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쪽 자료를 좀 보니 91년도 타타르스탄 정부의 주권선언은 사실상 매우 정치적으로 계산된 술수였음.

90년 타타르스탄 최고소비에트에서 의장으로 선출된 민티메르 샤이미예프는 보수파 공산주의자였음. 샤이미예프 의장은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 정책에 반대하는 쪽이었고, 이를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SFSR에서 타타르SSR를 분리하는(소련 내 연방주체로서) 선언을 하였으나, 당연히 중앙정부에 의해 묵살됨. 

기회만 노리던 샤이미예프 의장은 8월 쿠데타 당시 보수파를 지지하게 되고, 쿠데타 뒤에서 열심히 도왔으나 결과는 알다시피...그리고 쿠데타 실패 직후에 91년 타타르스탄 대선에서 단독출마한 뒤, 타타르스탄 내의 모든 야권개혁세력을 쓸어버리고 92년에 헌법 개정투표를 통해 주권선언을 해버림. 아예 독립국가 대통령이라고 중앙아시아 순방을 나가고,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국빈급 대우를 해버리지.


이제 샤이미예프 대통령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주어졌음. 저기 체첸처럼 러시아랑 전쟁을 하던지, 아니면 러시아의 지배를 순순히 인정하거나. 전자의 경우 자신은 독립국가의 대통령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으로 보전할 수 있지만, 리스크가 매우 크고,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하며, 무엇보다 타타르스탄의 러시아의 위요지였지. 후자의 경우 인민들의 희생은 필요없지만, 자칫하면 쿠데타 지지로 모든 권력과 재산을 빼앗지고 감방에 들어갈 수도 있었지. 심지어 93년에는 옐친이 땅끄를 끌고 공산당이 장악한 하원을 폭격까지 했잖아?


그렇게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됐어. 그러던 어느 날, 샤이미예프 대통령은 옐친 대통령을 찾아가 딜을 걸었지.

'타타르스탄의 경제권과 실질적 독립을 인정해준다면, 우리는 러시아의 일부가 되겠다.'

옐친은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체첸에서 죽을 쑤고 있는데, 당나라 군대가 된 러시아군이 타타르스탄까지 상대할 여력은 없었기 때문에 마지못해 받아들였음. 그렇게 타타르스탄은 잠시동안 de facto 독립국이 되지.



그리고 몇 년 뒤...

새천년이 열렸고, 대통령이 바뀌었어. 근데 왠걸, 대통령이 KGB 출신이네? 이제 감방에 들어갈 위험이 사라진거야. 2001년, 재빠르게 샤이미예프 대통령은 유리 류쥐코프 모스크바 시장, 세르게이 쇼이구 연방 비상사태부 장관과 함께 푸틴을 지원하는 당을 하나 만듬. 그 당의 이름은 바로 '통합 러시아'

우연의 일치인지 2002년 타타르스탄은 헌법에서 주권국가라는 내용을 삭제했고, 2010년에는 이제 힘들다며 메드베데프 대통령한테 제발 후임자 좀 정해주쇼 라고 이야기하지. 



요약하자면, 타타르스탄의 독립선언은 그냥 정치적 전략이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