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더 된 과거의 일이다. 무한도전에서 궁궐 특집 같은걸 했는데 그 방송에선 한국인이 한국의 궁궐에 대해서 잘 모르는걸 부끄러워 해야 한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 그런가?난 의구심이 들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과거의 기득권이 자신의 지배를 정당화하고 권위를 세우기 위해 백성들에게 강요했던 유교의 잔재를 잘 알아야 하는건가?


 과거 조선의 백성들은 궁에 발을 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궁궐 이곳저곳의 건물들의 이름이나 용도 또한 몰랐을 것이다. 즉 우린 우리 조상들도 몰랐던 조선시대의 지식을 모르면 수치심을 느끼도록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다. 공화국이 아니었다면 평생 들어갈 일 없었을 궁궐이 민족 전통 문화의 일부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그저 권력자의 처소 혹은 지배를 위한 행정기관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내내 대부분의 백성들과 관련 없었을 궁궐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왕당파의 망령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궁궐을 때려부수자는 주장을 할 생각은 없다. 일단 심미적으로 아름답지 않은가?특히 광화문 일대는 과거의 건축양식과 현대의 오피스 건물들이 어우러져 매우 독특한 경관을 자랑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난 경복궁에서 우리 조상의 기운이 느껴지지도 않고 민비가 살해 당한것에 대한 분통과 복수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경복궁은 그저 한반도를 500년이나 지배하는 바람에 통치기술과 전통문화가 동의어 비슷한게 되게 한 어느 가문의 거대한 흔적이다.