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으로 유명한 화이자에서 개발한 화학물질 PDE-5i를 성분으로 한 비아그라의 특허가 끝나면서 각 제약사들에서 복제약이 쏟아져 나오고, 그에 따라 비아그라 계열 약들의 가격이 하락함. 이에 따라 유흥업소에서 손님들한테 비아그라 계열 약들을 하나씩 무료로 나눠주는 등 성행위에서의 쓰임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게 되었음.

이렇게 PDE-5i의 오용 사례가 증가하게 되면서, 인간이 복용 후 배출하는 PDE-5i의 양도 늘어나게 되었고, 또 약을 버릴 시에 의약품 분리배출을 따로 하지 않고 변기 등에 막 버리게 되면서 PDE-5i가 하수도로 직행~하게 됨.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의 김현욱 교수님이 서울시의 하천에서 PDE-5i 함량을 검출하는 실험을 하였음. PDE-5i가 하수처리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는다면 꼼짝없이 다시 생태계를 떠돌아다니도록 배출하게 될 것. 그런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현대 하수처리시설은 미생물을 이용해 유기물질을 분해하는 활성 슬러지 방식으로 하수를 처리하며 이러한 방식이 처음 도입된 게 일제 강점기 시절이라, 자연계에서 생성되지 않던 완전히 새로운 화학물질인 PDE-5i를 정화할 수 없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되었음. 그리고 2가지 가설을 세움.

1. PDE-5i를 하수처리시설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것이 맞으면, 도시의 하천 어디서든 PDE-5i가 발견될 것이다.

2. PDE-5i의 출처가 정말 유흥주점이 맞으면, 유흥업소가 밀집한 지역이 PDE-5i 농도가 높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낮을 것이다.

실험은 중랑천과 탄천을 비교군으로 설정해서 이루어졌는데, 2번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유흥업소가 밀집하기로 유명한 강남구 일대를 유역으로 하는 탄천과, 그에 비하면 유흥업소가 덜 밀집한 강북 지역을 유역으로 하는 중랑천을 꼽은 것임.

과연, 실험 결과 두 하천 모두 PDE-5i가 검출되었으며 탄천에서 측정한 PDE-5i 농도가 더 높았음. 여기에 더해, 불타는 금요일 밤에 발생한 생활 하수들이 처리돼 배출되는 토요일 낮에 농도는 더욱 높았다고 함.

결국 PDE-5i가 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생태계를 떠돌다 다시 인간이 음용수나 음식물로 섭취하게 된다는 것인데... 애석하게도 PDE-5i는 생겨난지 오래 되지 않은 물질이기 때문에, 생태계로 흘러들어간 PDE-5i가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며 연구조차 전세계적으로 아직 활발하지 못함. 유흥업소 등에서 약을 공짜로 나눠주는 등의 불법적 약품 유출을 못하게 막고, PDE-5i를 정화할 수 있게 하수 처리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거니와, 해당 연구를 진행한 교수님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밝혀져야 함을 강조하면서 PDE-5i의 장기적인 독성 연구와 생태계 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였음.


지리에서도 항상 관심이 높은 환경 분야의 흥미로운 실험인데다가 실험 설계 과정에서도 지리적 사고를 엿볼 수 있어서, 도지러들에도 알려주고 싶어서 들고 와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