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러시아에서 서방의 여러 기업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철수한다는 소식, 전해드린적 있는데요.

특히 자동차 시장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의 완성차 제조사들이 빠르게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데요.

오늘은 러시아 자동차 시장 상황, 모스크바 연결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조빛나 특파원, 지난해 중국이 독일을 제치고 세계 2위 자동차 수출국이 됐다는 집계가 최근 나왔었는데, 러시아 시장에서도 판매가 상당히 늘었나 보군요?

[기자]

러시아 소비자들에게 국산차 아니면 중국차, 이렇게 선택지가 좁아졌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중국차는 러시아 시장에서 점유율을 3분의 1수준 까지 끌어올렸습니다.

2020년 상반기 3%, 2021년에는 6%였던 것에 비하면 빠르게 성장한 것이죠.

점유율 1위이던 르노를 비롯해 벤츠와 닛산, BMW, 현대차, 포드 등은 지난해 3월부터 현지 생산을 중단하거나 철수했습니다

50여개에 달하던 자동차 브랜드는 이제 10여개로 줄었습니다.

이 중 약 80%가 중국차입니다.

하발로 잘 알려진 창청, 체리, 지리가 빅 3업체입니다.

중국차들은 전시장 수를 지난해만 300개 늘렸고 러시아 제조사와 합작 형태로도 생산 시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자동차 딜러협회는 몇년 내 중국차 점유율이 70%까지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지만, 실제 다수의 중국차 업체들은 러시아에서 사업 확장에 신중한 태도를 보입니다.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2차 제재를 받을 우려가 있고 시장의 불확실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 판매는 전년대비 60% 줄었습니다.

최대규모 자동차 판매사의 말 들어보시죠.

[블라디미르 미로시니코프/자동차 판매사 '롤프' 이사 :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면 지금과는 러시아 소비자들의 취향이 완전히 달라졌겠지만, 중간 가격대를 찾는 고객은 이미 중국 자동차를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판매가 꽤 성장했고 소비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입니다."]

[앵커]

러시아 자체 브랜드 생산도 늘리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자동차 제조업은 고용 규모도 크고, 협력 업체까지 감안하면 산업 파급효과가 크죠.

러시아 정부가 국유화와 생산재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주요 외국기업이 국유화된 첫 번째 사례, 르노인데요.

르노의 생산시설을 인수해서 지난해 11월 옛 소련 시절 국민차, 모스크비치가 생산을 재개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올해 2개 이상의 모델을 새롭게 출시할 계획도 세웠습니다.

[드미트리 프로닌/모스크비치 이사 : "올해 5만 대를 생산할 계획이고, 그중 1만 대는 전기차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10만대(전기차 2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국민차인 라다를 생산하는 아브토바즈도 지난해보다 생산량을 두 배 늘려 4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대러시아 제재로 부품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앵커]

중고차 수요도 늘었겠군요?

[기자]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자동차 판매장을 다녀왔습니다.

신차는 병행 수입을 통해 들여오거나, 기존 러시아에서 생산된 차량의 재고가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데, 중고차 가격도 함께 올랐습니다.

러시아에서 지난해 중고차 가격은 전년보다 평균 30% 이상 상승했는데요.

저가 차종의 경우 상승 폭이 10% 정도였지만 고가 차종은 50~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자동차 부품 시장에는 영향이 없나요?

[기자]

러시아에서는 한 번 차를 사면 평균 14년 정도 사용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차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어서 평균 사용 연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2021년 기준, 러시아 자동차 부품 시장 규모는 271억 달러, 33조 3천억 원 정도인데 수급난을 겪고 있습니다.

주요 자동차 브랜드 정품 부품의 대러 수출도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아랍에미리트, 카자흐스탄 등 제 3국을 통해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렇게 부품을 수입하면 기본 가격의 3~4배 이상 비싸집니다.

때문에 러시아 시장에서는 정품보다 최대 10배 가량 저렴한 애프터마켓 제품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고 코트라는 분석했습니다.

지금까지 모스크바에서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