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가초 성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_()_


러시아에서 불교를 믿는 지역은 4개 공화국(부랴트, 알타이, 투바, 칼미크)와 1개 주(이르쿠츠크), 1개 지방(자바이칼)에 걸쳐있으나, 불교가 제1종교인 곳은 투바, 칼미크 두 연방주체에 불과합니다. 통계에 따라 러시아연방 전체의 불자 비율이 1%를 넘기도 하고, 간혹 0.3% 미만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이는 실제로 불교 신앙을 가지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수행하는지, 아니면 그냥 모태신앙만 불교고 실제로는 딱히 종교적이지 않는지 등 기준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종파도 부족에 따라 달라서, 부랴트, 투바, 알타이 민족은 겔룩빠를 따르고, 칼미크 민족은 원칙적으로 달라이 라마를 따르지 않는 사캬빠입니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의 초교파적 성격 및 칼미크 지역에서 불교가 절대적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은 티베트 망명정부의 공로가 컸기 때문에 이곳 칼미크 부족들은 달라이 라마에 대한 존경심이 엄청납니다. 1992년 달라이 라마의 엘리스타 방문 당시 수많은 불자들이 모여들었으며, 수많은 망명 칼미크 승려들이 귀국하였습니다. 2004년 키르산 일륨지노프 칼미크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였을 때, 당시 연방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이유로 달라이 라마의 비자발급을 거부하였는데, 이례적으로 일륨지노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항의하였으며(일륨지노프는 통합러시아 소속의 친정부 인사입니다) 엄청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고 공화국 정부는 제재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중앙정부는 달라이 라마의 칼미크 방문을 허용했습니다.


(키르산 일륨지노프 전 칼미크 정부수반과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가초 성하)


(칼미크공화국 수도 엘리스타에 걸려있는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가초 성하의 사진. 엘리스타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물론 어느 나라나 그렇듯이 시골이 도시보다 더 독실한 편입니다. 불교라는 종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규율이 빡센 편은 아니나(물론 강제하지 않는다는 뜻이지 독실한 수행자들은 다른 종교도들보다 더 엄격한 규율을 스스로 지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젊은 층의 경우 종교를 믿지 않는 경향이 더 짙습니다.

그러나 불교는 이들 민족 사이의 삶에 깊이 베여 있습니다. 먼저, 이들 민족 사람들의 이름들을 보면 티베트어나 불교 용어에서 나온 경우가 많고, 마인드 자체가 상당히 불교적입니다. 제가 겪어본 부랴트 사람들은 의리가 넘치고, 대인배적인 성향이 짙습니다. 


(이볼긴스키 사원에서 24대 함보 라마 담바 아유시예프 큰스님과 부라트 지역 스님들을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연방대통령)


(부랴트의 신령이 깃든 탑)


부랴트의 불교는 샤머니즘, 애니미즘과 결합된 형태입니다. 한국의 대승불교가 무속신앙을 배격하는 것과는 좀 다른 형태인데요, 솔직히 부랴트의 불교는 한국의 종교와 비교했을 때는 대승불교보다는 대승불교의 영향을 짙게 받은 무속신앙과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부랴트의 불자들은 바이칼 호수와 그 안에 있는 알혼 섬을 신성하게 여기고, 성지순례로 돌기도 합니다. 부랴트의 샤먼들은 스님들과 교류가 잦으며, 대부분 불자들입니다.


러시아연방 불교의 전체 지도자는 울란우데에 머물고 있는, 판디토 함보 라마십니다. 함보 라마 역시 달라이 라마처럼 환생하십니다. 1대 함보 라마는 담바-도르조 자야예프 큰스님이셨으며, 당시 러시아제국이었던 셀렝게 강변에서 태어나 어릴 적 출가하신 뒤, 이후 티베트에 방문하시고 차르에게 불교를 공인받고 불교의 지도자가 되셨습니다. 담바-도르조 큰스님은 1776년에 입적하셨습니다. 12대 함보 라마이신 다쉬-도르조 이티겔로프 큰스님은 상당히 예언을 잘하셨으며,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큰스님은 1927년 입적하셨는데, 2002년, 관을 열어보았을때 시신이 전혀 썩지 않아있었다고 합니다.

의외로 중국과 달리 함보 라마는 고초를 겪진 않았으나, 스탈린 대에는 환생이 잠시 끊긴 적 있습니다. 2차 대전 이후 종교에 대한 당국의 태도가 누그러지자 1945년에 부랴트 최대의 사원인 이볼긴스키 사원이 건립되었으며, 함보 라마는 당국에 협조하는 대가로 신앙심을 유지시킬 수 있었습니다.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가초 성하는 1976년에 이미 소련을 방문하여 불자들에게 빛을 밝혀주셨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이 글을 보는 불자 여러분, 모두 성불하십시오 _()_

다른 종교를 믿으시는 분들도 모두 신앙심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십시오

옴 마니 파드메 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