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보기: 튀르키스탄 그려봄



현재 (영어 기준) '스탄'이란 국명을 쓰는 독립국은 세계에 7개국이 있는데, 이 중 4개국(우즈베크·카자흐·키르기스·투르크멘)은 튀르크계 국가인 반면 나머지 3개국은 그렇지 않음. 그래서 이번에는 이 3개국에 해당되는 아프가니스탄과 타지키스탄, 파키스탄을 그려본 것. 세 나라 중에선 타지키스탄이 면적 14만 km²로 남한보다 조금 크고 아프가니스탄은 65만 km², 파키스탄은 88만 km²로 보다 큰 나라들. 


요 동네도 히말라야처럼 인도 판과 유라시아 판이 충돌하는 경계선에 해당되는데, 덕분에 카라코람산맥과 힌두쿠시산맥, 파미르고원처럼 해발 7,000-8,000m대의 높고 험준한 산지들이 분포함. 험준한 산맥 사이사이로는 다시 뜨겁고 건조한 평원이 드문드문 분포하는데, 그냥 사막인 곳도 있지만 아무다리야강과 인더스강처럼 큰 하천들 유역은 굉장히 오랜 옛날부터 문명이 발달해 온 인구가 밀집된 지역. 세 나라의 도시화율은 모두 20-30%대로 낮은 편이지만 위의 도시를 보면 인더스강 유역은 인도 체험판마냥 도시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어 인구가 많다는 게 딱 봐도 실감됨 ㅋㅋ;


세 나라의 국명을 살펴보면 먼저 아프간 افغان‎은 다른 민족들이 아프가니스탄의 다수 민족인 파슈툰족을 지칭하는 단어였고, 타지크 تاجیک‎는 그냥 중앙아시아의 비튀르크계 정착민을 일컫는 단어인 한편 파키스탄은 1. 페르시아어로 순수한 پاک 땅이란 뜻이자 2. 인도 서부의 무슬림 밀집 지역이었던 펀자브 Punjab - 아프간 Afghan - 카슈미르 Kashmir - 신드 Sindh - 발로치스탄 Balochistan을 스까서 만든 인위적인 조어.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아프가니스탄은 18세기 파슈툰족이 두라니 제국을 세운 이래로 독자적인 왕조를 유지하면서 자연스레 나라 이름이 되었다면, 타지키스탄이란 국가는 이 지역을 지배한 소련이 임의로 중앙아시아에 경계선을 그으면서 생겨났고, 파키스탄은 인도의 일부였으나 무슬림과 힌두교도의 대립 끝에 1947년 분리되면서 비로소 생겨나게 됨.




아프가니스탄 인구는 15년 전 자료로 추산했다니까 상당부분 부정확할 것


세 나라의 인구는 합치면 2억 7천만 명 정도가 되는데 이 중 파키스탄이 인구가 2억 2500만 명으로 거의 85%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고, 비교적 인구밀도가 낮은 아프가니스탄과 타지키스탄은 각각 3200만, 900만 명. 파키스탄은 인구 대부분이 인더스강 유역에 모여살고 있는데, 가장 인구가 많은 남한 2배 면적의 펀자브주는 2017년 인구가 1억 1천만으로 전체 인구의 51%가 거주하고 있음. 아프가니스탄은 북부와 동남부의 인구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고, 타지키스탄은 인구의 97%가 거주하는 서부 지역과 동부 파미르 고원의 인구밀도가 극히 대조됨.



세 나라 중 타지키스탄은 2010년 인구조사에 의하면 타지크인이 84%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우즈베크인은 전체의 14%...인데 사실 타지키스탄에서는 동부의 파미르인과 북부의 야그노비인 역시 통계에서 타지크인으로 분류하고 있음은 감안해야 할 듯. 타지크인이 다수를 차지하곤 있지만 특히 내전기간 동안 민족 대립을 겪었다고. 인구 대부분은 순니파 무슬림이지만 동부의 파미르인들은 시아파에 속하는 소수 종파인 이스마일파에 속함.


아프가니스탄은 남부의 파슈툰족이 인구의 약 40%로 가장 큰 민족이지만 타지크인(약 25%), 하자라족(약 10%)처럼 페르시아어(아프가니스탄에선 다리어라 칭함) 사용자들도 거의 비슷하게 많은 편. 아프가니스탄 역시 북부엔 우즈베크인과 투르크멘인처럼 튀르크인들이 소수민족으로 거주함. 중부 산지에 거주하며 몽골-튀르크계 외모이지만 페르시아어를 쓰는 하자라족은 순니파를 믿는 다른 민족과 달리 시아파 신도인데, 주변 민족들의 적대를 받았고 특히 순니파 파슈툰족이 주축이 된 탈리반은 하자라족을 극심하게 박해함.


파키스탄은 2017년 인구조사에 의하면 펀자브어 사용자가 44.2%, 파슈토어 사용자가 15.4%, 신드어 사용자가 14.1%로 조사되었다는데... 파키스탄 인구 2억 2천만에 대입해 보면 펀자브인이 거의 1억으로 확실한 다수를 점하고 있고, 파슈툰족의 경우 말이 15%지 실제로는 아프가니스탄 인구와 맞먹는 수(물론 아프가니스탄도 다민족국가이므로 파키스탄에 더 많은 파슈툰족이 살고 있음). 파키스탄 역시 순니 무슬림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소수의 시아 무슬림과 힌두교도, 기독교인이 거주하는데... 파키스탄에선 70-80년대 군사정권이 정권 유지를 위해 종교를 이용하면서 신성모독법을 제정하고 샤리아 법원을 설립하는 등의 정책을 폈고 그 좋지 않은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모양.


이들 국가의 공용어를 살펴보면 타지키스탄에선 타지크어, 아프가니스탄에선 파슈토어와 다리어를 공용어로 지정하고 있는데 타지크어와 다리어는 사실 페르시아어의 다른 표준.. 정도로 발음이나 단어, (타지크어의 경우) 문자 등에서 일부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론 동일 베이스인 모양. 파키스탄의 경우 우르두어가 모어인 화자는 전체의 7% ㅡ 많은 수는 인도-파키스탄 분리 때 인도에서 건너온 무슬림인 무하지르 مہاجر‎ 임 ㅡ 이지만 우르두어가 영어와 함께 공용어로 지정되어 있음. 우르두어 역시 사실 힌디어와 거의 통하는 모양 ㅋㅋ;



세 나라 중 그래도 산업이 발달한 파키스탄은 인더스강 유역의 평야지대에서 면화와 쌀, 밀, 사탕수수 등 농산물이 많이 생산되고, 섬유 산업이 발달한 편. 기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물건으로는 소금(보통 '히말라야 소금' 타이틀을 달고 있으나 실제로는 펀자브의 소금 산맥이 암염 산지인 모양)도 있을 듯. 아프가니스탄과 타지키스탄은 면화와 과일 등이 나는 농업국이지만 타지키스탄의 경우 소련시절 투르순조다에 알루미늄 제련소가 들어서 그래도 기간산업. 아프가니스탄은 유명한 보석 산지이기도 하지만 현재는 보석보다도 치안부재 상황을 틈타 양귀비 재배가 기승을 부려서 안 좋은 쪽으로 많이 유명한 듯.. 


아프가니스탄은 아시아에서 가장 1인당 GDP가 낮은 나라이고, 타지키스탄과 파키스탄 역시 부유한 나라는 아님.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1978년부터 40년 이상 내전을 치르면서 국토가 피폐해졌고, 국토 대부분은 탈리반(흰색)이 장악하고 있는 형편이라 사태가 나아지기는 어려울 듯. 타지키스탄 역시 소련으로부터 독립 후 내전(1992-1997)을 겪으면서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함. 셋 중에선 그래도 경제 상태가 양호한 파키스탄은 인도와 여러번 전쟁을 치르긴 했지만 위의 두 나라처럼 전면적인 내전을 겪진 않았는데, 2000년대 이래론 탈리반이 파키스탄 북부에서도 준동하면서 치안이 심하게 악화되고 경제성장률도 낮아진 편. 원래 파키스탄이 인도나 방글라데시보다 1인당 GDP가 높았는데 2000년대 후반엔 인도에게, 그리고 2010년대 중반에는 방글라데시에게도 추월당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