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en.wikipedia.org/wiki/2000_United_States_Senate_election_in_Missouri


한국에서는 2006년에 부산에서 한 구의원 후보가 실종된 채로 가족에 의해 대리 후보등록이 되었고, 당선 후 숨진채 발견되었었는데, 미국에서는 2000년에 같은 일이 있었다고 함. 그것도 훨씬 큰 자리인 연방상원의원에서, 그리고 유권자들이 사망 사실을 알고 있었던 채로.


2000년, 인기있던 현직 미주리 주지사 '멜 카나한'(민주당)은 2000년 주지사 선거에서는 임기 제한에 걸려 더 출마할 수 없던 상황이었음. 그래서 카나한 주지사는 같은 해 있던 미주리 주 연방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고, 민주당 경선에서 이겨서 후보 자리를 얻어냈음.


카나한 주지사의 경쟁 상대는 공화당 소속 현직 연방상원의원 존 애쉬크로포트. 현직 의원 vs 현직 주지사의 싸움은 매우 치열한 접전이었고, 후보들은 미주리 주의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지지를 호소했음.


그러던 중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나게 되었음. 선거를 3주 남겨두고 다음 날 있을 예정이던 토론회를 위해 카나한 주지사는 아들이 몰던 경비행기에 타고 미주리의 최대도시인 세인트루이스로 이동하던 중이었음. 하지만 비가 오고 안개가 껴있었던 날씨 탓일까, 비행기는 추락하고 말았음. 탑승자 3명(카나한 주지사, 비행기를 몰던 아들, 그리고 선거캠프위원장) 전원 사망.


멜 카나한 주지사의 사망 사실이 알려졌지만, 미주리 주의 선거법(미국은 선거법도 주마다 다름)은 후보 등록 기한을 넘긴 뒤에는 어떠한 이유로든 후보를 교체할 수 없게 되어있었음. 이미 후보 등록 기간을 넘겼기에 후보를 교체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그대로 선거가 치뤄지게 되었음.


결과는 50.5 vs 48.4로 불과 2% 남짓, 5만표가 조금 안 되는 표차로 이미 사망했던 멜 카나한 주지사가 당선되었음. 이렇게 미국 역사상 최초로 사망한 사람이 선거에서 당선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였음.


그렇다면 상원의원 자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미국 상원의원은 사망, 사임 등의 이유로 결원이 발생하면 다음 보궐선거 전까지 주지사가 임의로 상원의원을 임명할 수 있음.(하원의원은 불가능. 보궐선거 전까지 공석으로 남게 됨) 멜 카나한 주지사가 사망하면서 주지사직은 부지사였던 로저 윌슨이 승계했는데, 로저 윌슨은 멜 카나한의 미망인이던 진 카나한을 상원의원으로 임명했음.


진 카나한은 그렇게 상원의원에 임명되어 2002년 재보궐선거 때까지 활동하다, 재보궐선거에 출마했지만 공화당 후보에 패하면서 2년간의 짧은 상원의원 생활을 마감하게 됨.


참고로 불과 2년 후인 2002년에 같은 일이 한번 더 있었는데, 이번에는 미네소타 주의 현역 연방상원의원이던 폴 웰스톤(민주당)이 재선 도전을 선언하고 후보가 되어 미네소타 곳곳을 유세하다 마찬가지로 비행기 사고로 선거를 불과 10일 앞두고(!) 사망하는 일이 벌어짐.


미네소타 주의 선거법은 후보 등록 기간이 지났더라도 당사자가 자의가 아닌 타의로 후보직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사망 등) 후보를 교체할 수 있다고 되어있었는데, 이 때문에 대체 후보를 투입할 수 있었음.


그리고 투입된 대체 후보는 월터 먼데일 전 부통령. 1964년부터 1976년까지 연방상원의원을 지내다 76년 대통령 선거에서 지미 카터의 러닝메이트로 당선되어 부통령이 되었고, 1984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그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사하던 레이건에게 말 그대로 관광당해(선거인단 525 vs 13. 득표율은 18% 차이) 정계를 은퇴하고 쉬고 있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자 10일밖에 안 남았으니 지명도가 높던 월터 먼데일이 급하게 대타로 투입되었던 것임.


월터 먼데일이 출마하자 판세는 요동쳤고, 선거 전날 여론조사에서는 초접전이 예측되었으나 '먼데일은 너무 옛날 사람'이라는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결과는 49.5 vs 47.3으로 공화당 후보인 놈 콜먼에게 패배하고 맘.


+) 미국에선 이 사례 말고도 시체 당선 사례가 몇 차례 더 있었는데, 1962년에는 캘리포니아의 연방하원의원 클레멘트 밀러가 선거 1달을 남겨두고 같은 이유(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했으나 당시 캘리포니아의 선거법 때문에 후보를 바꾸지 못한 채 그대로 출마하여 당선되었고, 1972년에는 2명의 연방하원의원, 닉 비기치와 헤일 보그스가 선거 4주 전 같이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추락했는데, 이 쪽은 공식적으로 사망 선언이 되지 않은채 실종 상태로 둘 모두 당선되었고, 당선 이후 공식적으로 수색을 중단하고 사망이 선언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