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전에 광고를 보고 여기에 처음 썼던 글이 부산의 산골 금성동을 소개하는 거였음. 금성동(산성마을) 말고도 또 매력적이고 가볼만한 산속 마을이 있어서 이번에 소개하고자 함.


우선 위치는 여기임. 대충 어딘지 알겠지? 왼쪽이 낙동강이고 오른쪽 하단이 영도. 그러니까 이 마을은 시가지에 둘러싸인 산속에 둘러싸여 있는 마을인거지. 좌측은 구덕산이고 우측이 엄광산인데 둘다 높이는 500m를 살짝 넘는 정도로 그리 높진 않음.


조금 더 확대해서 보면

이런 모습임.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이 바로 구덕운동장이야. 예전에 한번 다른 글에서 구덕운동장쪽이 얼마나 산으로 타고올라갔는지 짤로 보여주는걸 본적이 있는데, 위성사진으로 봐도 이렇게 잘 보임.


행정구역상으로는 구덕운동장이 있는 아래가 서구이고 위는 사상구야. 그리고 좌우측의 두 산 사이는 보통 구덕령(구덕고개)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꽃마을은 고개 중간쯤에 자리하고 있음.


구덕고개 밑으로는 1984년 개통한 구덕터널이 지나는데, 사람들이 보통 이동할때 터널을 이용해서 그런지 고개위에 있는 꽃마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듯함. 아마 부산 살아도 모르는 경우가 많겠지.ㅎㅎ


나는 서너번 정도 여기를 가봤는데 운동/탐방 겸 해서 고개를 걸어서 넘어가는걸 좋아함. 그러면 이제 내가 고개를 넘어가며 찍은 사진들을 보도록 할게.


1호선 서대신역에 내려 20분정도 걸으면 고갯길 입구가 나옴. 얼마전만 해도 이런 마을 홍보 시설이 없었는데 서구에서 나름 관광지로 잘 만들어보려고 하는듯? 우측에는 민방위교육장이 있음.


오르막길을 거의 다 올라왔을때 뒤를 돌아보고 찍은 사진. 구덕고개는 고도가 200m 정도로 높은편은 아닌데, 그래도 나름 경치가 좋았음. 바다까지 보이고ㅋㅋ 저 멀리 보이는 다리는 남항대교이고 왼쪽에 살짝 보이는 산은 영도의 봉래산임. 참고로 걸어서 올라간다면 사진의 차도로 갈 필요없이 우측에 숲속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으니 그리로 가면 됨.


산책로를 따라서 올라가면 저수지가 나옴. 나무데크와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고 경치도 좋아서 여기도 들르면 좋아. 이 옆으로는 야영장, 청소년수련원, 운동장이 있음.


아래는 지난 봄에 찍었던 사진.


이유는 모르겠지만 꽃마을은 핑크 테마로 꾸며져 있음ㅋㅋ 내 추측으로는 뭔가.. 감천문화마을에 자극을 받은게 아닐까...?

공원도 핑크ㅋㅋ


마을 인구는 천명이 좀 넘고, 가보면 건물의 대부분이 식당이야. 등산객들이 등산을 시작하거나 마치고 나서 주로 이용하는것 같음. 이런 측면은 금성동 산성마을과도 비슷하지.


금정산성의 존재로 인해 자연스럽게 마을이 생길 수 있었던 산성마을과는 달리 이 구덕고개에는 원래 마을이 없었음. 그저 고개를 넘어다니는 보부상이나 나그네들을 위한 주막이나 두어 군데 있는 곳이었는데, 전쟁이 나면서 몰려든 피난민들이 이 고개에 집단으로 거주하게 되면서 마을이 생긴거야. 뭐, 부산에서는 흔하게 볼수있는 케이스지. 이름이 꽃마을인건 과거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꽃을 재배했어서 그렇다고 하네.


분홍빛으로 예쁘게 꾸며진 마을이지만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면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산골의 모습이 그대로 있음.


무너진 집터도 있고



그렇게 마을을 쭉 둘러보고 이제 내려가볼까? 하고 내리막길로 들어서면..

이렇게 고개너머의 사상구와 낙동강이 한눈에 딱 내려다보이는데 이 경치가 정말 좋았음. '아 여기가 정말 고개구나'라는게 강렬하게 실감이 났음. 멀리 보이는 다리는 서부산낙동강교.


구덕령을 넘어가는 도로에 대해 추가로 얘기를 하자면 서구에서 오르는 루트는 2차로로 깔끔하게 잘되어 있는 반면 사상구로 내려가는 길이 상태가 나쁨. 시골에서 흔히 보이는_거칠게 발려있는 좁은 시멘트길_ 있잖아. 딱 그길임. 그래서 최근에 내려가는 도로 공사를 새로 했는데, 아쉽게도 내려가는 길 전체를 새로 깐게 아니라 대략 절반정도 길이만 확장을 했더라고. 그러니 혹시나 자차로 운전해서 꽃마을에 방문한다면 서구에서 올라간다음 그 길로 다시 내려오는게 좋음. 


아니면 마을버스가 다니니 이걸 이용해도 됨. 서구1 버스.


터널이 개통한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사람들이 고갯길의 존재도 잘 모르고 거의 다니지도 않지만, 과거에는 나름 이 길이 산을 넘거나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지름길이었으니 많이 이용했다고 함.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도보로 고개를 넘어보고, 꽃마을도 가보길 강력 추천함. 도챈러라면 조선시대 보부상에 감정이입해서 백팩매고 한번 넘어갈만 하지않나......? 아님 말고.


내려가는 도중에 한번 더 찍어본 사상구 모습ㅎ


이곳이 널리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도심 한가운데 있어서 그런지 살펴보면 꽤나 많은 시설이 있음. 아까 언급한 수련원, 야영장, 운동장 말고도 구덕문화공원에다 항공무선표지소, 기상레이더/기상청 시설까지.. 관광용 시설만 해도 여러곳이 있으니까 한번 와서 구경하고 꽃마을에서 밥도 사먹고 하면 좋을거라고 생각함. 일단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곳이 아니니 뻔하지 않은게 매력이랄까?


한가지 더 인상적인건 여기 정신병원/요양병원들이 좀 많다는 것 정도? 부산시립정신병원이 여기있는건 얼마전에 처음 알았음.


◆ 한가지 더 재밌는거..

구덕산 왼쪽으로는 산줄기가 이어지면서 승학산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 부분을 보면 상당히 재밌는 위치의 학교가 있음.


ㅋㅋㅋㅋ 부산에서 학교가 산에있는건 흔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하다.. 찾아보니까 전원 기숙사생활을 한다고 하니 산길을 오르내려야 하는 등하교의 고달픔은 없겠지만 그래도 어떻게 저기다 지었을까... 저 학교 학생들은 리얼 감금된 느낌 오지게 들듯.


승학산에서 바라본 사진인데...ㅋㅋ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은건가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