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지리 인식에서 상(上)과 하(下)의 의미를 정리해 보면 대체적으로 3가지가 있는 거 같음.


1. 서울을 상, 변방을 하로 놓기

흔히 서울 올라간다/시골 내려간다 하는 말에서 살펴볼 수 있는 모습인데, 서울 중심주의를 내포하는 어휘라는 지적이 존재함. 꼭 서울이 기준이 아니더라도 중심지와 주변지로 구별되는 두 지역 사이에서 중심지 A를 상으로 놓고 주변지 B를 하로 놓아서 쓰이기도 하는데, 만약 A와 서울이 B를 기준으로 서로 반대 방향에 있으면 상하가 꼬여버리는 일이 발생함. 한편 중심지와 주변지로 나누기 어려운 지역 사이를 이동하는 걸 표현할 땐 '넘어간다'를 주로 쓰는 듯함.


2. 북쪽을 상, 남쪽을 하로 놓기

북상/남하라는 말이 있듯 그냥 무조건 북쪽으로 갈수록 위로 간다고 하는 방식임. 아마도 지도를 그릴 때 주로 북쪽이 위로 가게 그려서 정착된 인식이 아닐까 싶음.

예) '러시아의 남하 정책', '연합군이 압록강까지 치고 올라갔다'


3. 높은 곳을 상, 낮은 곳을 하로 놓기

상하를 매기는 데에 관념적인 요소가 작용하는 앞의 둘과 다르게 실체가 있는 물리적 요소를 바탕으로 함. 어찌 보면 가장 기초적인 개념. 산비탈에서의 고도나 수계망에서의 하천의 고도에 따라 상하가 결정됨.

예) '호랑이가 마을로 내려왔다',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예2) 상하로 구분된 수많은 지명들


이 세 개념이 꼬이는 지역을 주제로 얘기하는 경우에는 '야 나 ㅇㅇ 올라간다' 'ㅇㅇ을 가는 게 뭐가 올라가는 거냐? 내려가는 거지' 등으로 내림픽 열리기 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