애보다 못하다고요? 뭐 오류 있는 거 아니에요? 다세 쳐주세요!'였다는 건 그 뒤로 한 2년쯤 뒤에 알았던 것 같음. 대형 학원은 이 뒤로 본 적이 없으니 나도 더 이상 자세한 건 잘 모르고.


물론 그렇다고 국가를 막 욕하려는 건 아냐. 97 / 98학년도 수능을 친 부모님 기준으로 보자면 어머니는 춘천 나올 때마다 검문을 받았던 수복지구 출신이고, 아버지는 안동시내 나가려면 비포장도로 타고 15km를 나가서 지루할 때쯤 배를 타고 안동호를 건너서 거기서 또 20km를 가야 시내가 나왔으니, 그때보다는 강원도 산골 출신 서민이어도 국대로 금메달을 따올 수 있고 좋은 학교를 들어갈 수 있는 지금이 수천만배 낫지.


근데 난, 우리 후배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랐으면 좋겠어. 산골 깡촌 출신이라고 욕먹고 차별받고 더 노력해야만 하는 세상보다는, 똑같은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지금보다 조금 더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좋겠어. 집안이 깡촌에서 나고 자라도 자신의 꿈과 잠재력을 펼칠 기회에 대한 정보를 더 잘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렇기 때문에 지역균형발전은 지역의 규모를 늘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 지역 간의 생활격차를 줄여서 어디에 살던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는 게 지역균형발전의 진정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게 대도시든 중소도시든 농어촌이든 지역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행복은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러니까 지역균형발전에 대해서 생각할 때, 다양한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고려해 봐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통일 이야기도 써볼까 했는데 이건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삼남지방이 우리나라건 다른나라건 크게 신경 안 쓰이는거랑 비슷한 거 같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의견은 댓글로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